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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에는 화자,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이건 소설이 드러내는 가장 커다란 특징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소설에는 화자가 있고, 화자는 서사를 전개합니다. 소설을 읽기 위해 독자는 화자와 만나야 합니다. 사실 화자 없이 독자는 소설을 읽지 못합니다. 화자가 서사를 전개할 때, 독자는 그걸 읽을 수 있습니다. 독자가 화자를 피하기 원한다고 해도, 그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건 완전히 불가능할 겁니다. 언제나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할 겁니다. 소설 작가는 여러 시점들을 제시합니다.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전지적인 시점. 하지만 작가가 무슨 시점을 선택하든, 결국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 쓴 소설 에서 독자는 쉐벡의 관점을 따라가야 합니..
※ 이 게시글은 라는 게시글(링크)을 어느 정도 보충 설명합니다. "나우트론 레스포크 로르니 비르치." 이건 소설 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아침에 노틸러스 갑판 위에서 이렇게 부관은 중얼거리죠. 소설 화자 아로낙스 박사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건 암호일지 모릅니다. 아니면 이건 새로운 언어일지 모릅니다.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승무원들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노틸러스 승무원들에게는 국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하기 원했고 새로운 공동체를 꾸렸습니다. 노틸러스는 단순한 잠수함이 아닙니다. 승무원들에게 노틸러스는 새로운 공동체입니다. 새로운 공동체에게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할 테고, 네모 선장과 승무원들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겠죠. "나우트론 레스포크 로르니 비..
로봇 공학(robotics)은 일상적인 용어입니다. 로봇 공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로봇 공학이 어색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누군가가 로봇 공학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자동화 기계나 실험적인 인간형 로봇을 머릿속에 떠올리겠죠. 다들 이게 자연 과학 용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로봇 공학은 자연 과학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로봇 공학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었죠. 이건 SF 용어였습니다. 이건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재미있게도 아이작 아시모프 역시 자신이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로봇 공학을 언급했을 때,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 공학이라는 용어가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모프가 로봇 공학을 언급할 때까지, 아무도 로봇 공학이라는 용어..
소설 은 시간 여행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과거로 떠나고, 과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소설 주인공은 다양한 과거 사람들과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은 다른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과 비슷합니다.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 주인공은 다른 시대로 떠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하지만 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은 그들을 그저 지나간 과거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라고 간주합니다. 에 지나간 과거 역사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순간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이고,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사람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그저 죽은 것이라고 여기나, 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고, 우리..
SF 소설은 등장인물을 등한시하는 소설로서 유명합니다. 소설을 이루는 3대 요소가 사건, 배경, 인물이라면, SF 소설은 인물보다 사건과 배경에 훨씬 치중합니다. 특히, SF 소설에서 배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정 놀음을 즐깁니다. 설정 놀음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레고 블록을 짜맞추는 것처럼 SF 팬들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고, 가상의 세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살핍니다. 심지어 어떤 SF 작가 지망생들은 소설보다 설정 사전에 더 신경을 쏟습니다. 설정 사전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고, 그 자체로서 소설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SF 작가 지망생들은 열심히 설정 사전을 씁니다. 설정 사전을 열심히 쓰느라 그들은 기운을 소모하고, 결..
"아마 여러분이 짐작하는 것처럼, 결국 우리는 비디오 게임들을 이용해 '인류의 시간대'를 채우는 야망을 품었습니다. 미래를 포함해서요." 비디오 게임 가 알려졌을 때, 게임 제작진 중 하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는 패러독스 스튜디오가 만든 게임이고, 이전에 패러독스 스튜디오는 , , 같은 거대 전략 게임들을 주로 만들었죠. 아마 게임 제작진은 중세부터 현대를 거치고 미래로 이어지는 거대한 줄기를 그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SF 세상에서 이런 야심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수많은 SF 작가들은 원시 시대부터 우주 시대까지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은 원시 인류와 우주 항해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은 평행 세계들을 넘나들고,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부터 아득한 미래까지 둘러봅니다. 는 광대한 우..
SF 개론서 는 환경 아포칼립스가 1970년대부터 늘어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략 1970년대부터 SF 작가들이 실질적인 환경 오염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주요 소재로 이용했다는 뜻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겠으나, 폴 에를리히를 빼놓지 못할 겁니다. 폴 에를리히는 을 썼죠. 이 양반은 인구가 너무 증가하면, 자연 생태계가 그 인구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자연 생태계는 한계가 있고, 인구가 그 한계를 넘어 소비한다면, 자연 생태계는 붕괴하고 말 겁니다. 인구는 환경의 변화, 특히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간단히 생각한다면, 인구 폭발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소비량이 늘어납니다. 소비량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자원이 줄어듭니다. 자원이 너무 줄어들면, (..
※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작품들의 중요한 줄거리를 설명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 존 스칼지의 소설 , 피에르 불의 소설 ,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 이런 작품들의 내용 누설을 피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소설 은 외계인들에게 쫓기는 어느 지구 우주선을 이야기합니다. 이 우주선은 지구 소속이나, 재미있게도 우주선을 지휘하는 선장은 인간이 아닙니다. 돌고래죠. 유전자 조작을 거치고 인간만큼 똑똑한 신종 돌고래입니다. 이 우주선에서 신종 돌고래는 비단 선장만이 아닙니다. 각종 승무원들과 탐사 대원들과 과학자들 역시 신종 돌고래들이고, 게다가 지질학자 신종 침팬지까지 끼어있습니다. 인간 승무원들도 있으나, 인간들은 우주선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뭐, 결국 신종 돌고래..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라는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은 로봇 3원칙, 특히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원칙을 어떻게 로봇이 해석할지 주로 이야기하죠.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아시모프 특유의 논리적 전개와 반전에 감탄했으나, 한편으로 교정 로봇이 참 부럽더군요. 이 로봇은 제목처럼 오탈자를 고칩니다. 어려운 물리학 책을 건네도 순식간에 오탈자를 고칩니다. 아마 단편 소설 정도는 순식간에 고칠 수 있겠죠.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로봇이 꽤나 유용할 겁니다. 성격이 덜렁거리는 글쓴이라면, 훨씬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덤벙거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오탈자를 많이 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벌써 수많은 오탈자를 냈군요. 분명히 퇴고할 때는 안 보였던 오탈자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