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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인간이 거대 괴수를 조종할 때, 인간은 거대 괴수에게서 실존을 밀어내고 용도를 부여합니다.] '탈것'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흔히 사람들은 여러 차량들, 선박들, 항공기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훨씬 특수한 탈것들, 우주선들이나 잠수정들을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릅니다. 심지어 고텐호(굉천호)처럼 어떤 사람들은 지저 굴착 차량을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릅니다. 이런 지저 굴착 차량은 상상 과학에 가까우나, 현실에는 아주 거대한 터널 굴착 드릴 차량이 있고, 터널 굴착 차량과 고텐호는 서로 닮았습니다. 터널 굴착 차량에게서 사람들이 고텐호를 연상한다고 해도, 그건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소형 자가용부터 고텐호 같은 지저 굴착 차량까지, 이런 여러 탈것들은 기계들입니다. 근대적인 진보는 기계 문..
제목처럼 김성희가 쓴 은 풍자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 사랑은 전염병입니다. 게다가 사랑은 아주 원시적인 전염병입니다. 유럽 백인 시민들이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들을 열등하다고 무시하는 것처럼, 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열등합니다. 누군가가 사랑에 빠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전염병에 빠졌다고 생각할 겁니다. 당연히 사랑을 예방하기 위해 사람들은 백신을 원합니다. 사랑 예방 백신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등하고 원시적인 감성에 빠지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랑을 통제하기는 힘듭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인간은 엄청난 족쇄를 끊고 돌진할 수 있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우연히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차별하는 사회와 맞서기 위해 소설 주인공은 반기를 듭니다. 이건 단순한..
[이런 풍요로운 생태계는 어머니 자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척박한 사막 행성은 어떨까요.] "여자는 그대의 밭이다. 이제 그대의 밭으로 가서 경작하라." 이건 이슬람 학술 고전 에 있는 문구입니다. 소설 은 를 인용합니다. 아라키스 사막 원주민 프레멘들은 같은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이븐 할둔이 쓴 가 아니라 프랭크 허버트가 창작한 가상의 서적인지 모릅니다. 이 가 무엇이든, 프레멘 여자와 남자가 결혼한 이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때, 남자는 저 문구를 읊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밭입니다. 남자는 밭을 경작합니다. 이건 남자가 여자에게 정자를 제공한다는 뜻일 겁니다. 남자가 밭을 경작한 이후, 밭은 수확물을 내놓습니다. 수확물은 아이입니다. 이렇게 여자는 밭이 되고, 남자는 밭을..
※ 이 게시글에는 애니메이션 과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런 장면처럼, 은 고지라를 이용해 대대적인 생태계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이름처럼 미생물들은 작습니다. 미생물들이 너무 작기 때문에 우리는 미생물을 쉽게 관찰하지 못합니다. 사실 파스퇴르나 레벤후크 이전에 사람들은 미생물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죠. 그래서 여러 전염병들은 신의 징벌이나 악마의 힘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다른 생명체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현미경이 나타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미생물들을 쉽게 무시합니다. 생명체를 이야기할 때, 흔히 사람들은 동물과 식물을 이야기하죠. 미소 생명체들, 미생물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생명 현상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할 ..
[제목처럼 이건 화성 지구화입니다. 하지만 모든 행성 공학은 녹색 지구화가 아니겠죠.] 지구 궤도에 거울을 띄우기. 창공에 무수한 먼지들을 분사하기. 인위적으로 화산을 터뜨리기. 바다에 이런저런 물질들을 뿌리기. 이런 행위들은 이른바 행성 공학이라고 불립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테라포밍이라고 부르죠. 저는 테라포밍과 행성 공학이 다소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요. 행성 공학은 행성을 미약하거나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이고, 테라포밍은 행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바꾸는 과정이죠. 저는 테라포밍이 행성 공학의 하위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소설 시리즈에서 프레멘들이 녹색 삼림 행성을 모래 사막 행성으로 바꾼다면, 그것 역시 행성 공학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건 테라포밍에 속하지 않겠죠. 적어도 우리는 그런 ..
[중세 판타지와 달리, 여기에는 변화와 진화가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의 매력은 그것이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속담이 SF 소설과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SF 소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어리석은 이유는 단기적인 시각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아주 넓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물은 넓은 하늘을 좁게 가리고, 개구리는 좁은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판단합니다. 그건 편협한 판단이죠. 그래서 누군가가 편협하고 단기적으로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하죠. 이게 SF 소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SF 소설은 근본적으로 거시적인 전망..
소설 에서 사소하나 인상적인 설정들 중 하나는 독살을 막는 족제비입니다. 연대기는 은하 제국 황제와 거대 귀족들을 둘러싼 암투와 전쟁을 그립니다. 귀족들은 치열한 정치 공작들을 벌이고, 당연히 암살이나 독살은 대표적인 테러입니다. 그래서 폴 아트레이드는 사냥꾼 탐지기에게 암살 위협을 받았죠. 아트레이드 가문은 계속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어떤 사람들은 정적들이 생물 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에서 이룰란은 독이 있는 동물들이 아트레이드 사람들을 독살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엘리야는 가문의 족제비들이 그런 동물들을 죽일 거라고 대답해요. 만약 정적들이 아트레이드 가문의 족제비를 이용하기 원해도, 족제비는 아트레이드 가문이 아닌 사람들을 공격할 겁니다. 저는 이런 생물 무기 설정을 더 읽고 싶었으나..
[우드 엘프 진영에 속한 포레스트 드래곤. 이게 자연 환경 보호를 말할 수 있을까요.] 중세 판타지 게임들에는 이른바 숲 속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이나 나 같은 중세 판타지 게임에는 숲 속 종족들이 하나의 세력을 이루죠. 드루이드, 우드 엘프, 나무 정령, 유니콘, 장난꾸러기 요정, 녹색 드래곤, 신성한 사슴이나 지성적인 곰 같은 존재들은 대표적인 숲 속 종족입니다. 그들은 울창한 숲 속을 자유롭게 누비고, 언데드 군단이나 악마 군단이나 오크 군단에 맞서 풍성한 자연을 지킵니다. 설정마다 숲 속 종족들은 약간 차이를 드러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드 엘프는 이런 종족들을 이끌고 엮는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엘프가 유사 인간 종족이고 사람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무 정령이나 녹색 드..
[거대 괴수들과 외계 생명체들과 행성 공학. 생태 문학으로서 은 정말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에릭 콘웨이는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의 과학 역사가입니다. 에릭 콘웨이는 기후 변화를 경고하기 위한 글들을 썼고, 은 그런 글들 중 하나입니다. 제목처럼 는 미래에 암울한 대재난이 다가올 거라고 경고해요. 기후 변화는 미래 세계에 엄청난 파국을 미칠 테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부딪힐 겁니다. 지구 기후는 이미 대대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 세계는 이를 막지 못합니다. 기후 변화가 문제가 되기 전에 현대 문명은 이를 막아야 했으나, 다들 자본주의를 숭배하고 환경 오염에 관심이 없었죠. 1970년대에 과 덕분에 환경 운동들이 강해졌으나, 그것조차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타파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레이..
[이런 거대 고래들은 이야기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고래 기름은 그저 설정에 불과하죠.] 멜란지 스파이스는 소설 을 상징하는 물질입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스파이스를 먹고 머나먼 우주를 항해할 수 있어요. 레토 2세 같은 등장인물은 스파이스와 모래송어들을 이용해 아예 인간성을 버리고 다른 생명체가 되었죠. 사람들은 스파이스 없이 우주를 항해하지 못하고, 덕분에 스파이스는 은하 제국의 경제와 권력을 좌우하는 자원이 됩니다. 은하 제국에서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행성은 아라키스이고, 당연히 수많은 귀족들과 권력 집단들은 아라키스 행성에 눈독을 들입니다. 비단 스파이스만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황제와 몇몇 귀족은 아라키스를 중요하게 여겼으나,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스파이스 생산지를 가볍게 여겼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