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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탈핵 시위 참가자들은 여러 종이 팻말들을 들었다. 모두 핵 폐기물에 반대하는 문구이다. 시위대 속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
[아무르 호랑이 산군은 문자 그대로 포스가 가득한 영물입니다. 이런 영물이 괴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영화 는 일제 식민지 조선과 조선 포수들과 아무르 호랑이를 이야기합니다. 조선에서 일본 제국 군대는 온갖 야생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이른바 '지리산 산군' 역시 사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문제는 산군이 아주 영특하고 민첩하고 강력한 호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산군을 잡기 위해 일본 군대는 조선 포수들을 고용하나, 조선 포수들 역시 산군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일본 군대는 여러 병사들과 몰이꾼들을 지리산에 보냈으나, 그들을 물어뜯은 이후 산군은 유유히 사라집니다. 산군 사냥 작전을 지휘하는 포수 대장은 왕년에 이름을 날린 늙은 포수 만덕을 찾아갑니다. 만덕이 추적을 맡는다면, 조선 포수들은..
소설에는 화자,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이건 소설이 드러내는 가장 커다란 특징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소설에는 화자가 있고, 화자는 서사를 전개합니다. 소설을 읽기 위해 독자는 화자와 만나야 합니다. 사실 화자 없이 독자는 소설을 읽지 못합니다. 화자가 서사를 전개할 때, 독자는 그걸 읽을 수 있습니다. 독자가 화자를 피하기 원한다고 해도, 그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건 완전히 불가능할 겁니다. 언제나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할 겁니다. 소설 작가는 여러 시점들을 제시합니다.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전지적인 시점. 하지만 작가가 무슨 시점을 선택하든, 결국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 쓴 소설 에서 독자는 쉐벡의 관점을 따라가야 합니..
[흔히 우리는 도시와 야생이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나, 이 게임은 어떻게 두 요소가 결합하는지 보여줍니다.] 사전적으로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입니다.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그건 사이보그가 됩니다. 이건 꽤나 간단한 개념이나, 결합 방법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결합 방법들은 다양한 가지들을 뻗고 수많은 사이보그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 가령, SF 세상에서 터미네이터(T-800)와 로보캅은 모두 사이보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이네이터와 로보캅은 서로 다른 결합 방법을 보여줍니다. 터미네이터는 금속 골격과 생체 외피의 결합입니다. 주체는 금속 골격 로봇이고, 생체 외피는 그저 금속 로봇을 위장하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죠. 유기체가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유..
소설 에 나오는 아이언 말콤은 수학자입니다. 이 소설에서 아이언 말콤은 혼돈 이론을 떠들고 인간이 복잡한 체계를 쉽게 예측하지 못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 때 뉴욕에서 나비의 날개 바람은 태풍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이건 복잡한 체계 속에서 수많은 것들이 방대한 영향을 미치고 인간이 그걸 모두 계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아이언 말콤은 사람들이 겸손해지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예측하지 못하는, 특히, 생명 현상처럼 스스로 질서를 구축하는 체계를 주물럭거리는 인간은 훨씬 겸손을 배워야 하겠죠. 공원을 답사하는 동안 아이언 말콤이 계속 이런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존 해먼드는 골치가 아팠을 겁니다. 존 해먼드는 아이언 말콤을 초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겠죠. 사실 아이언 말콤은 불청객일지 ..
"원시 생명이 부르는 그릇된 현대 문명의 장송곡.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야심에 찬 자본가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억 년 전 쥬라기 시대의 공룡들을 재현해 낸다. 은 상업주의와 결탁한 과학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독자의 피를 원시의 빛깔로 물들이는 과학 스릴러!" 위 문구들은 소설 을 홍보합니다. 김영사 출판사 판본에는 저런 홍부 문구들이 있죠. 이 정말 독자의 피를 원시의 빛깔로 물들일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이게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고 여길지 모르죠. 하지만 은 공룡들을 꽤난 능숙하게 활용하고 정말 독자가 고대 생태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아쉽게도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룡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나 로버트 소여 같은 작가들과 달리,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룡 팬이 아닌..
[아, 당당한 야생과 무시무시한 괴수, 공포의 포식동물이 되지 못한 그 이름, 스피노사우루스.] 다른 시리즈 영화들과 달리, 영화 는 스피노사우루스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여러 영화들 중에서 는 유일하게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1편 부터 까지, 이 시리즈는 계속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반면, 는 아주 강력한 스피노사우루스를 묘사하고, 심지어 티-렉스를 깔아뭉갭니다. 이건 고증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게다가 수많은 티-렉스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아니, 어쩌면 후자는 전자보다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시리즈에 고증을 바라겠습니까. 마이클 크라이튼은 고생물학 고증을 중시했으나,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는 신나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제 '깃털 없는..
[생물 다양성은 뮤즈입니다. 생물 다양성이 풍성해진다면, 생체 모방 공학 역시 풍성해지겠죠.] 소설 에는 로봇 사냥개가 나옵니다. 이름처럼 그건 사냥개 역할을 맡은 로봇입니다. 범죄자들을 쫓고 싶다면, 경찰은 로봇 사냥개를 이용하죠. 그 범죄자들은 정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라 문화를 간직한 사람들이겠죠. 책을 감췄기 소설 주인공 역시 로봇 사냥개를 두렵게 느끼고요. 하지만 이런 로봇 사냥개가 유용할까요? 왜 경찰들이 구태여 로봇 사냥개를 이용해야 할까요? 로봇 사냥개가 일반적인 경찰견보다 훨씬 튼튼하고 똑똑하고 충성스럽기 때문에? 만약 범죄자가 저항한다면, 일반적인 경찰견은 죽거나 공황에 빠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로봇 사냥개는 일반적인 경찰견보다 훨씬 능숙하고 빠르고 강하게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
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입니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소설로서 악명이 높죠. 이 소설에서 어떤 인물은 온실 가스가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 매우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식물들이 더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이 소설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하게 주장합니다. 기온이 더 올라가면, 영양분을 생성하기 위해 식물들은 더 많은 열을 이용할 수 있고, 덕분에 식물들이 더 잘 자랄 테고, 마침내 작물 생산량 역시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농업계에 유리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기후 변화가 다른 대재앙을 초래할지 모르나, 적어도 식량 생산량이 늘어날 거라고 주장해요. 특히 북쪽 지역(한대 지역)은 온실 가스의 혜택을 톡톡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북쪽 ..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 는 멸종을 탐구합니다. 지구에서 생명체들은 꾸준히 대량 멸종에 돌입하곤 했습니다. 공룡들이 멸종한 사건은 가장 유명하나, 다른 대량 멸종들 역시 지구 생태계를 바꿨습니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인류가 6번째 대량 멸종을 경험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착각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몇 천 년이나 몇 만 년 이후, 지구 생태계는 다시 붕괴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지 몰라요. 그때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만약 살아남는다면, 얼마나 많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때 인류 문명이 무슨 모습으로 바뀔까요. 이는 매우 흥미로운 물음이나,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과학자들은 무엇이 6번째 대량 멸종을 촉발할지 알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