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괴수와 몬스터의 범주 차이 본문
일본 사람들은 흔히 고지라를 '괴수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영어권 사람들은 이걸 '킹 오브 몬스터'로 부릅니다. 그러니까 괴수가 영어권에서는 몬스터입니다. 하지만 괴수와 몬스터는 서로 대등한 단어가 아닙니다. 몬스터의 범주가 훨씬 넓죠. 괴수는 단어 그대로 동물적인 존재를 가리킵니다. 고지라, 가메라, 킹콩, 스컬 크롤러 등은 야수입니다. 고지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지만, 그 근원과 겉모습은 해양 야생 동물입니다. 말 그대로 동물(獸)입니다. 하지만 몬스터는 저런 기괴한 야수들만 아니라 흡혈귀, 미라, 악마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비단 동물이 아니라도 몬스터가 될 수 있죠. 해머 영화사의 흡혈귀나 미라 영화도 몬스터 필름이 될 수 있죠. 따라서 몬스터는 괴수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괴수가 몬스터의 부분 집합이라고 할까요.
영어권에는 괴수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몬스터는 범주가 너무 큽니다. 크리쳐라는 단어가 있으나, 이것 역시 괴수와 상통하지 않습니다. 괴수를 크리쳐라고 부를 수 있으나, 괴수 자체가 크리쳐는 아니죠. 영어권 괴수 팬들은 '카이주'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으나, 카이주는 너무 한정적인 단어입니다. 일본 특촬물 분위기가 너무 진하게 풍깁니다. 게다가 카이주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죠. 영어권 사람들도 예전부터 각종 창작물 속에서 괴수를 활용했지만, 정작 이런 괴수를 따로 지칭하는 용어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냥 몬스터라고 뭉뚱그렸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괴수가 뭐 대단히 특별한 용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하튼 괴수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괴수라는 단어를 영어로 치환하려고 애쓰면, 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가끔 뭔가 신조어를 만들어야 하나 싶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