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화성>과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의 인지도 차이

[이런 장엄한 우주 게임에게는 테라포밍이 어울립니다. 반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너무 초라합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대표적인 Cli-Fi 작가입니다. 사람들이 SF 출판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후 장르 작가를 꼽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킴 스탠리 로빈슨을 꼽을 겁니다. 사람들이 비단 출판계만 아니라 영어권 SF 범주에서 대표를 꼽는다고 해도, 킴 스탠리 로빈슨은 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과 도시 침수부터 소행성 버블 월드와 외계 행성 테라포밍까지, 킴 스탠리 로빈슨은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해 환경 오염과 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 하지만 왜 킴 스탠리 로빈슨이 이런 소재들, 설정들을 이용하나요? 기후 변화를 비판하기 위해 소설 작가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나요?

 

아니, 소설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해 환경 보호를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언스 픽션은 자연 환경을 낯설고 새롭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 없이, 인류 문명은 살아가지 못합니다. 자연 생태계가 사라진다면, 인류 문명 역시 사라질 겁니다. 첨단 과학 기술들은 자연을 만들지 못합니다. 아무리 인류 문명이 첨단 과학 문명이 된다고 해도, 결국 인류 문명은 자연 생태계에 의지해야 합니다. 이건 원초적인 사실이나, 우리는 이것을 쉽게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자연 환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자연 환경이 당연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폐쇄 인공 생태계입니다. 그래서 생태계 순환을 관리하기는 너무 까다롭습니다. 만약 우주선 사람들이 뭔가를 잘못 계산한다면, 아무리 이게 사소한 사항이라고 해도, 폐쇄 인공 생태계는 망가질지 모릅니다. 자연 생태계가 순환하는 동안, 점차 사소한 잘못은 커질 테고, 나중에 이건 걷잡지 못하는 대형 사건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자연 생태계가 순환하기 때문에, 잘못과 실수는 누적됩니다. 레이첼 카슨부터 바이오스피어 2 실험까지, 여러 사례들은 순환이 잘못을 누적시킨다고 증명합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만약 우주선 안에서 낯선 미생물들이 질병이 된다면?

 

유전 형질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폐쇄 생태계는 질병에 제대로 대저하지 못할 테고, 생태 구역들은 망할지 모릅니다. 만약 생태 구역들이 망한다면, 더 이상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아닐 겁니다. 이건 그저 일반적인 우주선에 불과합니다. 우주선 사람들은 오염된 생태 구역들을 바라보고 망연자실할 겁니다. 이렇게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이야기는 자연 환경을 낯설고 새롭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일종의 작은 지구, 꼬마 지구입니다. 지구는 아주 웅장한 생체 우주선,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입니다. SF 독자는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 자연 환경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지구는 정말 일종의 생체 우주선,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입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지구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망할지 모르는 것처럼, 지구 자연 환경 역시 망할지 모릅니다. 자연 생태계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지구는 생명의 요람이나, 생명의 요람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SF 독자는 어떻게 사람들이 자연 생태계를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연 환경을 새롭게 바라볼 때, 사람들은 새롭게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은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비단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만 아니라 사이언스 픽션에서 수많은 소재들, 설정들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고 새롭게 연출합니다.

 

비단 사이언스 픽션만 아니라 문학에는 소격 효과(낯설게 하기)가 있습니다. 만화 작가가 오너캐를 집어넣고 사건에 간섭하거나, 관객들이 잡담들과 함께 연극을 관람하거나, 소설 작가가 의도적으로 유치하게 글을 쓰거나 언어를 난잡하게 비튼다면, 사람들은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이 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격 효과를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상하게, 유치하게, 난잡하게, 우스꽝스럽게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산문이 유치하다고 해도, 이건 '의도적인 유치함'일지 모릅니다. 소설 속에서 갑자기 대기업 사장이 "독자 여러분, 자본주의는 착취입니다! 노예 근성을 경계하십시오!"라고 외친다면, 이건 소격 효과가 될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서구 근대화와 시대 격차를 이용해 소격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서구 근대화에서 비롯했습니다. 아직 인류 문명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띄운 적이 없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시대 격차를 일으킵니다. 차가운 우주 속에서 우주선 사람들은 생태 구역들에 의지해야 하나, 생태 구역들이 망가졌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지구로 귀환해야 합니다. SF 독자는 책장을 덮고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으로서 지구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SF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독자는 기후 변화를 비롯해 환경 오염들을 얼마든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독자는 베란다 화분을 보고 지구 식생들과 환경 오염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 소설은 지구가 정말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생체 우주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구를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라고 간주한다면, 이런 시각은 훨씬 새로운 대안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설정에는 이것 이외에 다른 많은 미덕들이 있으나, Cli-Fi 장르로서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설정은 자연을 새롭고 낯설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킴 스탠리 로빈슨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이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생태학 SF들과 달리,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별로 웅장하지 않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 못합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보다 침수된 도시, 소행성 버블 월드, 외계 행성 테라포밍은 훨씬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테라포밍은 가장 거대한 생태적인 상상력입니다. 어쩌면 초거대 인공 건축물은 테라포밍과 비슷한 위상일지 모릅니다. 만약 첨단 과학 문명이 초거대 고리를 짓고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초거대 고리 생태계와 테라포밍은 비슷한 위상이 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테라포밍보다 초거대 고리 생태계가 훨씬 놀랍다고 느낄 겁니다. 테라포밍은 행성에 기반합니다. 테라포밍은 맨땅에 헤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초반 인류 문명은 테라포밍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테라포밍과 달리, 초거대 고리 생태계는 맨땅에 헤딩해야 합니다. 우주에서 첨단 과학 문명은 초거대 고리를 직접 건설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기반이 없습니다. 그래서 테라포밍보다 초거대 고리 생태계는 훨씬 거대한 생태적인 상상력인지 모릅니다. SF 울타리에서 초거대 고리 생태계는 가장 거대한 생태적인 상상력인지 모릅니다. 테라포밍과 초거대 고리 생태계 중에서 무엇이 훨씬 대단하든, 감히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양쪽에 미치지 못합니다. 테라포밍과 초거대 고리 생태계 앞에서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너무 초라합니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에게는 중요한 매력이 있습니다. 테라포밍과 초거대 고리 생태계와 달리,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폐쇄 인공 생태계입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작으나, 대신 이건 폐쇄 인공 생태계입니다. 폐쇄 인공 생태계는 여러 변수들을 차단하고 자연 환경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테라포밍과 초거대 고리 생태계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이런 설정들은 변수들을 차단하지 못합니다. 거대한 설정은 많은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작다고 해도, 작은 설정에는 중요한 매력이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솔라스타>는 던전 탐험입니다.

 

게임 <솔라스타> 제작자들은 던전 탐험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솔라스타>가 던전 탐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원합니다. 하지만 던전 탐험은 작은 규모입니다. 모험가 일행은 그저 넷에 불과합니다. 비좁은 던전 속에서 네 모험가들은 아슬아슬한 미궁을 통과해야 합니다. 복잡한 통로들에서 네 모험가들은 그저 몇몇 해골 병사와 싸울 뿐입니다. 반면, 영화 <두 개의 탑>과 <왕의 귀환>에서 헬름 협곡 공성전과 펠렌노르 평원 회전(會戰)이 보여주는 것처럼, 공성전과 회전은 아주 거대합니다. 비좁은 던전 탐험보다 거대하고 웅장한 공성전과 회전이 훨씬 낫지 않나요?

 

 

그렇다고 해도 많은 중세 판타지 팬들은 거대한 공성전과 회전보다 비좁은 던전 탐험을 좋아합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가장 유명한 중세 판타지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공성전과 회전보다 던전 탐험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는 공성전과 회전이 있으나, 주력은 던전 탐험입니다. 왜 던전 탐험이 재미있나요? 던전 탐험은 여러 변수들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던전은 비좁고 복잡하고 고립되었습니다. 많은 병력들은 비좁은 던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성채 및 평원과 달리, 비좁은 던전에서 대규모 부대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배경 무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던전은 여러 변수들을 차단하고 특정한 요소를 부각할 수 있습니다.

 

비좁은 던전 속에서 모험가 일행은 훨씬 두드러집니다. 비록 대규모 공성전과 회전보다 비좁은 던전이 초라하다고 해도, 던전에는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대규모 부대가 던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비좁은 던전 속에서 네 모험가들은 뚜렷한 역할들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규모와 웅장함을 중시하나, 거대한 규모는 장땡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한적인 규모는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공성전과 회전보다 비좁은 던전이 매력적인 것처럼, 테라포밍과 초거대 고리 생태계보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많은 SF 독자들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보다 테라포밍을 이야기합니다.

 

 

[대규모 공성전보다 던전 탐험은 훨씬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에게 규모는 필수 조건이 아닙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유명한 Cli-Fi 작가입니다. 하지만 대표 소설은 <붉은 화성> 3부작입니다. 만약 1990년대 킴 스탠리 로빈슨이 테라포밍 소설보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을 썼다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은 대표 소설이 되었을 테고, SF 독자들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이야기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990년대 킴 스탠리 로빈슨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보다 화성 테라포밍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화성> 3부작 이후, 킴 로빈슨은 SF 소설들을 꾸준히 썼으나,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주된 설정이 되지 못했습니다. 소설 <오로라>는 바이오스피어 세대 우주선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오로라>는 2015년 출판 소설입니다. 애석하게도 너무 늦게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은 나타났습니다. 물론 킴 스탠리 로빈슨이 <오로라>를 쓰기 전에, 다른 여러 SF 작가들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킴 스탠리 로빈슨이 아주 대표적인 Cli-Fi 작가이기 때문에, 소설 <오로라>는 많이 아쉽습니다. 아니, 어쩌면 킴 로빈슨이 <붉은 화성> 3부작을 썼기 때문에, 킴 로빈슨은 유명해질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작고 초라하기 때문에, 킴 스탠리 로빈슨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을 썼다면, 이건 별로 유명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비단 킴 스탠리 로빈슨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이언스 픽션들 역시 '행성급 환경 변화'에 주목합니다. 소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은 대표적인 어슐라 르 귄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외계 삼림 '행성'을 이야기합니다. 어슐라 르 귄은 '행성급' 환경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소설 <듄>에서 프랭크 허버트는 사막 '행성'이 삼림 행성으로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랭크 허버트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사회를 묘사했다면, 프랭크 허버트는 천재적인 SF 작가라고 불리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소설 <다섯 번째 계절>에서 노라 제미신은 '행성 환경 변화'를 연이어 강조합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부서진 대지 3부작 같은 서사시를 담지 못할 겁니다.

 

<스텔라리스> 같은 웅장한 4X 게임에게 바이오 돔은 그저 시시한 기술에 불과합니다. 이런 웅장한 4X 게임에게는 테라포밍이 어울립니다. 우주 4X 게임들에는 바이오 돔 기술들이 있으나, 이런 바이오 돔 기술들은 자원 채집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사막 행성을 가이아 행성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건 아주 커다란 도움이 될 겁니다. 우주 4X 게임 <엔들리스 스페이스 2>에서 언폴른 종족은 화산 행성을 풍요로운 삼림 행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고작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따위가 이런 궁극적인 기술에 까불 수 있나요. 게임 플레이어가 장대하고 신비로운 우주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는 바이오스피어 우주선보다 행성 환경 변화를 꿈꿀 겁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던전 탐험은 선풍적인 인기를 끕니다. 모험가 혼자 돌아다니는 로크라이크 게임부터 파티 기반 게임까지, 수많은 중세 유럽 판타지들은 던전 탐험에 치중합니다. 아무리 공성전과 회전이 대규모라고 해도, 중세 판타지 팬들은 성채와 평원보다 던전으로 달려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지하 미궁 속에서 전사는 방패로 해골 병사들을 막고, 성직자는 언데드 퇴치 주문을 외우고, 드루이드는 야수 동료와 함께 전사를 보조하고, 도적은 함정들을 해체하고, 마법사는 강력한 불덩어리 주문을 시전하는 중일 겁니다. 공성전과 회전보다 던전 탐험은 수많은 사랑들을 받습니다. 반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테라포밍에게 감히 까불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은 너무 섭섭합니다.

 

 

※ <스텔라리스> 스크린샷 출처: All Inn,

 https://www.youtube.com/watch?v=AvuuXewEW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