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메리 셸리 (58)
SF 생태주의
메리 셸리가 쓴 소설 은 연금술사 빅토르 프랑켄슈타인과 인조인간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켄슈타인(창조자)과 인조인간(피조물)이 맺는 관계입니다. 거의 대부분 사건들은 두 등장인물에게서 비롯하죠. 하지만 몇몇 등장인물은 프랑켄슈타인이나 인조인간과 아무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특히, 로버트 월튼 선장과 탐사선 승무원들 같은 극지 탐사대는 훨씬 그렇습니다. 소설 은 액자 구성입니다. 이 소설에서 첫째 화자는 로버트 월튼 선장입니다. 월튼은 북극을 탐험하는 탐사선 대장입니다. 어느 날 북극 탐사선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과 만납니다. 탐사선 승무원들은 프랑켄슈타인을 구출하고, 월튼은 왜 프랑켄슈타인이 극지를 방황하는지 묻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월튼은 그 이야..
[이런 처럼,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지옥을 연출하고 야만을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기를 좋아합니다. 인류 문명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야만적인 본성들을 드러냅니다. 그런 야만적인 본성들은 지옥을 연출하죠. 그런 지옥을 바라보는 동안 독자들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할 겁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창작물들에서 이런 주제는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이런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흔한 인터넷 소설들이나 인터넷 만화들 역시 다르지 않겠죠. 네빌 슈트나 레이 브래드버리 같은 작가들은 이런 통념을 거꾸로 적용합니다. 는 지옥을 연출하지 않죠. 묵시적인 종말이 다가옴에도, 사람들은 야만적인 본성들을 드러내지 않고 인생을 신나게 즐깁니다. 그들..
SF 문학을 이야기할 때, 흔히 사람들은 소설들과 희곡들과 시나리오들을 언급합니다. 소설과 희곡과 시나리오 중에서 소설은 가장 유명하죠. 사실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는 소설에서 비롯했고 희곡과 시나리오보다 소설로서 SF 문학은 가장 유명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SF 시(詩)들이 없는지 묻습니다. 소설들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SF 시들을 제대로 연상하지 못하죠. 사람들이 SF 문학을 언급할 때, 시나리오나 희곡이나 소설과 달리, 시는 거의 끼어들지 못합니다. SF 문학 세상에서 시는 희귀 종자와 비슷하죠. 사실 SF 시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SF 시들을 읽고 싶다면, SF 잡지들에서 독자들은 여러 시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소설 모음집 에는 SF 시가 있죠.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람..
비인간 존재(다른 존재)를 만나는 즐거움.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SF 소설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사실 SF 세상에는 숱한 비인간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다르고, 그런 차이를 확인할 때, 독자는 인식의 지평선이 넓어진다고 느낄 겁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차이들이 있고, 그런 차이를 인식할 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훨씬 제대로 알 수 있겠죠. 하지만 SF 소설이 아니라 판타지 소설 역시 숱한 비인간 존재들을 보여줍니다. 중세 판타지에 나오는 흔한 엘프나 드워프부터 도시 판타지에 나오는 흡혈귀나 늑대인간, 그리고 판타지 작가가 상상하는 온갖 기이한 존재들까지…. 판타지 소설 역시 얼마든지 비인간 존재들을 늘어놓을 수 있죠. 가령, 소설 는 그런 비인간 존재들을 열심히 고민합니다. 후..
"우리는 기계로 만들어진 괴물의 몸집이 온통 공장 전체를 가득 채우는 광경을 본다. 처음에는 거대한 수족의 움직임이 느리고 정교하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나, 결국 세지 못할 수많은 기관들의 빠르고 열광적인 회전 때문에 우리는 이 괴물을 더 이상 부인하지 못한다." 이 문구는 SF 소설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언뜻 이 문구는 SF 소설처럼 보이나, 사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에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카를 마르크스가 기계를 저렇게 묘사하는 이유는 공장 기계가 인간 노동자들을 몰아내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공장 기계들과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인간 노동은 가치를 만드나, 혁신과 비용 때문에 자본가들은 계속 기계들을 도입하고 기계들은 인간 노동자들을 내쫓죠. 그래서 노동자들은 ..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러니까 미치광이 과학자는 SF 소설 속에서 흔한 소재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무조건 미친 과학자라고 번역한다면, 그건 오류일 겁니다. 종종 미친 과학자보다 사악한 과학가 더 어울리는 번역 같습니다. 아니면 외골수에 빠진 과학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 방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소설 에 등장하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조인간의 이름이라고 오해하는, 그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이죠.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미쳤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 프랑켄슈타인은 너무 한 가지 길에 빠졌고, 그래서 주변을 둘러볼 수 없었죠. 그런 외골수는 결국 프랑켄슈타인을 파멸로 이끌었고요.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를..
문학동네 출판사의 소설 를 보면, 말미에 번역자 후기가 달렸습니다. 번역자는 이 소설이 본격적인 SF 소설의 시발점이지만 단지 SF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을 그저 SF 소설의 시발점으로만 평가한다면, 그건 너무 시시하고 단조로운 평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마 번역자는 메리 셸리의 기구한 삶을 조명하기 위해 을 그저 SF 소설로만 평가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을 겁니다. 아마 이 세상에는 불행한 SF 작가들이 많을 겁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처럼 단행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작가도 있을 테고, 옥타비아 버틀러처럼 흑인과 여자라는 사회적 약자가 된 작가도 있을 테고, 필립 딕처럼 그야말로 산만하고 혼란스럽고 편집적인 삶을 살아간 작가도 있겠죠. 존 브루너는 라는 소설로 유명해졌으나, 이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