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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시대 변혁을 바라보는 SF 소설과 사회주의 사상 본문

SF & 판타지/장르 정의

시대 변혁을 바라보는 SF 소설과 사회주의 사상

OneTiger 2018. 8. 4. 23:27

SF 소설은 꽤나 거시적입니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많은 SF 소설들은 인류 문명을 논의했습니다. 다른 주류 문학들과 달리, SF 작가들은 주저하지 않고 원시 시대와 고대 시대와 중세 시대와 근대 시대와 가까운 미래와 우주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런 소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SF 작가들은 고대부터 우주 시대까지 둘러보고, 그런 장대한 시각은 엄청난 경이감을 선사하죠. 왜 SF 작가들이 이렇게 거시적으로 시대를 살펴볼 수 있을까요? 원인이 뭘까요?


왜 19세기 이전 사람들과 달리, 19세기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고대와 미래를 동시에 둘러볼 수 있을까요? 자연 과학과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발달했기 때문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과 함께 또 다른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18세기 이후, (유럽) 사람들은 단절이나 변혁을 경험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산업 혁명, 자본주의 발달. 자연 과학과 함께 이런 것들은 (유럽) 문명을 뒤집었습니다. SF 작가들은 그렇게 뒤집어지는 세계를 바라봤고, 그걸 소설에 적용합니다. SF 작가들은 세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걸 소설로서 표현했어요.



흔히 우리는 5단계 역사 발전을 이야기합니다. 5단계 역사 발전은 정확한 역사 유형이 되지 못하겠으나, 대략적인 유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5단계 역사 구분은 19세기 유럽 사회주의 철학자에게서 비롯했습니다.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한창 기지개를 뻗는 시기에 5단계 역사 구분은 나타났죠. 저는 이게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SF 작가들과 유럽 사회주의 철학자들은 함께 시대가 단절되고 변혁되는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사건에서 거시적인 SF 시각과 5단계 역사 구분은 함께 비롯했을 겁니다.


19세기 이전에 그런 논의들은 아예 없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유럽 이외에 다른 대륙 사람들 역시 그런 것을 논의했을 겁니다. 우리가 모든 진보적인 사상을 유럽에게 돌린다면, 그건 크나큰 오류겠죠. 하지만 19세기 유럽 SF 작가들과 사회주의 철학자들은 그런 역사 구분을 면밀하고 치밀하게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거시적인 문명 발전을 논의하는 SF 소설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역사 단계를 구분하는 사상들을 의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SF 소설과 사회주의 철학은 똑같은 뿌리에서 자랐는지 모릅니다. 이는 SF 소설과 사회주의 철학이 똑같은 관계를 맺었거나 SF 소설이 좌파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SF 소설과 사회주의 철학은 똑같이 '시대가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SF 소설과 사회주의 철학에게 그런 관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류 문명은 이제까지 바뀌었고, 앞으로 바뀔 겁니다. 미래에 어떤 문명이 찾아올지 아무도 알지 못하나, 인류 문명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바뀔 겁니다. 전통적인 공산주의 사상에서 미래 세계는 긍정적인 공산주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공산주의 시대가 필연적으로 찾아올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을 포함하거나 배제한다고 해도, 대부분 사회주의 철학들은 분명히 인류 문명이 바뀐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렇게 인류 문명이 바뀌기 때문에 사회주의 철학자들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류 문명이 바뀐다는 사실은 억압적인 계급 구조에 저항하는 운동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죠. SF 소설에서도 인류 문명이 바뀐다는 사실은 기반 사상과 같습니다. 인류 문명이 바뀐다는 사실을 배제한다면, SF 작가들은 제대로 이야기를 쓰지 못할 겁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소설 <듄> 연대기가 사이언스 픽션보다 중세 우주 판타지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듄> 연대기는 행성 생태계와 인류 문명이 장대하게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건 아주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누군가는 아무리 인류 문명이 바뀐다고 해도 억압과 폭력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할지 모릅니다. 네, 맞아요. 고대, 중세, 근대 시대에도 억압과 폭력은 존재했죠. 현대 자본주의 시대 이전에도 분명히 침략 전쟁이나 환경 오염은 존재했고, 과거는 절대 평화로운 시대가 아니었죠. 21세기 초반에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 것처럼, 과거 사람들 역시 힘들게 살아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은 21세기 자본주의 현실입니다. 21세기 자본주의는 13세기 중세 봉건 제도나 7세기 고대 노예 제도와 다릅니다.


언제나 노예가 존재했다고 해도, 고대 노예와 중세 농노와 근대 흑인 노예와 21세기 임금 노예는 다릅니다. 언제나 노예가 존재했다고 해도, 사회 구조는 계속 바뀌었고, 각자 다른 노예 제도들을 내놨습니다. 그렇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만약 앞으로 계속 노예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또 다른 노예 제도일 겁니다. 시대 변화에 부정적인 사람들조차 그런 사실을 외면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SF 소설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철학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뀔 때, SF 작가들은 관념의 변화를 포착합니다. 시대가 바뀔 때,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거기에서 해방의 기회를 엿봅니다.



저는 미래가 무조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편협한 낙관론일 겁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현실에서 변화를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그건 판타지 소설과 SF 소설이 드러내는 가장 큰 차이일 겁니다. 사회주의 철학 역시 비슷합니다. 비록 미래가 무조건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히 뭔가가 바뀌는 순간은 존재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런 순간을 붙잡는다면, 우리는 해방으로 가는 길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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