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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문학이 흥미로운 이유들 중에서 하나는 문학이 아주 커다란 비유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에는 여러 비유들과 상징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문학적인 표현은 각종 비유들이나 상징들을 가리킵니다. 문학 속에는 많은 비유들이 있고 작가들은 그런 비유들을 이용해 어떤 대상을 훨씬 강조할 수 있습니다. "그 아가씨의 젖가슴은 수밀도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어떻게 아가씨의 젖가슴이 복숭아일 수 있죠? 아가씨가 복숭아를 맺을 수 있나요? 인간 여자가 복숭아를 맺을 수 있나요?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 속의 식물 종족처럼, 이 아가씨가 식물 종족일까요? 그건 아니겠죠. 이 문장을 읽은 이후, 독자들은 아가씨가 복숭아처럼 탐스러운 젖가슴을 선보인다고 생각할 겁니다. 탐스러운 젖가슴은 아주 평범한 묘사이나, 작..
소설 에서 앤 레키는 오직 여성 대명사만을 사용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남성 대명사가 나오지 않아요. 심지어 사람들이 욕할 때조차, 젖가슴 운운할 뿐이고 좆(자지)을 들먹이지 않죠. 어쩌면 비단 젖가슴만이 아니라 씹(보지) 구멍 운운하는 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앤 레키가 여성 대명사를 사용한 이유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여자들이 약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여자가 약자이기 때문에 오직 여성 대명사만을 사용하는 사회는 이질적이겠죠. 독자들은 그런 사회가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테고, 작가는 그런 감성을 노렸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설정이 잘못이라고 따질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남자들 역시 숱한 고초들을 겪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폭행을 당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여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남자들 역시 많습니..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쓴 은 식민지 수탈을 비유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식민지 수탈이라는 행간을 읽기는 어렵지 않겠죠. 제임스 팁트리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현실에서 그런 끔찍한 학살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은 에서 식민지 수탈을 상기할 겁니다. 비단 만 아니라 SF 세상에는 이런 식민지 수탈을 비유하는 소재들이 많습니다. 같은 우주 4X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어들은 아주 당연하게 식민지 개척이라는 용어를 입에 담습니다. 사실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는 서구의 식민지 침략과 절대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노골적으로 서구의 식민지 침략을 모방합니다. 하지만 는 재미있는 우주 4X 게임입니다. 문제는 현실이죠. 현실은 보다 훨씬 끔찍하고 복잡합..
소설 은 꽤나 비극적입니다. 은 여러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자연 과학적인 고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이 소설은 외계인들을 계급 구조에 비유하고, 어떻게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SF 작가들은 외계인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방인으로 그립니다. 다른 세상에서 왔기 때문에 외계인은 이방인이고, 작가는 외계인을 비주류적인 계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회 속에는 여러 계층들이 존재하고, 주류적인 계층은 비주류적인 계층을 쉽게 무시하거나 외면합니다. 주류 계층에게 비주류 계층은 정말 외계인입니다. 주류 계층은 비주류 계층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주류 계층은 주류 세상에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장애인, 성 소수자, 빈민, 노예 등은 쉽게 대중적인 담론이 되지 ..
은 페미니즘 장르 소설 모음집입니다. 여러 중편과 단편 소설들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죠. 이 소설 모음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 중 하나는 '여자들만의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에는 남자가 없고 여자들만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걸 여자들만의 유토피아, 페미니즘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겠죠. 페미니즘은 성 평등 사상이지만, 성 평등을 이룩하고 싶다면 우선 약자(여자)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약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래서 여자들만의 공동체는 페미니즘 유토피아 설정이 될 수 있겠죠. 실제 페미니즘 전문가들이 이런 설정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전문가들은 여자들만의 공동체가 페미니즘 사상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말할지 몰라요.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은 '남자에 의존하지 않는 여자..
소설 에는 꽤나 희한한 우주 비행사가 나옵니다. 이 우주 비행사는 남자인데,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섹스하겠다는 일념을 품었습니다. 이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예 대놓고 자신이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할 거라고 다짐합니다. 섹스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X지'가 전부 자기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소설에 저런 단어가 몇 번씩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섹스광이 소설 속의 별난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 우주 비행사는 좀 과장된 캐릭터지만, 그래도 '평범한 남자들'의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강간이나 성 희롱은 사이코패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실 보통 남자들도 기회만 된..
은 제임스 팁트리의 소설 모음집의 제목이자 소설 제목입니다. 모두 11개 작품이 실렸고, 대부분 SF 소설에 가깝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크게 1장 '사랑은 운명'과 2장 '운명은 죽음'으로 나뉩니다. 아마 1장에는 존재들이 서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고, 2장에는 그 존재들이 사랑이나 집착 때문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기 때문인가 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흥미가 땡기는 작품은 역시 대표 작품인 이었습니다. 도 좋았고, 은 충격적이로군요. 아니, 오히려 이 대표작 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거대한 서사시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는 괴수물로서도 독특했고 한 인간이 바라보는 종족의 영속성도 그럴 듯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