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상, 분류, 규정/소설을 읽다 (79)
SF 생태주의
소설 은 시간 여행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과거로 떠나고, 과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소설 주인공은 다양한 과거 사람들과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은 다른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과 비슷합니다.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 주인공은 다른 시대로 떠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하지만 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은 그들을 그저 지나간 과거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라고 간주합니다. 에 지나간 과거 역사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순간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이고,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사람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그저 죽은 것이라고 여기나, 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고, 우리..
소설 모음집 는 8편의 장르 단편 소설들을 담았습니다. 2편은 공포 소설이고, 6편은 SF 소설들입니다. 구성에서 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건 SF 소설들에 힘을 주는 모음집이군요. 책을 읽는다면, 독자들 역시 SF 소설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제일 처음에 실린 단편 역시 SF 소설이고요. SF 소설들을 추구하는 모음집으로서 이 책은 전건우 작가가 쓰는 머릿말로 시작합니다. 머릿말에서 전건우는 인공 지능이 소설을 쓰는 시대가 왔으나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쓰는 소설에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계속 소설을 써야 할지 모릅니다. 수많은 인문학자들이나 소설가들은 인공 지능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죠. 수많은 사람들은 그게 인간의 ..
소설 는 화성에서 생존하는 이야기이기고, 동시에 화성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두 가지는 서로 다르지 않거나 동전의 양면일지 모릅니다. 만약 인류가 외계 행성을 개척하고 싶다면, 그 전에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살아남는 동안, 인류는 외계 행성을 개척할 수 있겠죠. 비단 SF 소설만 아니라 같은 소설처럼, 살아남기 위해 생존자는 얼마든지 개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살아남기 원했으나, 결국 작은 개척지를 이루었죠. 역시 마찬가지고요. 아이들은 생존자가 되어야 했으나, 생존하는 동안 다들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은 꽤나 부정적인 사례이나, 생존자들이 개척자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아주 부정적이고 야만적인 개척자가 되었죠. (하지만 이미 미국 같은..
피터 벤츨리가 쓴 는 SF 소설이 아닙니다. 흠, 그렇죠. 이건 SF 소설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수많은 창작가들이 이 소설에 상상 과학을 덧붙이기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는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선보입니다. 어느 날 무시무시한 바다 괴수는 해안을 습격하고, 사람들은 연이어 죽어나가고, 그 괴수를 잡기 위해 주연 인물들은 출동하고, 주연 인물들과 바다 괴수는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기타 등등. 는 바다라는 장엄한 공간과 육식동물이라는 원초적인 공포와 거기에 맞서는 사투와 인간 승리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바다와 육식동물은 상상 과학을 자극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우리 인류는 아직 바다를 제대로 모르고, 따라서 SF 창작가들은 미지의 심연에서 기이한 야수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비단 만 ..
엘리너 아나슨이 쓴 는 에 실린 단편 소설입니다. 제목처럼 은 여러 SF 단편 소설들을 담았습니다. 어떤 소설은 하드 SF 장르이고, 어떤 소설은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은 꽤나 재미있군요.) 어떤 소설은 좀 더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는 미래 사회를 그리지 않습니다. 이 단편 소설에는 첨단 과학 기술이나 우주 항해나 로봇이 나오지 않습니다. 분위기는 중세 판타지와 비슷하고, 소설 주인공(주인공들)은 음유 시인과 비슷합니다. 음유 시인은 대륙을 떠돌고, 어떤 마을에 들리고, 귀족의 성채를 방문하고, 이런저런 모험을 겪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SF 소설보다 중세 판타지 소설에 가깝겠죠. 하지만 은 주저하지 않고 를 실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저는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의 ..
켄 워턴이 쓴 은 꽤나 흥미로운 단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거시적이거나 장대하거나 세상을 획기적으로 뒤집지 않으나,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생태학 같은 과학을 조명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학문들을 자연 과학이라고 여길 겁니다. 생태학은 그렇게 많은 인기를 끄는 학문이 아니죠. 저는 생태학이 뭔가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좋아합니다. 과학자들이 항공기나 컴퓨터나 약물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할 테고 과학이 위대하다고 여길 겁니다. 하지만 생태학은 그런 가시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생태학은 자연 환경에서 생물 다양성이 무슨 관계들을 맺었는지 관측합니다. 이건 분명히 자연 과학적인 방법이나, 뭔가를 직접 생산하지..
소설 모음집 는 미래 도시, 도시 너머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에 참가한 작가들은 제이 레이크, 존 스칼지, 토비어스 버켈, 엘리자베스 베어, 칼 슈뢰더이고, 그들은 미래 도시 설정을 구상했습니다. 다섯 작가들은 똑같은 설정을 공유하고, 그 설정 위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미래 도시는 생태주의에 기대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막대한 양극화와 환경 오염을 일으켰고, 양극화와 환경 오염은 모든 것을 파괴했습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원하고, 그들은 생태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생태 도시는 기존 도시와 별로 접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에서 생태 도시는 풀뿌리 유목민들에게 기반을 두고, 평판 경제를 확립하고, 생..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불사를 꿈꾸었습니다. 사람들은 유한한 생명을 연장하기 원했고, 영원히 살기 바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불로초와 젊음의 샘을 찾기 원했죠. 신을 창조했을 때, 사람들은 신에게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투영했습니다. 그래서 신은 죽지 않아요. 당연히 이런 욕망은 환상 소설들에게 온갖 영감들을 불어넣었고, 작가들은 영원히 살아가는 외계인이나 초인이나 기계 지성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외계인은 느리게 살아가고, 모든 것을 천천히 사고하고 판단합니다. 어떤 초인은 영원한 삶이 외롭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광경을 바라봅니다.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어떤 기계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죽음과 영생은 숱한 논란들을 일으키고, 불사 판매 회사 역시 그렇겠죠. 만약 영..
제목이 풍기는 느낌처럼 소설 는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그립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유토피아 소설들이 즐겨 이용하는 전형적인 줄거리를 따릅니다. 수많은 유토피아 소설들에서 소설 주인공은 우연히 다른 문명을 방문하고, 그 문명을 둘러봅니다. 소설 주인공은 낯선 문명이 자신의 문명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문명을 비판하죠.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를 이상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입니다. 19세기에 SF 소설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 이런 유토피아 소설들은 이미 수없이 나왔죠. 근대 작가들 역시 인간이 다른 행성을 방문하고 외계인들의 사회를 둘러보는 내용을 썼습니다. 당연히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은 많이 모자랍니다. 인문학적이거나 사회 과학적인 주제가 강했기 때문에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은 그저 들러리에..
존 크리스토퍼가 쓴 은 사람들이 못 먹고 굶주리는 이야기입니다. 소설 제목처럼 온갖 작물들이 시들고, 식량들이 부족해져요. 사람들은 굶주리고, 굶주림은 이성과 문명이라는 가식을 벗기고, 마침내 다들 서로 죽이기 시작합니다. 좀 더 먹기 위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짓밟고 죽이고 부려먹습니다. 사회적 안전망 따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정부는 국민들을 버리고, 국민들은 신뢰와 화합을 버리고, 문명 세계는 죽고 죽이는 무법천지가 됩니다. 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미화하거나 왜곡하거나 우회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얼마나 빨리 문명 세계가 무법천지로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가식을 집어던질 수 있는지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문명인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