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테라포밍과 행성 공학을 바라보는 시각 본문
[제목처럼 이건 화성 지구화입니다. 하지만 모든 행성 공학은 녹색 지구화가 아니겠죠.]
지구 궤도에 거울을 띄우기. 창공에 무수한 먼지들을 분사하기. 인위적으로 화산을 터뜨리기. 바다에 이런저런 물질들을 뿌리기. 이런 행위들은 이른바 행성 공학이라고 불립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테라포밍이라고 부르죠. 저는 테라포밍과 행성 공학이 다소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요. 행성 공학은 행성을 미약하거나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이고, 테라포밍은 행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바꾸는 과정이죠. 저는 테라포밍이 행성 공학의 하위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소설 <듄> 시리즈에서 프레멘들이 녹색 삼림 행성을 모래 사막 행성으로 바꾼다면, 그것 역시 행성 공학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건 테라포밍에 속하지 않겠죠. 적어도 우리는 그런 것을 일반적인 테라포밍이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자, 일반적인 테라포밍이 무엇을 상징할까요? 일반적인 테라포밍이 뭘까요? 여기에서 가리키는 테라포밍은 학술적이지 않은, 대중적인 측면입니다. 만약 거리에서 제가 일반 시민들에게 "테라포밍이 뭘까요? 무엇을 상상하시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뭐라고 대답할까요? 대부분 시민들은 (테라포밍이 뭔지 대답할 수 있다면) 싱그럽고 풍성한 행성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우리에게 지구는 삭막한 환경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구가 풍성한 생명의 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대중적인 지구는 그렇습니다. 생명이 살지 못하는 혹독한 장면은 지구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구에는 여러 모습들이 있고, 사실 몇몇 모습은 풍성한 생명력과 별로 어울리지 않아요.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엄청난 물고기 떼는 지구와 잘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우리의 지구' 같은 문구는 이런 장면을 가리키죠. 하지만 이 지구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과 삭막하고 썰렁한 산맥과 혹독하게 얼어붙은 극지가 있습니다. 그런 환경들 역시 지구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싱그러운 초원, 아름다운 삼림,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지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우리 인류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지구는 아주 인간 중심적인 용어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지구를 지키자'는 문구는 '우리 삶을 지키자'는 문구와 비슷할지 몰라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환경 운동가들조차 이걸 인식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인 시각은 너무 당연합니다. 오히려 생태학자가 그런 시각을 지적한다면, 그건 이상한 지적이 될 겁니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 중심적인 시각은 당연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프레멘들이 녹색 삼림 행성을 모래 사막 행성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건 테라포밍이 아닐지 모릅니다. 적어도 대중적인 인식 속에서 그건 테라포밍이 아닐지 모르죠.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과 활기찬 인간 사회는 서로 어울리지 않아요. 어쩌면 사막 유목민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지구'는 좀 더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극지 부족민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지구'는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지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런 사람들이 무슨 장면을 떠올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관점이 달라진다면, '우리의 지구' 역시 얼마든지 달라질지 모르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창백한 푸른 점이 되거나 거대한 푸른 구슬이 될지 모르죠. 지질학자들은 갓 태어난 뜨거운 불덩이부터 얼음덩이, 생명이 막 피어나는 초기 생태계, 폭발적인 생태계, 10억 년 이후의 죽은 행성까지 모두 떠올릴지 모릅니다. 지구는 언제나 똑같지 않았습니다. 최초 탄생 이후, 지구는 지속적으로 바뀌었고, 지구 내부의 자연 생태계와 먹이 그물망 역시 지속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나오는 숱한 단일 환경 행성들과 달리, 지구에는 다양한 환경들이 있습니다. (아라키스나 타투인은 단일 사막 환경 행성이죠.)
그렇다고 해도 대중적인 SF 세상에서 테라포밍은 싱그럽고 풍성한 환경일 겁니다. 외계 행성에서 과학자들이 작업하는 이유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테라포밍이 행성 공학의 하위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행성 공학은 사막이나 습지나 눈밭이나 화산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지구 궤도에 거울을 띄우거나 일부러 화산을 폭발시킨다면, 그것 역시 행성 공학이겠죠. 여기가 이미 지구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지구에서 우리가 지구화할 수 있겠어요. 궤도에 거울을 띄운다면, 그건 테라포밍이 아니라 행성 공학이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테라포밍이라는 용어보다 행성 공학이라는 용어를 더 좋아합니다. 그게 훨씬 광범위한 과정들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지구'처럼, 테라포밍이라는 용어는 지구를 특정한 측면으로 고정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테라포밍이 잘못된 용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 SF 작가들은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일부러 행성을 바꿀 때, 저는 그걸 테라포밍보다 행성 공학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21세기 초반 우리에게는 그런 행성 공학들이 필요하고요. 어떤 환경 운동가들은 행성 공학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할지 모른다고 걱정해요.
하지만 이미 자연 생태계는 파괴되었습니다. 이미 기후 변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우리가 뭔가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는 훨씬 심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대적인 행성 공학들을 시도해야 할지 모릅니다. 첫째 문단에서 저는 궤도 거울이나 태양열을 막는 분진을 언급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물리적인 변화가 행성 공학이라고 여기죠. 하지만 생명체들을 이용한 변화 역시 행성 공학일 겁니다. <듄> 시리즈에서 사람들은 모래 송어들을 이용해 행성을 바꿉니다. 이는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이나,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이런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어요.
만약 우리가 엄청난 나무들을 키운다면, (중국 스좌장 같은 도시들이 추구하는) 이른바 삼림 도시를 만든다면, 그것 역시 기후 변화를 막는 행성 공학이 될 겁니다. 행성 공학이 왜 무조건 기계 장치나 지리적인 요소로 흘러가야 할까요. 생명체들을 이용한 변화 역시 행성 공학이 될 수 있어요. (따라서 대기업들이 숲을 밀어내기 원한다면, 우리는 그걸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