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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른바 주류 소설과 장르 소설이 다른 이유들 중 하나는 비인간적인 존재일 겁니다. 주류 소설들은 인간들만 이야기합니다. 설사 이나 처럼 다른 존재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현실을 넘어가지 못하죠. 사이언스 픽션은 자유롭게 현실을 벗어나고 다른 존재들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비인간적인 존재들은 우리 인류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어요.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만난다면, 인간을 훨씬 더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겠죠. 인류를 이야기하기 위해 반드시 외계인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인류를 외계인과 비교할 수 있고, 인류가 누구인지 훨씬 강조할 수 있겠죠. 그래서 크리스 켈빈이 솔라리스 정거장으로 날아갈 필요가 있었고요. 하지만 종종 사이언스 픽션은 외부인이나 이방인이 아니라 내부인에게..
[이런 항공모함이 생체 함선이라고 해도, 이건 생태주의 사상과 별로 관계가 없을 겁니다.] 예전에 파이락시스가 게임 를 공개했을 때, 여러 사람들은 조화 성향의 디자인이 뭔가 생체적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가령, 레딧 같은 사이트에서 유저들은 조화 성향의 순양함(트리톤)이 유기적이라거나 생체 함선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조화 순양함은 정말 그렇게 보입니다. 아마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으나, 저는 조화 순양함이 정말 생체 함선처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성향의 함선들, 가령, 순수 순양함이나 우월 순양함은 확실히 기계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순수 순양함(디스트로이어)은 투박하고 무식하게 보이고, 우월 수양함(아비터)은 날렵하고 세련되게 보입니다. 디스트로이어는 화력과 내구력을 중시하고, 아비터는 전산 통신망..
[생체 비행선의 함교 내부. 몇몇 개조 도마뱀이 보인다고 해도,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괴수와 거리가 멀어요.] 스콧 웨스터펠드가 쓴 소설 은 말 그대로 레비아탄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이 가리키는 레비아탄은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저 유명한 바다 괴수가 아닙니다. 그보다 생체 비행선이죠. 소설 속에서 인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발달시킵니다. 그래서 인류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들 수 있고, 산업과 전쟁을 위해 온갖 개조 동물들을 이용합니다. 레비아탄은 그런 동물들 중 하나이고,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고래입니다.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공룡 따위는 감히 깝치지 못합니다. 15m짜리 스피노사우루스는 감히 몇 백 m짜리 레비아탄에게 깝치지 못할 겁니다. 레비아탄에 비한다면, 공룡만 아니라 고지라 같은 거대 괴수조차 상..
[질척거리고 꿈틀거리는 생체 우주선 렉스. 솔직히 이건 별로 유쾌한 우주선이 아니죠.] (내용 누설 덕분에) 이름을 밝히지 못할 어느 시간 여행 소설에는 화성인들이 등장합니다. 이 이름을 밝히지 못할 소설에 등장하는 화성인들은 좀 특이합니다. SF 소설 속에서 수많은 외계인들은 최첨단 기술 문명을 자랑합니다. 외계인들이 각종 최첨단 무기들로 인류를 공격하는 장면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고전적인 부터 같은 비디오 게임까지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이 특이한 화성인들은 최첨단 기계 문명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이 화성인들은 분명히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나, 기계 공학은 그 문명을 떠받치지 않아요. 대신 그들은 생물 공학을 이용하죠. 아예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신 수많은 동물들을 이용합니다. ..
소설 은 파올로 바치갈루피가 쓴 디스토피아입니다. 아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까요. 무지막지한 질병이 전세계를 휩쓸었고, 그래서 소설 속의 세계는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이 질병은 수많은 작물과 가축을 죽였고, 인류는 새로운 작물과 가축을 만들어야 했어요. 유전자 조작 기술 덕분에 인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종자를 만들었으나,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류는 질병을 추방하지 못했고, 게다가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이게 노다지가 된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유전자 해커를 고용하고, 다른 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해킹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자에 저작권을 걸었죠. 따라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식량 기업들이 조작한 작물과 ..
예전에 어떤 과학 잡지에서 '미래의 경찰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경찰견은 일종의 강화복을 입었고, 그 강화복에 기계팔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경찰견은 그 기계팔을 이용해 물건을 다룰 수 있었죠. 심지어 그 기계팔은 권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런 상상력은 꽤나 괴악합니다. 사실 그 잡지는 1980년대에 나왔고 게다가 어린이 과학 잡지였습니다. 따라서 그런 괴악한 상상력이 날개를 펼칠 수 있었죠. 과거에는, 그러니까 1960~80년대에는 과학 잡지들이 온갖 상상력을 펼쳤고, 과학자들도 엉뚱한 청사진을 설계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농담으로 삼을 수 있으나, 그 당시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해괴한) 상상력은 오늘날의 S..
[게임 시리즈의 노블 분대. SF 세상에서 대부분 강화복들은 기계 장비들입니다.] 소설 와 이후, 강화복은 밀리터리 SF 장르에서 빠지지 못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주 전쟁을 다룬 이야기들이 전부 강화복을 애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화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나 우주 전쟁물도 많아요. 하지만 강화복은 분명히 밀리터리 SF 장르가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각 창작물들마다 (이름과 형태는 다르지만) 다양한 강화복들을 선보이죠. 모든 강화복들의 공통점이자 기본적인 조건은 말 그대로 '근력을 강화해주는 옷'이라는 겁니다. 누가 강화복을 입든, 강화복은 옷이어야 합니다. 착용자는 강화복에 탑승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착용합니다. 이게 여타 인간형 보행 장비와 강화복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겁니다..
유토피아 설정은 비단 유토피아 소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같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하위 장르들 역시 유토피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주 탐사물, 스페이스 오페라, 밀리터리 SF 소설들도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리곤 합니다. 물론 이런 소설 속의 문명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최대한 이상적으로 그렸으나, 어떤 독자는 (심지어 소설 주인공이) 거기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 인류 혹은 인류의 후손이 텔레파시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가정하죠.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개인의 행동을 공동체와 연결시키죠. 게다가 공감 능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적 재산을 소유하지 않아요. 서로의 ..
셜록 홈즈와 함께 드라큐라는 세상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소설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드라큐라의 라이벌 아브라함 반 헬싱도 인기가 많죠. 반 헬싱이 드라큐라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드라큐라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 헬싱이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 헬싱은 이성과 과학으로 음습한 악의 무리를 뒤쫓는 사냥꾼이고, 이런 사냥꾼의 이미지는 후대 창작물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가령, 휴 잭맨이 주연한 도 그런 종류입니다. 드라큐라 이야기지만, 흡혈귀보다 반 헬싱에 더 초점을 맞췄죠. 이름도 가브리엘 반 헬싱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도 그런 창작물입니다.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으로 부를 수 있으려나요. 은 일종의 핵 앤 슬래..
소설 는 폐선을 해체하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입니다. 폐선 해체는 상당히 위험한 작업입니다. 낡은 배가 해안에서 좌초하면, 빈민들이 거기에서 각종 부품이나 금속을 뜯고, 그걸 시장에 내다팔죠. 당연히 별별 사고가 벌어집니다. 배 안으로 들어간 '아동' 노동자들은 유독한 가스를 들이마시거나, 좁은 틈에 끼이거나, 물에 빠지거나, 부품에 머리를 두들겨 맞는 등등 각종 사고를 당합니다. 사실 폐선 해체 작업은 정상적인 노동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빈민들이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행위에 불과하죠. 그래서 대부분 폐선 해체 작업은 이른바 제3세계에서 벌어지거나 아주 가난한 이들의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의 주인공 아이도 그렇게 아주 가난한 계급이죠. 그런데 이 소설은 제3세계의 비극을 고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