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SF에서 드래곤의 로망 본문
드래곤은 검마 판타지의 대표적인 괴수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처럼 드래곤이 아예 판타지를 상징할 수 있죠. 하지만 SF 창작물들도 이런 드래곤을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드래곤이 워낙 인기 많은 괴수이기 때문에 SF 창작물조차 영입(?)하려고 애를 썼죠. 잭 밴스의 <드래곤 마스터>는 제목만큼이나 이런 시도가 엿보이는 소설입니다. 앤 매카프리가 쓴 <펀의 드래곤 라이더> 역시 기사들이 외계 행성(!)에서 외계 돌연변이(!) 드래곤을 타고 다니죠. 중세 유럽 분위기를 외계 행성으로 옮겼다고 할까요. 혹은 <테메레르>처럼 대체 역사 쪽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쪽은 나폴레용 전쟁이 배경이기 때문에 소총수들을 잔뜩 태운 용들이 군함들 사이로 비행하고 싸웁니다. 드래곤의 매력은 그 자체로 강대한 괴수의 대표 주자라는 겁니다. 게다가 불을 뿜고, 하늘을 날고, 매우 튼튼하고, 교활하고, 기타 등등 훌륭한 괴수의 속성을 모두 갖추었죠. 크라켄도 판타지와 사이언스 픽션 모두에게 사랑을 받지만, 드래곤만큼 다채로운 속성을 갖추지 못했을 듯.
비디오 게임들도 드래곤을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는 심지어 우주 드래곤까지 나옵니다. 생김새는 전형적인 드래곤보다 무슨 바다 괴수입니다. 게다가 이 놈은 엄청나게 큽니다. 우주 함선보다 훨씬 크고 훨씬 강합니다. 플레이어의 함선들이 어설프게 덤비면, 우주 드래곤 앞에서 뼈도 못 추릴 수 있습니다. <스텔라리스>에도 에테르 드레이크라는 놈이 나오죠. 역시 전형적인 드래곤과 달리 생겼습니다. 게다가 역시 엄청나게 거대한 괴수이고, 브레스를 뿜어 함선들을 작살낼 수 있습니다. 흠, 사실 검마 판타지에서도 드래곤이 함선 하나를 깨부수는 거야 일도 아니죠. 심지어 성채까지 깨부수는 놈들인데요. 유명한 글라우룽이나 스마우그는 군대를 비롯해 성채까지 깨부쉈죠. 사이언스 픽션의 드래곤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고지라 같은 괴수도 드래곤의 속성을 어느 정도 이어받았고요.
사실 SF 소설, 영화, 게임에 등장하는 드래곤들을 꼽으면, 그 숫자가 꽤나 많을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드래곤이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드래곤과 조지>처럼 강대한 괴수를 바라는 사람들의 로망은 끝이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