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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어떤 창작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작가의 성향을 중시할 테고, 누군가는 작품 자체의 주제를 중시할 테고, 누군가는 지리적인 영향을 중시할 겁니다. 또 누군가는 시대상을 중시할 겁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특정 시기의 소설들을 한데 묶고, 이런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검토합니다. 가령, 일제 시대의 소설들은 여러 모로 비교할 점들이 많습니다. 어떤 작가는 저항을 부르짖고, 어떤 작가는 풍자와 해학으로 맞섭니다. 어떤 작가는 그저 아름다운 감수성만 노래합니다. 똑같은 저항 작가라도 성향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육사 선생과 윤동주 시인의 면모가 서로 다른 것처럼요. 21세기 독자는 채만식의 같은 소설에서 당시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와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탐구할 수 있고, 이걸 ..
소설 시리즈는 내용만큼 독특한 삽화로 유명합니다. 이 소설은 생체 병기와 보행 병기를 소재로 삼았고, 소설의 삽화가 키스 톰슨은 독특한 화풍으로 그런 병기들을 묘사했습니다. 육상 드레드노트의 웅장하고 복잡한 구조, 베헤모스의 기괴하고 흉측한 몸뚱이, 고풍스럽거나 딱딱한 문양과 장식 등이 그러합니다. 화보를 만들어도 좋을 듯한 그림들이죠. 아니, 사실 이라는 화보집이 있군요. 그런데 한 가지 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키스 톰슨은 소설의 주연 함선인 레비아탄을 향유 고래처럼 그렸습니다. 직사각형 머리통은 어디로 보나 분명히 향유 고래입니다. 레비아탄이 실제 향유 고래라는 뜻이 아닙니다. 향유 고래와 그만큼 닮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레비아탄은 굉장히 빠른 함선입니다. 소설 속의 영국군은 각종 생체 함선들을..
[게임 처럼, 스팀펑크는 비교적 시대 고증에서 자유롭습니다.] SF 장르는 시대상에 민감한 장르입니다. 모든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 소설들도 시대상에 민감하겠지만, SF 장르만큼 민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F 소설은 논리적으로 가능성을 상상해야 하고, 덕분에 자주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SF 소설의 상상력은 틀릴 경우가 많고, 그래서 곧잘 퇴물이 되곤 합니다. SF 소설가들은 예언자가 아니고, 그 당시의 과학적 식견을 이용해 미래를 가늠할 뿐입니다. 아마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작가들도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이 엄청나게 퍼졌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은 분명히 첨단 통신 장비가 등장할 거라고 예견했으나, 그 구체적인 모습까지 그릴 수 없었죠. SF 소설이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