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맨 인 블랙> 속의 거대하고 작은 진실들 본문
영화 <맨 인 블랙>은 세상이 겉보기와 다르다고 말합니다. 세상은 겉보기와 다르고, 진실은 상식이 아닙니다. 흔히 우리는 상식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나,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진실은 상식이 아닙니다. 상식은 그저 가면과 기만과 위장에 불과합니다. 진실은 따로 존재하고, 상식은 진실을 가립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민들은 진실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오직 일부 특권층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오직 몇몇 특권층만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은 진실에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어리석습니다. 그들은 계속 멍청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검은 양복 요원들은 일반적인 시민들을 통제합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은 가축들입니다. 검은 양복 요원들은 양치기들입니다. 양치기가 가축들을 통제하는 것처럼, 검은 양복 요원들은 일반적인 시민들을 통제하죠. 가축이 울타리를 벗어날 때, 양치기는 가축을 다시 울타리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일반적인 시민이 진실을 깨달았을 때, 검은 양복 요원들은 그 시민의 기억을 지웁니다. 그 시민은 다시 거짓된 상식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 <맨 인 블랙>은 음모론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시민이 진실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진실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음모론들은 무성하게 퍼집니다.
흔히 사람들은 황색 언론 매체들, 타블로이드 신문들을 무시합니다. 하지만 <맨 인 블랙>에서 황색 언론들은 유일하게 진실에 접근합니다. 중요한 정보를 찾을 때, 검은 양복 요원들은 주류 언론들이 아니라 황색 언론들을 뒤적입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처럼, 주류 언론들은 그저 거짓된 상식들을 떠들 뿐입니다. 어쩌면 몇몇 거물 언론 인사는 진실을 알지 모릅니다. 막강한 권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진실을 알지 모릅니다. 하지만 수많은 주류 언론계 종사자들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거짓된 상식이 진실이라고 믿겠죠. 황색 언론 매체들이 진실을 추구할까요? 그들은 황당한 외계인 소문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할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게 진실이라고 믿을지 모릅니다. <엑스 파일>에서 폭스 멀더가 저 너머에 진실이 있다고 외친 것처럼, 어떤 황색 언론 매체들은 상식 너머에 진실이 있다고 믿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자극적인 기사들이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할 뿐인지 모릅니다. 자극적인 기사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황당한 외계인 소문들을 실을지 모릅니다. 검은 양복 요원들은 그런 황색 언론들을 감시할지 모릅니다. 누군가가 정말 황당한 외계인 소문들이 사실이라고 믿을 때, 그 사람은 음모론을 열심히 퍼뜨리겠죠. 검은 양복 요원들은 그 사람의 기억을 지우겠죠. 검은 양복 요원들은 황색 언론 매체들을 감시하는 중일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모론들은 퍼지겠죠. 검은 양복 요원들이 모든 사람을 감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모론들은 계속 퍼지겠죠. 하지만 심지어 음모론자들조차 얼마나 진실이 거대한지 감당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영화 <어 퓨 굿 맨>에서 제셉 대령이 외친 것처럼, 그들은 진실을 감당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진실이 너무, 너무 엄청나게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맨 인 블랙>은 연이어 상식들을 깨뜨립니다. 상식들은 진실이 아니고, 따라서 <맨 인 블랙>은 연이어 상식들을 깨뜨려야 합니다. 처음에 이 영화는 작은 상식을 깨뜨립니다. 초반부에서 영화가 너무 커다란 상식을 깨뜨린다면, 관객들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겠죠. 관객들 역시 아직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맨 인 블랙>은 작은 상식들을 깨뜨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J 요원이 본격적으로 검은 양복 요원들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때, <맨 인 블랙>은 훨씬 커다란 상식들을 깨뜨리기 시작합니다. J 요원은 관객들을 대신합니다. 관객들이 지켜보는 동안, J 요원은 온갖 상식들에 맞서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훨씬 커다란 진실들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커다란 진실들과 마주치는 동안 J 요원은 요절복통 코미디를 연출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안락하게 진실들을 마주칠 수 있죠. 요절복통 코미디를 연출하는 사람들은 관객들이 아니라 J 요원입니다. 관객들은 그저 웃고 즐길 뿐입니다.
J 요원과 관객들은 똑같이 멍청합니다. 양쪽 모두 거짓된 상식이 진실이라고 믿죠. 하지만 J 요원은 코미디를 연출합니다. J 요원과 달리, 관객들은 놀림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무도 노골적으로 관객들을 조롱하지 않죠. 설사 <맨 인 블랙>이 관객들을 조롱한다고 해도, 그건 노골적이지 않습니다. <맨 인 블랙>은 <심슨 가족> 극장판이 아닙니다. <심슨 가족> 극장판은 노골적으로 관객들을 조롱합니다. 그게 아주 노골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은 그런 과정을 즐깁니다. 호머 심슨이 관객들에게 삿대질한다고 해도, 그건 그저 유희에 불과합니다. 사실 그건 진짜 조롱이 아니죠.
호머 심슨이 관객들에게 삿대질할 때, 그건 연극이고 약속입니다. 관객들은 호머 심슨이 화면 밖으로 삿대질할지 모른다고 기대합니다. 반면, <맨 인 블랙>은 특권 의식을 내비치나,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설사 <맨 인 블랙>이 관객들을 조롱한다고 해도, 그건 노골적이지 않습니다. 놀림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안락하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점차 진실은 커지고, 마침내 진실은 우주적인 규모에 다다릅니다. 흔히 우리는 우주가 거대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상대적인 차이일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우주는 아주 작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우주는 아주 클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서 거대한 우주와 작은 우주는 함께 공존할지 모릅니다.
크기가 상대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아주, 아주 거대한 우주가 있다면, 그 우주 앞에서 인간은 그저 먼지에 불과할 겁니다. 아니, 심지어 인간은 먼지에 미치지 못할지 모릅니다. 아주, 아주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보다 먼지는 훨씬 우월할지 모릅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아찔합니다. 이런 진실은 너무 충격적입니다. 이게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을 회의할지 모릅니다. 언젠가 이 세상은 끝날 겁니다. 지구는 끝나고, 태양계는 끝나고, 우리 은하는 끝나고, 우주 전체는 끝날지 모릅니다. 다른 차원들이나 평행 세계들 속에서 다른 우주들은 사라지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는 끝날지 모릅니다.
이런 예상은 너무 충격적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회의에 빠질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초라하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와, 이렇게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사실 이건 하드 SF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하드 SF 소설들은 아주 엄청난 우주를 보여주고 인간 중심주의를 산산조각 깨뜨립니다. 하지만 하드 SF 소설들이 너무 엄청난 우주를 강조한다면, 이건 인간을 밀어낼지 모릅니다. 우주가 엄청나다고 해도, 인간이 밀려나야 할까요?
사실 그 자체로서 거대한 우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 인식하기 때문에 거대한 우주는 존재합니다.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고 우리가 말할 때, 우리가 우주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주가 존재한다고 말하지 못할 겁니다. 물리적으로 거대한 우주는 존재합니다. 거대한 우주처럼, 물리적으로 우리의 인식은 존재합니다. 물리적으로 거대한 우주와 우리 인간의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한 우주에게 경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 SF 소설들이 인간의 인식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오직 거대한 우주만 강조한다면, 그건 관념적으로 흐를지 모릅니다.
다행히 여러 하드 SF 소설들은 두 가지를 함께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오직 거대한 우주만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오직 거대한 우주만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인간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못하죠.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들은 보잘것없어." 이건 편파적인 관념입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거대한 우주와 인간은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소중하죠. 이걸 무시한다면, 그런 사람은 편파적으로 사고할 테고 심지어 누군가를 차별할지 모릅니다.
<맨 인 블랙>은 하드 SF 장르가 아니고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코미디 영화로서 <맨 인 블랙>은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웃고 넘어갑니다. <맨 인 블랙>은 일반적인 시민들이 진실을 알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이 우주에 엄청난 진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진실은 인간을 깔아뭉갤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인간이 그걸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진실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민들은 그걸 알지 말아야 합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오직 몇몇 특권층만 '인간'이 됩니다. 물론 <맨 인 블랙>은 코미디 영화이고, 관객들은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이걸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는 없겠죠. 문제는 그런 웃음이 이른바 엘리트 공황에 기반한다는 사실입니다. 엘리트들은 일반적인 시민들이 어중이 떠중이라고 간주하고 진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숱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에서 정부 지도자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재난(거대 괴수나 소행성 충돌이나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기타 등등)을 알리지 않죠. 정부 지도자들은 일반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공황에 빠질 거라고 우려합니다. "뭐라고? 자네, 거대 괴수가 날아온다고 말했나? 이걸 시민들에게 알리지 말게.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폭동을 일으킬 거야."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에는 이런 대사가 빠지지 않죠. <어 퓨 굿 맨>에서 조셉 대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의 숱한 정부 지도자들과 <어 퓨 굿 맨>의 조셉 대령과 <맨 인 블랙>의 검은 양복 요원들은 똑같이 엘리트 공황에 기반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들 속에서 지도자들이 시민들을 무시할 때, <어 퓨 굿 맨>에서 조셉 대령이 진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외칠 때, <맨 인 블랙>에서 검은 양복 요원들이 일반 시민의 기억을 지울 때, 모두 똑같은 원리에 기반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