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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는 노틸러스 잠수함이 어떻게 생겼다고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특정한 수치들과 내부 구조들을 살펴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몇몇 의문은 남습니다. 가령, 독자들은 어떻게 노틸러스가 충각을 수납하는지 잘 모를 겁니다. 독자들은 어떻게 충각이 생겼는지 모를 겁니다. 노틸러스에는 충각이 있고, 이 충각은 노틸러스가 장비한 유일무이한 무기입니다. 승무원들이 쏘는 소총들이 개인 화기이기 때문에 소총들 이외에 대함 무기는 유일무이한 충각입니다. 노틸러스에는 함포나 함재 쇠뇌가 없습니다. 쥘 베른이 를 썼을 때, 유럽 사람들은 이미 어뢰라는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노틸러스는 얼마든지 대포를 쏘거나 작살을 쏘거나 어뢰를 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물 속을 항해하는 잠수함으로서 대포나 어뢰는 노틸..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아로낙스 박사, 내 전기는 세간에서 흔히 쓰이는 전기가 아니에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군요." 소설 에서 네모 선장은 아로낙스 박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로낙스는 어떻게 노틸러스가 움직이느냐고 물었고, 네모는 전기로 움직인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그게 무슨 전기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아로낙스 역시 더 이상 캐묻지 않아요. 게다가 노틸러스를 둘러보는 아로낙스는 계속 수수께끼들에 부딪히나, 그걸 일일이 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로낙스는 네모에게 "성과에만 주목하고 굳이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로낙스가 아예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로낙스는 정말 중요한 사실들을 은근슬쩍 우회한다는 느낌을 풍깁니다. 왜 그랬을까..
예전에 브라이언 싱어가 각본을 집필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싱어가 영화 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요즘에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계속 추진 중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작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영화화가 계속 추진 중인 것 같습니다. 는 상당히 유명한 소설이고, 그래서 각색물이나 리메이크 역시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 디즈니 실사 영화가 제일 널리 알려졌겠으나, 그 외에 다른 리메이크들도 많죠. 하지만 (디즈니 실사 영화는 물론이고) 이런 리메이크들이 정말 소설의 정수를 담았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의 리메이크물을 많이 보지 못했으나, 줄거리나 관련 소감을 읽어보면, 이런 리메이크들이 소설의 정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듯합니다. 저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영화 에 나오는 노틸러스. 바다의 시미터. 고증은 다소 어설프나, 모양은 독특합니다.] 흔한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함대를 해군 체계처럼 구성하곤 합니다. 함재기, 고속정, 호위함, 구축함, 순양함, 전함, 모함 등이 우주 함대를 이루죠. 때때로 우주 고속정이나 구축함은 '어뢰'를 쏩니다. 우주의 발사체를 그저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뢰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게 뭔가 해군다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주 함대가 해군의 체계를 모방한다고 해도 '잠수함'이라는 이름을 우주선에 붙일 수 없을 겁니다. 잠수함의 주된 역할은 말 그대로 잠수이지만, 우주에서 잠수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아무리 우주가 또 다른 바다처럼 보여도 우주는 바다처럼 수중과 수면으로 나뉘지 않아요.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