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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고리 생태계와 과학 만능주의, 생태 영성 본문

SF & 판타지/바이오 돔과 테라포밍

우주 고리 생태계와 과학 만능주의, 생태 영성

OneTiger 2019. 8. 28. 20:04

[언뜻 이런 초대형 인공 생태계 설정은 과학 만능주의 같으나, 오히려 이건 생태 영성을 반증할 수 있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오로라>에는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있습니다. 장거리 세대 우주선 안에는 원통 바이오스피어 구역들이 있습니다. 북방 동토부터 아마존 열대 밀림까지, 열 두 원통들은 다양한 자연 생태계들을 모방합니다. 이건 인공 생태계입니다. 첨단 과학 기술들이 거대한 장거리 우주선을 건조하고 우주선 속에 자연 생태계들을 집어넣기 때문에, 이건 인공 생태계입니다. 장거리 세대 우주선이 기나긴 우주 항해를 떠나기 때문에, 인공 생태계는 폐쇄적입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폐쇄 인공 생태계입니다. 소설 <오로라>는 폐쇄 인공 생태계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폐쇄 인공 생태계는 드문 소재가 아닙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은 소설 <오로라>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많은 SF 소설들, 만화들, 애니메이션들, 영화들, 게임들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나 바이오스피어 우주 정거장을 상상합니다. 어쩌면 행성 궤도 밖에서 거대한 우주 정거장은 드넓은 수경 재배 생태계를 품을지 모릅니다. 수경 재배 생태계 역시 폐쇄 인공 생태계입니다. 이런 생태계 속에서 호랑이 같은 야생 동물은 살지 못할 겁니다. 이런 생태계는 '일반적인' 생태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꿀벌들이 수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여전히 이런 생태계 역시 꿀벌들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수경 재배 생태계는 일반적인 생태계와 다르나, 일반적인 생태계에서 수경 재배 생태계는 비롯했습니다. 일반적인 생태계에서 꿀벌들이 수분을 담당하는 것처럼, 수경 재배 생태계에서도 꿀벌들은 부지런한 일꾼들이 되어야 할지 모릅니다. 여러 생태학 SF 소설들은 꿀벌이나 모조 꿀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실 속에서 과학자들은 로봇 꿀벌들을 연구합니다. 로봇 꿀벌들이 정말 꿀벌들을 대신할 수 있나요? 대답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태학 SF 작가들에게 로봇 꿀벌들은 흥미로운 설정이 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우주 정거장 속의 수경 재배 생태계 속에서 로봇 꿀벌들이나 개조 꿀벌들이나 천연 꿀벌들은 부지런히 일할지 모릅니다.


이런 바이오스피어 우주 정거장은 우주 거주지(space habitat) 설정에 속합니다. 우주 거주지 설정에는 바이오스피어 우주 정거장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우주 정거장보다 어떤 설정들은 훨씬 거대합니다. 이른바 스탠포드 토러스는 여러 대도시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소행성 내부 테라포밍은 버블월드가 되고, 심지어 최첨단 문명은 초거대 링월드를 만듭니다. 우주 거주지들이 엄청나게 거대하기 때문에, 자주 우주 거주지 설정은 다이슨 스피어 같은 초거대 건축물 설정과 겹칩니다. 만약 스탠포드 토러스 같은 초대형 고리 거주지가 자연 생태계를 품는다면, 이건 우주 속의 야생 보호 구역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구에서 도시와 야생이 너무 갈등을 빚는다면, 우주 고리 거주지들은 대안이 될지 모릅니다.



미래 과학 기술들이 여러 스탠포드 토러스들을 건조하고, 여러 스탠포드 토러스들이 오직 다양한 자연 생태계들만 담는다면, 이것들은 야생 보호 구역들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지구에서 인류 문명이 확장한다고 해도, 지구 인류 문명이 우주 고리 거주지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고리 거주지들은 안전합니다. 고리 거주지 속에서 자연 생태계가 번성한다고 해도, 인류 문명과 야생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인류 문명이 확장하거나 야생이 번성한다면, 인류 문명과 야생은 부딪힐 겁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들은 이런 충돌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구 인류 문명과 대형 고리 거주지 속의 야생은 서로 별개입니다.


양쪽은 서로 독립적입니다. 이런 대형 고리 거주지들은 생태계 교란을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인류 문명과 야생 생태계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인류 문명은 독립적인 야생 생태계를 교란하지 못합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 속에 해양 생태계가 있다면, 이런 고리 생태계 속에서 고래들은 선박 소음이나 선박 스크류에 시달리지 않을 겁니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선박들을 운행한다면, 이건 바닷속의 고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지구에서 인류 문명은 자신의 영역을 제한해야 합니다. 인류 문명이 자신의 영역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고래들은 피해를 받을 겁니다.



반면, 우주 대형 고리 속의 바닷속에서 고래들은 선박들을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는 '독립적인' 야생 보호 구역입니다. 인류 문명과 대형 고리 거주지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대형 고리 거주지에 오직 자연 생태계만 있기 때문에, 우주 대형 고리 속의 바닷속에서 고래들은 선박 소음들과 선박 스크류들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런 우주 고리 거주지들은 고대 생태계를 품을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고대 생태계 복원은 생태계 교란 문제에 부딪힙니다. 만약 첨단 과학 기술들이 고대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해도, 지구에서 고대 생태계는 현재 생태계와 만나야 합니다. 만약 고대 생태계와 현재 생태계가 잘못 뒤섞인다면, 이건 생태 재앙이 될 겁니다.


이미 현실 속의 지구 생태계는 온갖 생태계 교란들을 겪습니다. 고대 생태계 복원은 훨씬 커다란 문제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형 고리 거주지는 '빈 땅'입니다. 과학자들은 대형 고리 거주지 안에 오직 고대 생태계만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 안에 오직 고대 생태계만 있다면, 여기에는 생태계 교란 문제가 없을 겁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가 생태계 교란 문제를 완전히 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이건 너무 심각한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첨단 과학 기술들은 우주 속의 야생 보호 구역들을 계속 늘릴 수 있습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생물 다양성 감소를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환경 운동가가 우주 속의 야생 보호 구역에 만족하나요? 어떤 환경 운동가들은 대형 고리 거주지가 진짜 자연이 아니라고 비판할 겁니다. 첫째 문단이 설명하는 것처럼, 우주 고리 생태계는 인공 생태계입니다. 인공은 진짜가 아닙니다. 아무리 첨단 과학 기술들이 대형 고리 거주지를 건조하고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다고 해도, 이건 진짜 자연 환경이 아닙니다. 진짜 자연 환경에서 야생 동식물들은 살아가야 합니다. 어떤 환경 운동가들은 대형 고리 거주지가 진짜 자연 환경을 왜곡한다고 비판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습니다. '진짜 자연'이 무엇인가요?


지구 자연 환경이 '진짜 자연'인가요? 지구에서 인류 문명은 자연 환경에 계속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리 인류 문명이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고 해도, 먹고 살기 위해 인류 문명은 자연 환경을 가공해야 합니다. 어떤 관점에서 농장과 목장과 양식장은 인공 생태계입니다. 농장과 목장과 양식장은 자연 환경을 바꿉니다. 먹고 살기 위해 대부분 유기체들은 주변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비버가 댐을 만들고 수위를 조절한다면, 이게 진짜 자연인가요, 인공 자연인가요? 코끼리들이 나무들을 쓰러뜨린다면, 이게 진짜 자연인가요, 인공 자연인가요? 호기성 미생물들이 혐기성 미생물들을 몰아낸다면, 이게 자연 환경 파괴인가요? 혐기성 미생물들에게 산소가 풍부한 지구는 환경 오염입니다. 이런 지구가 '진짜 자연'인가요?



인류 문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수많은 유기체들처럼, 인류 문명 역시 자연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미 지구에는 '진짜 자연'이 없습니다. 심지어 인류 문명이 원시 시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인류 부족들은 주변 자연 환경을 크게 바꿀 겁니다. 진짜 자연은 낭만적인 망상입니다. 자연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38억 년 전부터 21세기 홀로세까지, 자연 생태계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미래에도 자연 생태계는 계속 바뀔 겁니다. 자연 생태계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형 고리 거주지 속의 야생 환경 역시 자연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환경 운동가들은 이상적이고 원시적인 자연을 부르짖으나, 이상적이고 원시적인 자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대형 고리 거주지 같은 우주 거주지 설정은 또 다른 오해를 부를지 모릅니다. 이런 생태학 SF 설정들은 과학 기술들이 자연 환경을 창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주 속에서 과학 기술들은 새로운 자연 생태계를 창조합니다. 어떤 SF 독자들은 과학 기술이 자연 환경을 넘거나 과학 기술이 자연 환경을 정복한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아니, 이미 현실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서구 근대화가 자연 환경을 정복한다고 말합니다. 근대화 이전에 인류 문명은 자연에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서구 근대화 이후, 인류 문명은 자연을 정복했습니다. 이건 거의 상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인류 문명은 새로운 자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이 새로운 자연을 만들기 때문에, 자연 환경보다 과학 기술은 위대합니다. 우주 속에서 대형 고리 거주지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동안, 대형 고리 속에서 야생 생태계가 순환하는 동안, 생태학 SF 설정은 자연 환경보다 과학 기술이 위대하다고 증명합니다.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과학 기술이 위대하다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자연보다 진보가 위대하다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과학 기술과 진보는 굉장합니다. 과학 기술과 진보 덕분에, 인류 문명은 수많은 부정적인 것들을 없앨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과 진보 덕분에, 아무리 인류 문명이 확장한다고 해도, 인류 문명은 자연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은 독립적인 초거대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자연 생태계를 집어넣고, 야생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과 진보에게 이런 장점들이 있다고 해도, 정말 자연보다 진보가 위대한가요? 이게 올바른 사고 방식인가요?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오로라>가 자연 생태계보다 과학 기술과 진보를 예찬하나요? 서구적인 근대화가 정말 자연 환경을 정복하나요? 소설 <오로라>가 자연보다 진보가 위대하다고 주장하나요? 그건 아닐 겁니다. SF 독자들이 <오로라>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오로라>는 자연보다 진보가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인류 문명이 자연 환경에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첨단 과학 기술들이 대형 고리 거주지를 건조다고 해도, 첨단 과학 기술들이 대형 고리 거주지 속에 야생 생태계를 집어넣는다고 해도, 첨단 과학 기술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합니다. 첫째 문단이 설명하는 것처럼, 인공 생태계는 지구 자연 생태계를 '모방'합니다. 이건 '모방'입니다. 이건 창조가 아닙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가 새로운 자연이 된다고 해도, 이건 창조보다 모방입니다. 아무리 과학 기술들이 빛나는 첨단을 향해 달린다고 해도, 과학 기술들은 무에서 자연을 창조하지 못합니다. 이미 자연 생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 기술들은 그저 자연 생태계를 응용하고 가공하고 모방할 뿐입니다. 이건 자연 생태계 창조가 아닙니다.


신학자들은 세상 외부에서 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에, 세상 외부에서 신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이 세상만으로 신을 함부로 재단하지 못합니다. 세상 외부에서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연 환경 외부에서 인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나요? 아무리 미래 인류 문명이 외계 행성의 바이오 돔을 짓고,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띄우고, 소행성을 테라포밍하고, 링월드를 건조한다고 해도, 바이오 돔과 바이오스피어 우주선과 버블월드와 링월드에는 자연 생태계가 있을 겁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류가 자연을 떠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바이오스피어 우주선과 버블월드와 링월드에서 인류는 자연에 의지해야 합니다.



인류 문명이 어디를 가든, 인류 문명이 바이오스피어 우주 정거장이나 버블월드나 링월드에 가든, 결국 인류 문명은 먹고 살아야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인류 문명은 자연 환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리 대형 고리 거주지가 찬란한 진보라고 해도, 자연 없이, 진보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소설 <오로라>에서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애쓰는 것처럼, 진보는 자연을 초월하지 못합니다. 첨단 과학 기술보다 자연 생태계는 훨씬 원초적이고 초월적이고 위대합니다. 그래서 자연 생태계에는 영성이 있습니다. 이건 생태학이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태학으로 영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에게 어머니 자연이라는 상징, 비유는 소중할지 모릅니다. 가부장적인 편견이 이런 상징을 왜곡한다고 해도,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영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많은 생태적인 상상력들은 영성을 까먹으나, 생태적인 상상력들에게 영성은 필수적인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버블월드, 링월드 모두 영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소설 <오로라>가 자연 환경을 강조하는 것처럼,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역시 영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대형 고리 거주지가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해도, SF 독자들은 진보와 함께 영성을 느낄 겁니다.



사실 대형 고리 거주지는 과학 만능주의를 상징할 수 있으나, 오히려 이건 생태 영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첨단 우주 거주지조차 자연 생태계를 품어야 한다면, 이건 자연 환경이 필수적이고 모성적이라고 반증할 수 있습니다. 소설 <오로라>에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이 있음에도, <오로라>가 자연 환경을 중시하는 것처럼, 대형 고리 거주지는 과학 만능주의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이 생태 영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과학 만능주의 이외에 또 다른 것을 비판해야 합니다. 그건 자본주의 시장 경제입니다. 과학 만능주의보다 자본주의는 훨씬 어려운 걸림돌입니다.


현실 속에서 자본주의 체계는 지배적인 관념이고, 지배적인 관념은 수많은 사람들을 세뇌시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오직 자본주의 시장 경제만 옳다고 착각합니다. 지질학적 단위에서 자본주의가 행성급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고 해도, 기후 변화가 막대한 재앙이 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오직 자본주의만 옳다고 착각합니다. 저항 운동이 자본주의를 몰아내기 원할 때, 사람들은 자본주의보다 저항 운동을 모욕합니다. 심지어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사람들은 현실을 왜곡합니다. 그래서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이 생태 영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과학 만능주의와 자본주의를 함께 비판해야 할 겁니다.



※ 그림 <Colony> 출처: onlychasing-safety, http://fav.me/daqz2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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