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와우>에서 폭풍우 요새와 에테르 바이오 돔 본문
[과도한 마나 추출은 불안정한 환경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판타지 설정이 환경 아포칼립스가 될 수 있나요?]
비디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네더스톰(Netherstorm) 지역이 있습니다. 국내 번역 판본은 네더스톰 지역을 '황천의 폭풍'이라고 부릅니다. 네더스톰 지역은 건조하고 황량하고 기이합니다. 전반적인 색감은 보라색이고, 가파르고 험난한 지면은 황량하고, 부서진 바위들은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 세력이 나루 우주선을 이용해 지면에서 마나를 추출하기 때문입니다. 캘타스 세력이 악마들과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곳곳에는 악마들이 있습니다. 과도한 자원 채굴이 자연 환경을 망치는 것처럼, 네더스톰 지역에서 마나 추출은 별로 긍정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게임 설정은 네더스톰이 무너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캘타스 세력이 너무 많은 마나를 추출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지역은 불안정하고, 지면은 갈라지고, 조각들은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폭풍우 요새는 무자비한 자원 채취 기계입니다. 폭풍우 요새가 자원을 무모하게 채취하기 때문에, 네더스톰 지역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됩니다. SF 울타리 안에서 무모한 자원 채취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친숙한 소재입니다. 환경 아포칼립스에게 자원 고갈은 친숙합니다. 여러 사이언스 픽션들은 무모한 자원 채취 때문에 지구 환경이 황폐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원은 야생 동물들이 되거나 목재가 되거나 석유가 되거나 물이 되거나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으나, 결국 과도한 채취들은 똑같이 망했어요~로 흘러갑니다.
소설 <타임 머신>에서 미래 세상에는 야생 동물들이 없습니다. 심지어 가축들조차 멸종했습니다. 엘로이들은 오직 과일들만 먹습니다. 엘로이들은 어느 정도 풍족하게 먹고 사는 것 같으나, 시간 여행자는 미래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풍족하고 평화로운 외관과 달리, 엘로이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힙니다. 야생 동물들 및 가축들 멸종은 절대 긍정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소설 <우주 상인>은 얼마나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자원들을 심각하게 고갈시키는지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는 지구를 지옥으로 만듭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굴복해야 합니다.
아니, 다국적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마수를 뻗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은 다국적 기업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행성(多行星) 기업입니다. 다행성 기업들은 지구를 지옥으로 만들고 외계 행성에 마수를 뻗습니다. 소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에서 목재 자원을 얻기 위해 지구 군대는 외계 삼림 행성을 침략합니다. 외계 삼림 행성은 절망적인 식민지가 됩니다. 자원 고갈은 식민지 침략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는 그저 블록버스터 오락에 불과하나, 이 영화 역시 자원 고갈과 환경 아포칼립스에 기반합니다. 자원 고갈과 환경 아포칼립스는 침략 외계인들이 사악한 악마라고 포장할 수 있습니다.
보드 게임 <테라포밍 마스>는 자원 고갈 때문에 인류 문명이 심각한 위기에 부딪힌다고 설명합니다. 비디오 게임 <서바이밍 마스>에서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자원 고갈은 비극적인 전쟁들로 이어집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자원들을 고갈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무모한 환경 오염들은 자원 부족, 자원 고갈로 이어지고, 다시 이건 끔찍한 학살들과 침략들, 전쟁들로 이어집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자원 고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원 고갈은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을 뒷받침합니다. 소설 <다섯 번째 계절>을 비롯해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산업 문명이 무분별하게 행성 자원을 추출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과도한 추출은 행성 환경을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게 바꿨습니다. 언뜻 <다섯 번째 계절>은 초인 소설 같으나, 이 소설은 불안정한 행성 환경을 연이어 묘사합니다. 불안정한 행성 환경 배후에는 과도한 산업 문명, 무분별한 동력원 채굴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계절>이 화석 연료 산업과 기후 변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독자는 두 가지가 비슷하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화석 연료 산업이 무분별하게 온실 가스를 뿜기 때문에, 지구 환경은 불안정하게 바뀝니다. 심지어 어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비정상적인 태풍들을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옳다면, <다섯 번째 계절>과 현실 속의 지구 환경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겁니다.
비디오 게임 <FAR: Lone Sails>는 물이 고갈되었다고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이 설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왜 인류 문명이 멸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인류 문명이 물을 고갈시킨 것 같습니다. 심지어 바다조차 사막이 되었습니다. 만약 물이 석유를 대신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정말 바다를 고갈시킬지 모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시장 포화를 해소하고 비자본 영역을 계속 시장 경제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만약 물이 석유를 비롯해 화석 연료를 대신할 수 있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상품이 될 겁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이것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자본주의는 5대양을 시장 경제에 집어넣기 원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가 사막이 된다고 해도, 이건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자본주의는 자원들을 고갈시키고 사막을 만듭니다. 그래서 생태 사회주의 서적 <생태 혁명>은 자본주의가 지나간 자리에 오직 사막만 남는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환경 아포칼립스와 무분별한 자원 추출 사이에는 필수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황천의 폭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폭풍우 요새가 과도하게 마나를 추출하기 때문에, 네더스톰 지역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네더스톰 지역과 <다섯 번째 계절>은 비슷합니다.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에게 바이오스피어 건물, 바이오 돔은 친숙한 설정입니다. 중세 판타지는 어떤가요?]
하지만 <타임 머신>, <우주 상인>,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서바이빙 마스>, <FAR: Lone Sails>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아무리 <다섯 번째 계절>이 스팀펑크 판타지 같다고 해도, 스팀펑크 판타지 역시 사이언스 픽션에 속합니다. 부서진 대지 3부작 전체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가 환경 아포칼립스를 이야기할 수 있나요? 게임 플레이어들, 이른바 와우저들이 황천의 폭풍을 보고 환경 아포칼립스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나요? 폭풍우 요새와 불안정한 지면이 무분별한 화석 연료 산업과 기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나요?
와우저들이 두 가지를 연결할 수 있나요? 소설 <우주 상인>이 화석 연료 산업과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독자는 <우주 상인>과 기후 변화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소설 <우주 상인>에서 다행성 기업이 자원을 고갈시키고 지옥을 만드는 것처럼, 현실 속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화석 연료를 태우고 기후 변화 지옥을 만듭니다. 독자는 <우주 상인>을 기후 정의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시릴 콘블루스와 프레드릭 폴이 기후 변화를 비판하기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우주 상인>과 기후 정의가 똑같이 자본주의 환경 오염을 비판하기 때문에, 독자는 <우주 상인>을 기후 정의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폭풍우 요새와 마나 추출은? 여기에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와 영리 기업이 없습니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는 자본가 계급이 아닙니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는 왕족입니다. 캘타스 세력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는 훨씬 많은 수익, 훨씬 많은 매출, 훨씬 많은 이윤을 외치지 않고, 국가 정부가 시장 경제에 참견해서는 안 된다고 찌질거리지 않고, 노동 시장이 유연해지고 민간 영역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징징거리지 않습니다. <타임 머신>과 <우주 상인>은 자본가 계급이 찌질거리고 징징거린다고 직접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과 <서바이빙 마스>와 <FAR: Lone Sails>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비단 이것들만 아니라 다른 많은 환경 아포칼립스들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비록 애니메이션 <월-E>가 찌질한 자본가 계급을 직접 묘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관객들은 무분별한 시장 경제와 대기업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느끼지 못할 겁니다. <월-E>는 삐까번쩍한 메트로폴리스보다 작은 새싹 하나가 훨씬 소중하다고 설파합니다. <월-E>는 왜 지구가 쓰레기 더미가 되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으나, 다른 환경 아포칼립스들처럼, <월-E>에서 과도한 자원 추출 및 남용과 환경 아포칼립스 사이에는 중요한 연결 고리들이 있을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 <월-E>처럼, 중세 유럽 판타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황천의 폭풍이 무분별한 시장 경제를 비판할 수 있나요?
소설 <우주 상인>이 영리 기업들과 환경 오염들을 직접 비판하기 때문에, 독자는 자본주의가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고 연상할 수 있습니다. 소설 <우주 상인>에게는 기후 변화를 비판하기 위한 단서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서들은 아주 가시적입니다. <우주 상인>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황천의 폭풍 역시 단서들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화석 연료 산업과 기후 변화, 과도한 마나 추출과 불안정한 지면 사이에는 많은 유사성들이 있습니다. 두 가지 사이에 연결 고리들이 있기 때문에, 와우저는 폭풍우 요새가 화석 연료 산업이라고 '연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우저가 '연상'하고 싶다면, 와우저는 폭풍우 요새를 훨씬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가 야비하고 찌질한 자본가 계급이 아니기 때문에, 와우저는 캘타스를 자본가 계급에 적극적으로 대입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해석과 적극적인 대입 없이, 폭풍우 요새는 화석 연료 산업을 비판하지 못합니다. <우주 상인>과 기후 변화 사이에는 아주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으나, 폭풍우 요새와 기후 변화 사이에서 연결 고리는 다소 흐릿합니다. 와우저는 고리를 연결할 수 있으나, 와우저는 적극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와우저가 적극적으로 연결하지 않는다면, 황천의 폭풍과 폭풍우 요새는 그저 독특한 중세 판타지 설정에 불과할 겁니다.
물론 폭풍우 요새는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와 다소 다릅니다. 폭풍우 요새가 나루 '우주선'이기 때문에, 폭풍우 요새는 사이언스 판타지 분위기를 풍깁니다. 비록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중세 유럽 판타지라고 해도, 폭풍우 요새를 비롯해 나루 우주선은 사이언스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네더스톰 생태 지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황천의 폭풍에는 여러 에테르 바이오 돔들이 있습니다. <서바이빙 마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아주 거대한 바이오 돔은 중세 판타지보다 사이언스 픽션에 속합니다. 에테르 장막이 거대한 구체를 만들고 풍성한 자연 생태계를 키우기 때문에, 에테르 바이오 돔은 사이언스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만약 나이트 엘프와 타우렌 드루이드들이 이런 에테르 바이오 돔을 지을 수 있다면, 불모지에서 그들은 자연 생태계를 가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런 '폐쇄 인공 생태계'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을 테고, 드루이드들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안, 그들은 얼마나 자연 생태계가 소중한지 깨달을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들이 바이오스피어 건물을 이용해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것처럼, 와우저는 에테르 바이오스피어 건물을 환경 보호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해석 없이, 에테르 생태 지구들은 기후 변화를 직접 가리키지 못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에서 거대한 바이오 돔은 꼬마 지구가 될 수 있으나, 에테르 바이오 돔이 그럴 수 있나요?
[거대한 바이오 돔 장면은 소설 <오로라>와 비슷하나, 이런 연결 고리에는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비유는 특정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보편성을 추구합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고대 로마 노예 봉기를 20세기 사회주의 단체에 연결하고 비유하는 것처럼, 비유는 여러 가지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은 비유입니다. 우리가 어슐라 르 귄의 명언을 구태여 참조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문학이 비유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 인생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에는 특정한 목적이 없습니다. 인생은 광범위합니다. 그래서 문학 역시 광범위합니다. 문학에는 수우우우우마아아아아느으으으은 측면들이 있고, 독자는 이런 것들을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선택과 조합은 비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특정한 시대 상황에서 문학이 나타난다고 해도, 문학은 특정한 시대 상황에서 벗어나고 보편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반영으로서, 비유로서 문학은 이것과 저것을 연결합니다. 이런 비유 덕분에, 문학은 매력적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에도 문학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에테르 바이오스피어 건물 역시 환경 보호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에테르 바이오스피어 건물과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오로라>는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에테르 바이오 돔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소설 <오로라>와 달리, 폭풍우 요새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직접 가리키지 않기 때문에, 와우저는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우리가 중세 판타지를 이용해 환경 보호를 주장할 때, 중세 판타지는 이런 한계를 드러냅니다. 이미 21세기 초반 인류 문명이 서구 근대화를 거쳤기 때문에, 서구 근대화 없이, 사람들은 환경 보호를 논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세 유럽 판타지는 서구 근대화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는 근대적인 환경 운동을 비유할 수 있으나, 중세 판타지가 서구 근대화를 직접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타우렌 드루이드들은 <우주 상인> 속의 콘지 회원들을 비유할 수 있으나, 양쪽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타임 머신>부터 <오로라>까지, 환경 아포칼립스는 중세 판타지보다 사이언스 픽션과 잘 어울립니다.
※ World of Warcraft - Music & Ambience - Netherstorm 스크린샷 출처: Ever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