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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다양한 시간 여행 소설들에서 소설 주인공들은 여러 시간대를 건넙니다. 어떤 주인공은 그저 단순히 특정한 시간대에 머무나, 어떤 주인공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롭게 건너가죠. 심지어 시간 여행자들은 고대와 중세와 근대와 머나먼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시간 여행자들은 전혀 다른 관념들에 휩싸입니다. 고대 성직자들은 하늘이 왕을 점지했다고 이야기했고, 그건 고대에서 윤리적으로 정당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왕권신수설은 더 이상 윤리적이지 않은 논리가 되었습니다. 아마 고대의 시간 여행자가 미래로 건너뛴다면, 사람들이 왕을 떠받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랄지 모릅니다. 어쩌면 고대의 시간 여행자는 사람들이 왕 대신 대기업들을 떠받드는 모습을 보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
기독교 문명에서 성탄절은 아주 중요한 축일입니다. 성인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생일이기 때문에 다른 축일보다 의미가 더 크죠. 게다가 20세기 이후, 성탄절은 연말과 겹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휴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성탄절이라는 표현보다 성휴일(해피 홀리데이)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독교 신도가 아닌 사람들 역시 성탄절을 많이 기다릴 겁니다. 나라마다 연말 휴일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겠으나, 어쨌든 사람들은 휴일을 바라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놀고 싶다면, 휴일이 유일한 희망이죠, 뭐.)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은 바쁘게 휴일을 준비합니다. 수많은 상점들은 연말 휴일을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축제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몰립니다. ..
추리 소설들 속에서 어떤 탐정들은 전문 분야를 맡습니다. 가령, 데니스 루헤인이 쓴 추리 소설들 속에서 패트릭 켄지는 실종 사건을 전담합니다. 원래 추리 소설에서 가장 자극적인 사건은 밀실 살인 사건이나, 패트릭 켄지는 주로 실종 사건들에 끼어들죠. 사실 여러 범죄들은 성향이 다르고, 따라서 탐정들도 각자 장기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신기술을 이용하는 범죄자가 등장한다면, 당연히 탐정 역시 신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야 할 겁니다. 이런 추리 소설은 SF 소설처럼 보이는 테크노 스릴러로 이어질지 모르죠. 사실 SF 작가들은 신기술을 이용한 범죄들을 내놓곤 합니다. 신체 개조나 가상 현실은 범죄로 쓰이기에 아주 좋은 신기술일 겁니다. 따라서 신체 개조나 가상 현실을 전담하는 탐정이나 경찰이 등장할지..
소설 를 일종의 환상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상한 세계(미래)를 여행합니다. 이건 만큼 비일상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는 환상 문학에 속할 겁니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SF 소설보다 사상/철학 서적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환상 문학적인 면모를 간과하지 못하겠죠. (게다가 처럼 정말 SF 소설이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소설도 있고요.) 윌리엄 모리스는 여러 환상 소설들을 썼고, 저는 이것들이 후대에 영국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환상 소설들을 쓰는 작가답게 윌리엄 모리스는 에서 '이상한 왕국'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추구하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과..
만약 21세기 현대인이 몇 만 년 전의 인류를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요. 아마 격세지감을 느낄 겁니다. 그 시절, 인류는 육식동물들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질병이 퍼져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죠. 식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그들은 어떻게 지진이나 해일이나 폭설을 해석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과거 인류는 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을 몰랐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현대 문명은 전혀 다릅니다. 인류는 이제 육식동물을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육식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몰렸습니다. 질병은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인류는 천연두 같은 질병을 지구에서 추방했습니다. 인류는 자연 재해를 분석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생산량이 넘쳐나기 때..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은 시간 여행물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은 타임 슬립 능력이 있고 20세기에서 19세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능력이 주인공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도때도 없이 발동이 된다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하필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장소가 미국 남부 농장이라는 점이고요. 아, 더욱 큰 문제는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이죠. 난데없이 과거로 추락한 흑인 주인공은 19세기 미국 남부 농장에서 지옥 같은 현실과 맞닥뜨립니다. 자신이 미래에서 온 자유인이라고 주장해봤자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좋든 싫든 주인공은 흑인 노예로서, 노예들의 가혹한 삶을 일상처럼 바라보면서 농장에서 죽도록 일해야 합니다. 채찍질이나 고문이나 폭행, 신체 절단, 강간 등은 예사이고, ..
옥타비아 버틀러의 은 갑갑한 소설입니다. 네, 아주 갑갑하죠. 배경은 19세기 미국 남부 농장이고, 당연히 노예들의 참혹하고 끔찍한 삶이 과감없이 드러납니다. 아, 물론 이 세상에 노예가 나오는 창작물은 많고 많습니다. 은 그런 수많은 소설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아마 이것보다 훨씬 슬프고 처절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넘쳐날 겁니다. 문제는 그런 작품들과 달리 은 시간 여행물,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타임 슬립입니다. 주인공은 사실 19세기 사람이 아니라 20세기 사람입니다. 1960년대의 흑인 여자입니다. 아직 인종 차별이 극심하게 남아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흑인이 (공식적으로) 노예처럼 취급을 받지 않았죠. 적어도 (공식적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피부색은 차별 대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이런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