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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고민하지 못하는 문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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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고민하지 못하는 문제

OneTiger 2018. 12. 13. 19:12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2>는 꽤나 오랜만에 나타난 속편입니다. 전작 <인크레더블>은 2004년에 나왔어요. 따라서 <인크레더블 2>는 15년만에 나타난 속편입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속편이 나왔는지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어벤저스>를 비롯해 초인 영웅들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그런 상황은 <인크레더블 2>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릅니다. 초인 영웅들이 잘 나가기 때문에 영화 배급사는 <인크레더블 2>를 기획했을지 모르죠. 이건 그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고, 뚜렷한 근거는 없습니다. 어쩌면 제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을지 모르죠.


그렇다고 해도 초인 영웅 애니메이션으로서 <인크레더블 2>는 초인 영웅 열풍에 멋지게 합류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관객들은 <인크레더블 2>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양쪽 모두 초인 영웅들이 초인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외치기 때문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초인 영웅들이 엄청난 사고를 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인크레더블 2>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올라프 스태플던이 쓴 <이상한 존>이나 알프레드 반 보그트가 쓴 <슬랜>을 떠올리게 합니다. 초인들은 인류 사회와 어울리지 못합니다. 초인들은 인류 사회와 반목합니다.



그것 때문에 <인크레더블 2>에서 초인 영웅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야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엘라스티걸과 미스터 인크레더블 모두 취직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건물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열차를 밀어붙일 수 있는 초인 영웅들은 취직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건 꽤나 모순적인 상황이죠.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그런 고민을 단번에 끝장내기 때문입니다. 어마어마한 다국적 기업은 초인 영웅들(엘라스티걸, 미스터 인크레더블, 프로존)에게 새로운 활약을 제안하고, 이는 긍정적이고 열띤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어마어마한 대기업 덕분에 초인 영웅들은 다시 활약할 수 있었고, 그래서 다들 대기업이 세계를 구했다고 칭송합니다.


내용 누설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자세히 이야기하지 못하겠으나, <인크레더블 2>에서 취직 문제와 대기업은 가장 중요한 소재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따라서 <인크레더블 2>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와 떨어지지 못합니다. <인크레더블 2>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아주 중요한 소재입니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시각이 꽤나 상투적이고 피상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취직 문제는 심각합니다. 하지만 왜 취직 문제가 심각할까요? 왜 이 세상에 엄청난 재화들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굶어죽어야 할까요? 왜 누군가는 괴롭게 과로에 시달려야 하고, 왜 누군가는 취직하지 못하고 굶어야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임금 노예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은 막대한 생산 수단을 차지하고 생산 과정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 계급은 거기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습니다. 하지만 무산자 민중 계급은 그렇지 못하고 자본가 계급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초인 영웅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생산 수단을 차지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엘라스티걸이 초인 영웅이라고 해도, 임금 노예는 그저 임금 노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엘라스티걸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요. 엘라스티걸은 임금 노예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임금 노예가 되느라 애씁니다.


아무리 스파이더맨처럼 엘라스티걸이 건물들 사이를 휙휙 날아다닌다고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임금 노예를 자처하는 초인 영웅. 이건 꽤나 웃긴 조합입니다. 당연히 엘라스티걸이나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나 프로존은 다국적 기업이 문제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서 대기업은 존재하지 못합니다. 그 자체로서 대기업에게는 존재할 명분이 없습니다. 오직 자본주의 시장 경제 속에서만 대기업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임금 노예 제도이고, 임금 노예 제도는 억압적인 제도입니다. 자본주의는 끔찍한 수탈과 오염에서 비롯했어요.



그런 수탈과 오염 때문에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있고 대기업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가난한 원주민들을 학살하거나 지구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하지만 엘라스티걸이나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나 프로존은 그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기업이 새로운 활약을 제안했기 때문에 초인 영웅들은 대기업 간부에게 고마워합니다. 대기업 간부는 모두 악당이 아닐 겁니다. 어딘가에는 착한 대기업 간부들이 있겠죠. 아니, 대기업 간부들에게도 인간적인 구석이 있겠죠. 어떤 대기업 사장이 용기를 내고 초인 영웅들을 돕는다고 해도, 그건 이상하지 않겠죠.


공산주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프리드리히 엥겔스 역시 기업 사장이었어요. 문제는 <인크레더블 2>에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각 그 자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착한 대기업 사장을 보여준다고 해도, <인크레더블 2>는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저지르는 엄청난 폭력과 오염은 사라지고, 오직 착한 대기업 사장만 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죠. 만약 정말 초인 영웅들이 존재한다면,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그런 초인 영웅들조차 포섭할 겁니다. 초인 영웅들이 무찔러야 하는 가장 커다란 악당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일 겁니다.



하지만 초인 영웅들은 이런 사실을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비단 <인크레더블 2>만 아니라 다른 초인 영웅 이야기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더우먼이나 배트맨이 자본주의를 고민할까요?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이 자본주의를 고민할까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엄청난 재벌입니다. 하지만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그런 막대한 부가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그런 막대한 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배트맨이 세계 최고의 탐정이고, 아무리 아이언맨이 천재 공학자라고 해도, 결국 세계 최고의 탐정과 천재 공학자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문제라고 파악하지 못합니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을 그리는 만화 작가들이 자본주의를 분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왜 만화 작가들이 자본주의를 분석하지 못할까요. 학교 교육들이 그걸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 교육들은 자본주의가 당연하다고 가르칩니다. 학교 교육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저지르는 온갖 폭력들, 학살들, 범죄들, 환경 오염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 교육들이 환경 오염을 언급한다고 해도, 교과서들과 선생님들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류가 문제라고 떠듭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 속에서 모든 인류가 혜택을 받습니까?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혜택을 받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동남 아시아 원주민들이 혜택을 받습니까? 그건 헛소리입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혜택을 받습니까? 그건 망상입니다. 인도 여자 농민들이 혜택을 받습니까? 그건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다국적 기업들이 착취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고통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들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떠듭니다. 학교 교과서들은 굶어죽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동남 아시아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흑인들과 인도 여자 농민들이 탐욕스럽다고 가르칩니다. 부유한 중산층 미국 백인과 굶어죽는 인도 여자 농민이 똑같은 계급이 아님에도, 학교 교과서들은 그걸 구분하지 않습니다. 계급은 생물종보다 우선합니다. 중산층 백인 남자와 가난한 인도 여자 농민이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임에도, 중산층 백인 남자는 가난한 인도 여자를 착취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가 이걸 무시하고 인류의 탐욕을 운운할 때, 그건 현실 왜곡이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학교 교육들은 현실을 왜곡하고 학생들을 세뇌시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신성하다고 여깁니다. 남한 사회 역시 다르지 않죠. 수많은 남한 사람들은 우주가 나타났을 때부터 자본주의가 존재했다고 여깁니다. 수많은 남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초역사적이고 영원불멸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본주의를 바꾸기 원할 때, 수많은 남한 사람들은 그걸 필사적으로 거부합니다. 그건 신성 모독입니다. 자본주의는 우주와 함께 나타났고 영원불멸해야 합니다. 이런 광신 위에서 사람들은 교육, 법률, 정치, 문화를 떠듭니다. 그건 모두 잘못된 결론으로 빠지죠.



지식인들은 이런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나, 심지어 지식인들조차 자본주의에 복종하고 자본주의를 미화합니다. 권력이 약자들을 수탈할 때, 지식인들은 약자들의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지식인들은 최선의 보루이고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지식인들은 누구보다 많이 공부할 수 있고 누구보다 넓은 시각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사회가 특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지식인들은 권력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식인들은 누구보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심지어 그런 지식인들조차 권력을 편들고 현실을 외면하죠. 고착화된 세뇌가 지식인들을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식인들 역시 얼마든지 잘못된 결론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인크레더블 2> 역시 잘못된 결론으로 빠집니다. 사실 전편 <인크레더블> 역시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죠.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임금 노예가 되어야 했음에도,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자본주의가 잘못되었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아요.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그저 개인적인 분노만 터뜨렸을 뿐입니다. 엘라스티걸이나 프로존 역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영웅은 약자를 지켜야 합니다. 만약 이 세상에 정말 영웅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밑바닥 계급과 자연 생태계를 위해 싸우는 영웅들일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영웅들은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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