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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스팀펑크 판타지입니다. 스팀펑크는 19세기 유럽에 첨단 미래 기술이나 대체 역사를 투영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만약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서 인공 지능 로봇들이 돌아다니거나, 커다란 수송 비행선이 둥둥 떠다니거나, 개조 동물들이 뛰어다니거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운다면, 그걸 묘사하는 소설은 스팀펑크 소설이 될 수 있겠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책은 의 개정판입니다.)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19세기 런던과 비슷한 뉴크로부존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묘시합니다. 뉴크로부존에는 비단 인간만 아니라 양서류 종족, 벌레 종족, 나무 종족, 조류 종족 등 다양한 유사 인간들이 살아갑니다. 지상과 바다에서 기괴한 동물들은 마차들과 화물선들을 이끌고, 인공 지능 로봇들은 증기를 쉭쉭 뿜습니다. 도시의 한쪽..
Strange Horizons이라는 사변 소설 잡지에서 엘리너 아나슨은 Hwarhath 시리즈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엘리너 아나슨은 친척들에게 자신이 기후 변화와 맞서는 미래 인류를 그린 SF 소설을 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미래 인류는 바다에 철분들을 뿌리고, 거대 궤도 우산을 띄우고, 자연 생태계를 대규모로 보존합니다. 하지만 친척들은 그런 소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고,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어요. 그때 엘리너 아나슨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한다고 느꼈습니다. 기후 변화가 아주 심각한 대재난이 될 수 있음에도, 친척들은 그걸 적극적으로 막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저 절망하고 대안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마치..
구글링 이미지에서 을 검색하면,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뉴크로부존을 묘사했으나, 풍경들은 각자 다릅니다. 어떤 그림은 19세기 런던의 전형적인 한 장면을 뻥튀기하고, 뉴크로부존에 덧붙입니다. 이런 그림 속에서 건물들이나 구조물들이나 다리들은 훨씬 웅장하나, 기본적인 분위기는 19세기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뉴크로부존이 이렇게 생겼다고 상상했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이 영국 작가이고 런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는 뉴크로부존이 비틀리고 과장된 19세기라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어떤 그림은 19세기보다 20세기 초기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규모는 웅장하나, 너무 삭막하고, 사이언스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어떤 그림은 높은 탑들과 아파트들을 하늘로 쭉쭉 세우고, 좀 더..
소설 에는 여러 리메이드들이 등장합니다. 리메이드는 일종의 개조 생명체입니다. 생체 개조 기술이 워낙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소설은 온갖 리메이드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요소처럼 그런 리메이들은 절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아요. 생체 개조 기술은 추악하고 비참한 결과물들을 낳았습니다. 윤락가에서 성욕을 채워주는 사람들, 귀족이나 권력자를 호위하는 경비병들, 축제에서 구경거리가 되는 종족들. 어디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19세기부터 SF 소설들은 생체 개조 기술을 별로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았어요. 예전에 몇 번 말한 것처럼 메리 셸리, 허버트 웰즈, 로버트 스티븐슨, 오귀스트 릴라당, 심지어 아서 코난 도일조차 생체 개조 기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SF 소설은 그런 ..
[분명히 겉모습은 스팀펑크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팀펑크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떤 비평에서 을 비판했을 때, 듀나는 이 영화가 스팀펑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은 중세 유럽을 설정했으나, 헨젤과 그레텔은 중세 유럽 사람처럼 차려입지 않았습니다. 마치 20세기 옷차림인 것처럼 보이죠. 게다가 헨젤과 그레텔은 회전 기관총이나 전기 충격기를 사용해요. 듀나는 스팀펑크에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이 스팀펑크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흠, 자신만의 논리…. 스팀펑크 장르에서 자신만의 논리는 뭘까요. 어떻게 스팀펑크는 자신만의 논리를 갖출 수 있을까요. 가령, 같은 소설은 훌륭한 스팀펑크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이런 소설은 자신만의 논리를 갖추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논리는..
추악하고 부패한 대도시와 형사는 잘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형사가 아니라 탐정을 집어넣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형사처럼 탐정은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수많은 탐정들은 형사들과 어울리거나 전직 형사 출신입니다. 그래서 19세기의 대도시 런던은 셜록 홈즈를 낳았고, 20세기의 어두운 미국 뒷골목은 필립 말로나 샘 스페이드를 낳았을 겁니다. 이런 탐정 소설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어요. SF 소설들 역시 이런 형식을 빌립니다. 이나 은 어떻게 SF 소설이 디스토피아 대도시와 탐정을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죠. 어쩌면 역시 이런 형식에 속할지 모르겠군요. 저는 만약 소설 이 탐정을 내세웠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곤 합니다. 은 스팀펑크 디스토피아입니다. 차이나 미에빌은 추악하고 부패한 도시 뉴크로부존을 전면에 ..
[구태여 이런 디스토피아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도시는 디스토피아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은 대도시를 여러 방법들로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 , , 같은 소설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도시를 조명하죠. 에서 또 다른 런던은 밑바닥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에서 온갖 희한한 사람들이 런던에 우글거리고 누군가는 거대한 두족류 신이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고 떠듭니다. 에서 시민들은 다른 도시를 외면하기 위해 기이한 풍습을 형성해요. 저는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소설이 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에 뉴크로부존은 각종 부패들이 모이는 온상 같습니다. 도시는 끊임없이 산업 폐기물들을 배출하고, 시장은 폭력 조직들과 결탁하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빈민들을 몰아내고, 인간들은 다른 지적 종족들을 차별합니..
[양쪽은 똑같은 내용을 다루나, 두 소설 표지 그림은 서로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소설 은 의 재편입니다. 두 판역 모두 차이나 미에빌이 쓴 '첫째 바그-라그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각자 다르고, 그래서 제목 역시 다른 듯하군요. 퍼디도라는 발음보다 페르디도라는 발음이 뭔가 더 스팀펑크 판타지에 어울릴 것처럼 들립니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두 소설은 표지 그림 역시 다릅니다. 은 조류 인간 가루다가 높은 건물 위에서 뉴크로부존 도시를 둘러보는 장면입니다. 음울하고 추악한 소설 내용을 반영하는 듯하군요. 반면, 은 좀 더 스팀펑크에 가깝습니다. 좀 더 밝고 따스한 느낌이에요. 지저분하고 참혹한 소설 내용과 별로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팀펑크 장르가 (19세기 유럽..
[모스라는 여왕 제노모프 같은 징그러운 절지류 괴물 생산 공장, 절지류 암컷 괴물들과 다르죠.] 소설 은 절지류 괴수를 때려잡는 이야기입니다. 이 풍성한 소설은 여러 이야기들, 특히 도시 경관을 묘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으나, 근본적으로 절지류 괴수가 등장하는 이야기죠. 그 괴수들은 나방처럼 생겼고, 사실 나방이라고 불립니다. 아주 징그럽고 흉악한 나방들이죠.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했고, 꿈에서 도저히 보고 싶지 않은 징그러운 벌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차이나 미에빌이 무조건 절지류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 온갖 유사 인간들을 내보내고, 그 중에 벌레 종족도 있습니다. 이 벌레 종족을 이용해 차이나 미에빌은 절지류를 혐오하는 고정 관념..
소설 은 추레하고 지저분한 디스토피아입니다. 이 소설은 뉴크로부존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그 도시를 통치하는 군부가 얼마나 부패하고 더럽게 굴러가는지 묘사하죠.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시장은 서슴없이 폭력 조직과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폭력 조직이 도시 안에서 위험한 괴물들을 사육한다고 해도 시장은 딱히 상관하지 않아요. 심지어 시장은 기생 생명체나 외계 존재, 악마와도 협력하곤 합니다. 은 판타지 소설인 만큼, 온갖 희한한 생명체들과 외계 존재들을 선보입니다. 그런 존재들은 인류에게 심각한 해를 미칠 수 있으나, 시장은 도시를 유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런 존재들마저 끌어당깁니다. 당연히 시장은 노동자들을 짓밟거나 유사 인간들을 무시합니다. 유사 인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