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잃어버린 세계 (7)
SF 생태주의
노라 제미신은 을 썼습니다. 예전에 11월 2일 게시글(링크)이 설명한 것처럼, 이 단편 소설은 SF 장르에 속합니다. 대체 역사와 스팀펑크가 핵심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아이티 흑인들은 서구 지배 계급을 몰아냈고 독립했습니다. 더 이상 서구 제국주의는 아이티 흑인들을 짓밟지 못합니다. 흑인 무장 봉기가 성공한 이후, 아이티 사회가 많은 노동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아이티 민중들은 자본주의 사회보다 공유 사회를 이룩합니다. 공유 사회는 공공 육아를 인정하고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습니다. 단편 소설 속에서 아이티 공유 사회는 평등을 상징합니다. 현실에서 아이티 공유 사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아이티 흑인들은 무장 봉기했고, 이건 노예 제도에게 타격을 어느 정도 미쳤으나, 과 달..
[문명 외부, 비경에는 미지의 자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경 탐험과 생태계 연구는 겹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타고 외계 행성으로 떠납니다. 외계 행성에는 드넓고 깊은 바다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바닷속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거대 괴수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거대 바다 괴수를 관찰하고, 연구하고, 감탄합니다. 외계 해양 생태계에서 거대 바다 괴수는 핵심 생물종입니다. 거대 바다 괴수가 뭔가를 먹고, 부스러기들을 흘리고, 해저 지형을 바꾸고, 배설물을 내놓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는 활발하게 돌아갑니다. 거대 바다 괴수는 활발한 해양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활발한 해양 생태계에서 거대 괴수는 풍족하게 먹고 삽니다. SF 울타리에서 이런 이야기는 드물지 않습니다..
제임스 블리시가 쓴 은 비경 탐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서 수중 인간들은 웅덩이 너머를 두려워합니다. 수중 인간들은 웅덩이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웅덩이 너머에는 뭔가가 있는 것 같으나, 수중 인간들은 웅덩이를 벗어나기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수중 인간들은 웅덩이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생체 잠수정(오오, 생체 잠수정…!)을 건조하고 웅덩이 밖으로 나갑니다. 다른 수중 인간들은 이게 무모한 시도라고 비난하나, 결국 생체 잠수정은 낯선 세계로 떠납니다. 지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생체 잠수정은 온갖 고생길들을 거치나, 생체 잠수정 승무원들은 웅덩이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깨닫습니다. 소설 은 작은 수중 인간들, 웅덩이, 생체 잠수정(다시 한 번 감탄사. 오오, 생체 잠수..
[이런 장면처럼, 공룡 이야기를 보기 위해, 공룡 팬들은 사이언스 픽션을 선택해야 할 겁니다.] 고생물학자 스콧 샘슨은 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스콧 샘슨은 공룡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추측합니다. 첫째, 공룡은 거대합니다. 공룡보다 현대인이 만날 수 있는 육상 동물들은 훨씬 작습니다. 마멘키사우루스처럼 아주 거대한 공룡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현대인이 만날 수 있는 홀로세 육상 동물들보다 다양한 공룡들은 훨씬 큽니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이고, 그래서 크기는 중요한 매력 요소입니다. 인간은 거대한 동물이 걸어다니는 장면에 주목하고, 공룡에게는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둘째, 공룡은 특이합니다. 예전부터 오늘날까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영원히 빛나는 인기 스타이나, 어떤 사람..
[아무르 호랑이 산군은 문자 그대로 포스가 가득한 영물입니다. 이런 영물이 괴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영화 는 일제 식민지 조선과 조선 포수들과 아무르 호랑이를 이야기합니다. 조선에서 일본 제국 군대는 온갖 야생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이른바 '지리산 산군' 역시 사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문제는 산군이 아주 영특하고 민첩하고 강력한 호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산군을 잡기 위해 일본 군대는 조선 포수들을 고용하나, 조선 포수들 역시 산군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일본 군대는 여러 병사들과 몰이꾼들을 지리산에 보냈으나, 그들을 물어뜯은 이후 산군은 유유히 사라집니다. 산군 사냥 작전을 지휘하는 포수 대장은 왕년에 이름을 날린 늙은 포수 만덕을 찾아갑니다. 만덕이 추적을 맡는다면, 조선 포수들은..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비록 이건 인공 생태계에 가까우나, 이런 탐험 역시 로스트 월드에 속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과 SF 소설 양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들은 한 가지 업적을 남기기도 힘든데, 이 양반은 두 가지 영역에 큰 흔적을 남겼군요. 역시 대가는 다른가 봅니다. (하지만 이 양반의 제국주의 시각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겁니다.)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의 영역에서 와 을 남겼고, SF 소설의 영역에서 와 를 선보였습니다. 와 의 소재는 모두 탐험입니다. 전자는 백인 탐험대가 공룡을 찾기 위해 남아메리카 밀림을 탐험하고, 후자는 백인 탐험대가 어쩌다 깊고 깊은 해저 왕국을 탐험하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탐험대고, 우리나라 평론가나 팬덤은 이런 소설을 비경 탐험물이라고 부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