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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을 보면, 주인공이 웬 수달을 보는 순간 고향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무정부주의자인데, 자본주의 사회를 탐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상태였죠. 하필 이 사람이 수달을 보고 고향을 떠올린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주인공은 자본주의 사회의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벽이 있다'고 외치고, 그 누구와도 제대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보다 동물에게 마음을 열었겠죠. 한편으로 주인공은 동물을 볼 때마다 연인을 떠올리는데, 그 연인은 생태학자였습니다. 그래서 자연 환경이나 동물을 볼 때마다 생태학자 연인을 기억하곤 하죠. 주인공의 연인이 하필 생태학자인 이유는 아마 작가 어슐라 르 귄이 무정부주의와 함께 생태주의를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
은 말 그대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인터뷰 모음입니다. 이 책에서 칼 세이건의 여러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뻔하고 뻔한 SF 창작물을 비판하는 과학자로서의 세이건입니다. 왕년에 를 보고, 제3종 근접 조우는 저런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마디 날렸군요. 이 양반은 영화 속 외계인들이 그저 짜리몽땅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세이건은 외계인이 인간과 다른, 뭔가 다른 생명체가 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을 더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스탠리 큐브릭이 이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은 세이건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세이건은 외계인을 그저 피부색만 다른 인간이나 괴상망칙한 괴물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고, 이 영화에는 외계인이 아예 나오지 않죠. 그저 별의 ..
최근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떴습니다. TRAPPIST-1에서 발견한 행성들 덕분에 천문학계가 많이 들떴나 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학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여러 과학 뉴스들은 이번 행성 발견이 꽤나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7개 찾았고, 그 중에 몇몇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유로파 탐사도 그렇고, 이게 너무 앞서간다거나 연구비를 위한 연극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했다고 해도 거기에 뭔가 생명체가 산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설사 생명체가 살아도 인간처럼 문명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행성의 생태계가 아주 원시적이라고 해도, 35억 년 전의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해도..
은 어슐라 르 귄이 쓴 단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딱히 SF 냄새를 풍기지 않습니다. 원래 르 귄이 하드 SF 장르를 별로 쓰지 않지만, 이 소설은 그저 가상의 사회를 이야기할 뿐이죠. (물론 그런 상상력 자체가 바로 사이언스 픽션이죠.) 이 가상의 사회는 축복 받은 유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의 모든 이상들이 이 안에 담겼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롭고 즐겁습니다. 유토피아에 존재할만한 그 어떤 모순이나 괴리도 없을 것 같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그래서 이 소설은 의미 심장하고 서글픕니다. 아무리 평화롭고 진보적인 유토피아에서도 누군가는 착취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니까요. 어쩌면 그 누군가는 극히 일부이거나 소수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압도적인 다수를 위해 극소수의 불행은 필연적일지 모릅니다. ..
드래곤은 검마 판타지의 대표적인 괴수입니다. 처럼 드래곤이 아예 판타지를 상징할 수 있죠. 하지만 SF 창작물들도 이런 드래곤을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드래곤이 워낙 인기 많은 괴수이기 때문에 SF 창작물조차 영입(?)하려고 애를 썼죠. 잭 밴스의 는 제목만큼이나 이런 시도가 엿보이는 소설입니다. 앤 매카프리가 쓴 역시 기사들이 외계 행성(!)에서 외계 돌연변이(!) 드래곤을 타고 다니죠. 중세 유럽 분위기를 외계 행성으로 옮겼다고 할까요. 혹은 처럼 대체 역사 쪽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쪽은 나폴레용 전쟁이 배경이기 때문에 소총수들을 잔뜩 태운 용들이 군함들 사이로 비행하고 싸웁니다. 드래곤의 매력은 그 자체로 강대한 괴수의 대표 주자라는 겁니다. 게다가 불을 뿜고, 하늘을 날고, 매우 튼튼하고,..
는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는 소설 모음집입니다. 미래 도시를 묘사하는 여러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죠. 똑같이 미래 도시를 표현해도 각 소설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풍자적인 소설도 있고, 구원자 신화도 있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도 있고,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이버펑크도 있습니다. 이런 소설 모음집의 장점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읽어볼 수 있어요. 도 이런 형식의 모음집입니다. 제목답게 다양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 모였습니다. 어느 소설은 그냥 디스토피아 수준이고, 어느 소설은 정말 암울하기 그지 없는 묵시록입니다. 어느 소설은 아주 짧고 가볍지만, 어느 소설은 굉장히 묵직하고 난해합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는 시..
은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제목처럼 성 평등에 관련된 작품들만 모였습니다. 모두 15개 소설이 있는데, 영어 판본에는 좀 더 많은 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작 출판사는 그 중에서 좀 더 SF에 가까운 작품들만 골랐고, 이미 번역 출판된 소설을 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구석이 많더군요. 저는 뭔가 SF 소설을 읽고 싶었거든요. 전형적인 SF 소설이요. 그런데 이 모음집의 소설들은 대부분 풍자 소설에 가깝습니다. SF 설정을 살짝 가미했지만, 대부분 풍자 성격이 짙습니다. 애초에 작가들이 성 평등을 부각하기 원했기 때문에 그 점에만 치중한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설정을 짜고 그 설정에 의거해 사건을 전개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풍자와 해학, 상징..
"자연 과학자인 나는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자연 재해와 별 상관이 없는 연구를 해왔고, 경제학이나 정치학처럼 내 분야를 벗어나는 일은 아예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 몇 년 동안은 자연 과학에 쏟았던 관심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사회 과학 분야를 탐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 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 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재난이라는 주제는 이제껏 수 많은 책을 통해 언급되었지만, 자연 과학자가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의 경계에 서서 이 이야기를 한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위 문단은 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저자는 지구 물리학자로서 재난의 피해와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저런 서문을 쓴 이유는 자연 과학만으로 각종..
19세기 소설 부터 21세기의 비디오 게임 까지, 사이언스 픽션은 언제나 유토피아와 이상 사회를 논하곤 했습니다. 아니, 사실 유토피아는 오직 사이언스 픽션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고대 철학자들도 얼마든지 이상 사회를 이야기했고, 중세 철학자들도 다르지 않았죠. 유토피아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이전부터 존재했고, 자신만의 궤적을 꾸준히 그렸습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계몽주의는 유토피아 소설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주었고, 덕분에 유토피아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안으로 들어왔죠. 작가들은 정교하고 논리적인 체계와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이상 사회를 그리려고 합니다. 당연히 사회주의 철학도 여기에 끼어듭니다. 이미 언급한 는 사회주의 체계를 묘사하고, 에서도 프랑스 좌파를 따르는 독일 정당이 나오죠. 아마 사회 민..
영화 의 개봉일이 대략 한 달 남았습니다. 이 영화는 킹콩과 스컬 크롤러를 비롯한 각종 괴수들 때문에 화제지만, 해골섬 괴수들만이 전부는 아니죠. 의 TV 예고편을 보면, 어떤 인물이 폭격 실험을 언급합니다. 그 실험은 사실 실험이 아니라 바로 고지라를 처치하기 위한 공격 행위였습니다.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에서도 이 사건을 언급하죠. 와 은 서로 똑같은 설정을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들은 똑같은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고지라와 킹콩은 똑같은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영화 배급사 레전더리 픽쳐스는 이 크게 흥행할 경우, 두 괴수의 쌈박질까지 계획하나 봅니다. 킹콩과 고지라의 싸움은 나름대로 흥미롭지만, 과연 킹콩이 고지라에게 상대가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과거 토호 영화에서도 킹콩이 모종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