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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테라포밍 마스>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본문

SF & 판타지/바이오 돔과 테라포밍

<테라포밍 마스>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OneTiger 2018. 10. 7. 08:59

[보드 게임 <테라포밍 마스>의 비디오 게임 판본. 화성은 녹색 행성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제목처럼 <테라포밍 마스>는 화성을 지구화하는 보드 게임입니다. 2315년, 지구에서 인류는 천연 자원을 고갈시켰고, 지구 정부는 인류가 화성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계획합니다. 여러 대기업들은 화성을 지구화하겠다고 신청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여러 대기업들 중에서 하나를 이끌고, 화성 개척 사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화성이 지구화되었을 때, 가장 승점을 많이 받은 게임 플레이어는 승리합니다. 이를 위해 게임 플레이어들은 세 행성 지표들(기온, 산소 농도, 해양 범위)을 바꿔야 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화성 개척 사업을 시작할 때, 기온은 영하 30도, 산도 농도는 0%, 해양 범위는 0%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기온을 영상 8도, 산소 농도를 14%, 해양 범위를 9%까지 늘려야 합니다. 이 게임에는 크게 두 가지 게임 보드가 존재하고, 화성을 표시하는 중앙 보드와 대기업들을 표시하는 개인 보드가 있습니다. 중앙 보드에는 커다란 화성이 그려졌고, 개척 사업을 벌일 때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각종 타일들을 화성 표면에 올려놓습니다. 대부분 타일들은 도시나 해양, 녹지를 뜻합니다. 개인 보드에는 가상의 화폐 메가크레딧과 각종 자원들이 그려졌습니다.



이것들 이외에 카드들 역시 존재합니다. 카드들은 각종 개척 사업들을 뜻합니다. 관측선을 띄우거나, 탐사 차량을 만들거나, 표준 기술을 공표하거나, 해양 켈프 숲을 조성하거나, 기타 등등. 죽은 행성을 지구화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게임 플레이어들은 각종 생물 자원들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동물과 미생물 자원들 역시 존재하죠. 게임 플레이어들은 카드들, 자원들, 타일들을 이용해 화성을 지구화하고, 화성이 지구화(기온 영상 8도, 산소 농도 14%, 해양 범위 9%)되었을 때, 승점들을 이용해 최종 승자를 가립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간단해 보이나 까다로운 게임 방법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삽화들은 꽤나 그럴 듯하고, 외계 행성을 개척하는 미래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우주 승무원이 숲을 조성하는 그림, 붉은 행성이 녹색과 푸른 행성으로 바뀌는 그림, 각종 동물들이나 미생물들 그림, 소행성이나 관측선이나 돔 도시를 나타내는 그림은 시각적인 측면을 보완하고 상상력을 이끌어내겠죠. 어쩌면 <테라포밍 마스>는 지구화가 무엇인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겁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교육용 게임이 아니나, 각종 생태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그런 것처럼 <테라포밍 마스>는 어느 정도 자연 과학 지식들을 담았습니다.



재미있게도 게임 제작진은 설명서 끝부분에서 킴 스탠리 로빈슨과 <화성 3부작>을 언급합니다. 소설 <붉은 화성>과 <녹색 화성>, <푸른 화성>이 화성 지구화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SF 소설이기 때문에 게임 제작진 역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비단 <테라포밍 마스>만 아니라 화성을 이야기하는 숱한 게임들이 <화성 3부작>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팀 같은 게임 플랫폼에는 몇몇 화성 개척 게임이나 외계 행성 개척 게임이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이 직접 <화성 3부작>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겠죠. SF 게임은 언제나 SF 소설을 반영하곤 하죠.


<화성 3부작> 덕분에 킴 스탠리 로빈슨은 정말 명예의 전당에서 영원히 머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인류가 정말 화성을 지구화한다면, 킴 로빈슨은 새롭게 주목을 받을지 모르겠어요. 그때까지 이 양반이 살아있다면, 길이길이 기억될 소감 한 마디를 내놓을지 모르죠. 화성 개척 소식이 들릴 때마다, 킴 로빈슨은 자신이 쓴 소설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 양반은 자신이 묘사한 화성 개척과 현실 속의 화성 개척이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따질지 모릅니다. (어떤 인터뷰에서 킴 로빈슨은 현실의 우주 사업이 자신의 상상보다 빠르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중요한 점은 <화성 3부작>이 오직 기술적인 사안들만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화성 3부작>은 어떻게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 구조를 이룩하는지 고찰합니다. 자본주의, 대의 제도, 가부장 제도는 지구를 황폐화시켰고, 숱한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그런 착취적인 사회 구조를 새로운 화성에 끌고 올 이유는 없습니다. 화성이 또 다른 환경 오염이 될 이유는 없습니다. 소설 속에서 누군가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주장은 많은 반발들에 부딪히고, 결국 그것들은 무장 봉기와 무력 진압으로 이어지죠. 누군가는 인류가 지구화를 늦추고 화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들 거기에 반대하나, 결국 그들은 왜 보존이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보다 평등한 사회와 환경 보호에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보드 게임 <테라포밍 마스>가 이런 시각을 담았을까요? 스팀에 있는 화성 개척 게임들이나 외계 행성 개척 게임들이 이런 시각을 담았을까요? 게임 제작진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인류가 무슨 사회를 이룩해야 하는지 고민할까요? <테라포밍 마스>를 비롯해 외계 행성 개척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사회 구조를 고민할까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외계 개척 게임들은 기술적인 문제들에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우주 4X 게임들 역시 이런 측면을 드러냅니다. 우주 4X 게임들은 거대하고 복합적인 설정들을 자랑합니다. <테라포밍 마스> 같은 게임은 그저 화성 하나를 개척하나, <스페이스 엠파이어스> 같은 우주 4X 게임들은 숱한 행성들을 건드리죠. 하지만 화성 하나를 개척하거나 은하 제국을 세우거나, 아무도 사회 구조를 진지하게 주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보드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에게 사회 구조나 생태 철학을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죠.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기기 위해 게임 플레이어는 유닛, 자원, 건설, 기술 비용들을 계산합니다. 게임은 그렇게 수치를 계산하는 재미죠. 게다가 이런 보드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에는 사람들이 웃고 울고 떠드는 장면들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고 사랑하는 과정은 이런 게임에 들어가지 못하죠. 어지간한 어드벤처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런 건설 운영 게임이나 4X 전략 게임에서 그런 갈등이나 사랑 같은 관념은 우선 순위가 아닙니다. 우선 순위는 수치를 계산하는 재미죠. 똑같이 행성 공학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렇게 소설과 게임은 다를지 모릅니다.



※ 티스토리 블로그에 게시글을 등록할 때, 글쓴이는 주제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 항목에는 '보드 게임'이 없어요. 아니, 왜 비디오 게임 항목이 있음에도 보드 게임은 없는지…. (이걸 티스토리 운영진에게 건의해야 하나.) 그래서 이 게시글의 주제는 보드 게임이 아니라 책입니다. 뭐, <붉은 화성>은 소설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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