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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 이 게시글에는 영화 의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 은 크게 네 거대 괴수들을 내세웁니다. 이 영화에는 다른 여러 거대 괴수들이 있으나, 고지라, 기도라, 라돈, 모스라는 가장 대표적입니다. 영화 포스터들, 예고편들, 홍보물들, 팬 사이트들은 고지라, 기도라, 라돈, 모스라를 가장 많이 띄워줍니다. 다른 거대 괴수들은 그저 단역들에 불과하고, 심지어 연구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이름들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단역 거대 괴수들과 달리, 고지라, 기도라, 라돈, 모스라에게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모나크 연구원들은 네 거대 괴수들의 이름들을 강조합니다. 김춘수 시에서 인간이 꽃에게 이름을 붙일 때 꽃이 특별해지는 것처럼, 네 거대 괴수들에게 이름들이 있기 때문에, 네 거대 괴수들은 특별합니다. 하지만 ..
소설 은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고, 치밀합니다. 시간 여행 이야기로서 은 시대적인 격차를 이용해 놀라운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수많은 시간 여행 이야기들에서 시대적인 격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간 여행자가 다른 시대로 이동한다면, 시간 여행자는 다른 역사에 개입하거나 역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에서 이런 요소는 훨씬 특별합니다. 소설 주인공 시간 여행자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사면초가에 빠지고, 빠져나가기 위한 구석은 없습니다. 소설 주인공에게 절체절명은 그저 사자성어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 여행은 판도를 단번에 뒤집기 위한 기회가 됩니다. 소설 주인공은 시간 여행으로 절체절명을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시대가 절체절명을 전화위복으로 만드..
[이런 장면처럼, 공룡 이야기를 보기 위해, 공룡 팬들은 사이언스 픽션을 선택해야 할 겁니다.] 고생물학자 스콧 샘슨은 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스콧 샘슨은 공룡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추측합니다. 첫째, 공룡은 거대합니다. 공룡보다 현대인이 만날 수 있는 육상 동물들은 훨씬 작습니다. 마멘키사우루스처럼 아주 거대한 공룡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현대인이 만날 수 있는 홀로세 육상 동물들보다 다양한 공룡들은 훨씬 큽니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이고, 그래서 크기는 중요한 매력 요소입니다. 인간은 거대한 동물이 걸어다니는 장면에 주목하고, 공룡에게는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둘째, 공룡은 특이합니다. 예전부터 오늘날까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영원히 빛나는 인기 스타이나, 어떤 사람..
[아무르 호랑이 산군은 문자 그대로 포스가 가득한 영물입니다. 이런 영물이 괴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영화 는 일제 식민지 조선과 조선 포수들과 아무르 호랑이를 이야기합니다. 조선에서 일본 제국 군대는 온갖 야생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이른바 '지리산 산군' 역시 사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문제는 산군이 아주 영특하고 민첩하고 강력한 호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산군을 잡기 위해 일본 군대는 조선 포수들을 고용하나, 조선 포수들 역시 산군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일본 군대는 여러 병사들과 몰이꾼들을 지리산에 보냈으나, 그들을 물어뜯은 이후 산군은 유유히 사라집니다. 산군 사냥 작전을 지휘하는 포수 대장은 왕년에 이름을 날린 늙은 포수 만덕을 찾아갑니다. 만덕이 추적을 맡는다면, 조선 포수들은..
"시간이 가도 죽지 않는, 한갓 모더니티가 죽일 수 없는, 그 세기만의 힘." 이는 그레이엄 무어가 쓴 소설 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동시에 이는 브람 스토커가 쓴 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왜 브람 스토커가 이런 문구를 소설에 집어넣었을까요? 왜 그레이엄 무어가 에 이런 문구를 집어넣었을까요? 그 이유는 셜록 홈즈와 드라큐라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기 때문일 겁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은 여기에서 파생했습니다. 서구적인 근대화, 자본주의, 산업 혁명, 첨단 과학 이론, 노동 운동, 1차 및 2차 세계 대전, 성 평등, 치명적인 환경 오염은 '모더니티'에서 비롯했죠. 이런 것들은 여전히 21세기 초반..
그레이엄 무어가 쓴 은 19세기 아서 코난 도일과 21세기 해럴드 화이트를 번갈아 조명합니다. 이 소설은 셜록 홈즈를 만든 아서 코난 도일을 쫓아가는 동시에 셜록 홈즈를 열정적으로 추앙하는 소설 팬을 쫓아가요. 해럴드 화이트는 어떤 살인 사건에 부딪히고, 셜록 홈즈에 열광하는 매니아로서 이 사건을 셜록 홈즈처럼 풀어보느라 애씁니다. 셜록 홈즈가 그랬던 것처럼, 해럴드 화이트는 발자국들을 살펴보고, 안락 의자에서 골똘히 생각하고, 진술들을 비교하고, 사람들을 프로파일링합니다. 문제는 셜록 홈즈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셜록 홈즈는 허구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해럴드 화이트가 셜록 홈즈를 추앙한다고 해도, 허구를 현실에 적용시키기는 무리입니다. 셜록 홈즈는 가장 유명한 소설 등장인물이나, 그렇다고..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만화 은 사이언스 픽션과 추리를 결합한 탐정 이야기입니다. 사실 사이언스 픽션은 별로 비중이 크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 만화는 탐정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 탐정이 초등학생으로 작아진다는 설정이 핵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불러도 완전히 틀린 시각은 아니겠죠. 어쨌든 이 만화를 그리는 작가나 이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SF 설정에 별로 관심을 없을 듯합니다. 단행본 책표지에서 계속 추리 소설들을 소개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을 탐정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SF 설정은 탐정을 흥미롭게 부각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죠. 지킬 박사를 하이드로 바꾸는 것만큼 기이한 약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음성 변조 장치나 고속 스케이드 보드나 근력 강화 신발이나 축소 장치가 등장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