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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런 이질적이고 거대한 외계 야수 역시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에서 비롯했겠죠.] 소설 은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찰스 다윈이 비글 탐사선을 타고 여러 생명체들을 만난 것처럼 스페이스 비글은 여러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죠. 그것들 중 쿠알이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촉수들이 달린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생겼죠. 다른 외계 생명체들에 비해 쿠알은 비교적 지구 동물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마 검은 표범에게 길다란 촉수들을 붙인다면, 쿠알과 비슷하게 보이겠죠. 쿠알은 몇몇 창작물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가령, 에 등장하는 디스플레이스드 비스트는 쿠알과 아주 비슷하죠. 에도 쿠알이라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이 동물은 파충류의 흔적을 약간 간직했으나, 커다란 호랑이나 표범과 비슷하게 생겼고, 두 ..
며칠 전에, 그러니까 금요일에 저는 어떻게 비경 탐험과 괴수물이 짝궁을 이루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댄 시몬스가 쓴 을 언급했고, 나 , 등을 함께 거론했어요. 하지만 은 SF 소설이 아닙니다. 나 이나 와 달리 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다. 댄 시몬스는 이나 처럼 굉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을 썼으나, 그것과 상관없이 은 SF 소설이 아니에요. 댄 시몬스는 탐사선의 구조와 기이하고 혹독한 극지 환경과 북극 원주민들의 문화를 생생하게 고증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이 소설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르지 못하겠죠. 물론 저는 이 SF 소설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따라서 제 실수입니다. 저는 과 을 함께 언급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아무리 고증이 가볍고 하드하지 않다고 해도 어쨌든 은 분..
[비경은 거대 괴수가 살 수 있는 고향입니다. 그래서 비경 탐험과 거대 괴수는 찰떡 궁합이죠.] "공포에 질린 자, 몸이 얼어붙은 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빙원에서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 오래된 피비린내를 풍기는 녀석의 아가리가 그들의 머리를 집어삼킨다." 소설 은 이런 문구를 뒷표지에 집어넣었습니다. 소설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죠. 이 문구는 크게 두 가지 소재를 가리킵니다. 먼저 '공포에 질린 자가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는 문장은 비경 탐험을 뜻합니다. 소설 속에서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영국 해군 탐사대는 두 탐사선을 타고 북극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경로를 선택했고, 그래서 얼음 바다에 갇힙니다. 얼음들은 사방에서 두 탐사선을 옥죄고, 두 탐사선은 ..
소설 에서 재미있는 점은 트리피드들이 재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소설 제목과 달리 트리피드는 이 작품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은 일종의 장애 아포칼립스입니다. 사람들은 장애를 겪고, 그래서 문명이 붕괴하죠. 따라서 은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같은 소설과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에는 식물 괴수 따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식물 괴수가 아니라고 해도 장애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덮칠 수 있습니다. 사실 에서 식물 괴수들은 장애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인공 위성 전투입니다. 적어도 소설 주인공은 인공 위성 전투라고 짐작했죠. 인공 위성이든 혜성이든, 어쨌든 트리피드와 딱히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장애를 겪고 문명이 붕괴하기 전까지, 트리피드는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
[이런 육식 파충류 괴수는 육식공룡과 비슷한 위상이 됩니다. 음, 이런 자연관이 괜찮을지….] 소설 에서 앨런 그랜트와 팀과 렉스는 몰래 호수를 건너려고 합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숫가 근방에서 쿨쿨 잠들었기 때문이죠. 그랜트는 조용히 보트를 띄웠으나, 렉스는 그만 재채기를 터뜨리고 맙니다. 총소리처럼 재채기는 호숫가를 시끄럽게 울렸고,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는 잠에서 깨고 보트를 쫓습니다. 팀은 (파충류가 다들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수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육식공룡은 머리와 등줄기, 꼬리의 윗부분을 드러내고 악어처럼 헤엄칩니다. 그랜트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헤엄치는 모습이 정말 악어 같다고 생각해요. 악어처럼 티라노사우루스는 물 속으로 들어가고 갑자기 보트를 습격하죠. ..
[이런 거대 괴수는 전사가 되지 못하겠죠. 우리가 육식동물에게 용맹함을 부여하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고지라를 육식동물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고지라는 과거에 사람들이 (잘못) 고증한 육식공룡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생물학자들은 육식 수각류들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두 발로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공룡 그림들을 찾아보면, 이런 육식공룡 체형을 쉽게 구경할 수 있죠. 시대는 흘렀고, 이제 고생물학자들은 육식 수각류들이 허리를 수평으로 세우고 꼬리를 뒤로 뻗는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1998년 갓질라조차 그런 고증을 반영했어요. 갓질라는 허리를 수평으로 세우고 꼬리를 뒤로 뻗습니다. 하지만 2014년 레전더리 고지라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돌아갔고 허리..
[생체 비행선의 함교 내부. 몇몇 개조 도마뱀이 보인다고 해도,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괴수와 거리가 멀어요.] 스콧 웨스터펠드가 쓴 소설 은 말 그대로 레비아탄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이 가리키는 레비아탄은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저 유명한 바다 괴수가 아닙니다. 그보다 생체 비행선이죠. 소설 속에서 인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발달시킵니다. 그래서 인류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들 수 있고, 산업과 전쟁을 위해 온갖 개조 동물들을 이용합니다. 레비아탄은 그런 동물들 중 하나이고,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고래입니다.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공룡 따위는 감히 깝치지 못합니다. 15m짜리 스피노사우루스는 감히 몇 백 m짜리 레비아탄에게 깝치지 못할 겁니다. 레비아탄에 비한다면, 공룡만 아니라 고지라 같은 거대 괴수조차 상..
[이런 거대 괴수가 무엇을 상징하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도시 파괴? 그게 전부일까요?] 영화 은 거대 괴수들을 선보입니다. 이 괴수들은 외계인들의 생체 병기이고, 심해 관문을 통해 지구에 출몰합니다. 외계인들은 다른 차원에서 괴수들을 만들고, 심해 관문으로 괴수들을 내보내요. 그 관문은 지구의 바다와 이어지기 때문에 괴수들은 인류 문명을 짓밟을 수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었고, 거대 로봇들이 출격합니다. 마침내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가 박 터지게 싸우고, 이런 열혈적인 싸움은 이 영화의 주된 볼거리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거대 로봇물이자 괴수물이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정말 은 '괴수물'일까요.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괴수는 중심 소재일까요...
[모스라는 여왕 제노모프 같은 징그러운 절지류 괴물 생산 공장, 절지류 암컷 괴물들과 다르죠.] 소설 은 절지류 괴수를 때려잡는 이야기입니다. 이 풍성한 소설은 여러 이야기들, 특히 도시 경관을 묘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으나, 근본적으로 절지류 괴수가 등장하는 이야기죠. 그 괴수들은 나방처럼 생겼고, 사실 나방이라고 불립니다. 아주 징그럽고 흉악한 나방들이죠.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했고, 꿈에서 도저히 보고 싶지 않은 징그러운 벌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차이나 미에빌이 무조건 절지류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 온갖 유사 인간들을 내보내고, 그 중에 벌레 종족도 있습니다. 이 벌레 종족을 이용해 차이나 미에빌은 절지류를 혐오하는 고정 관념..
[사실 국내에서 와 시리즈는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죠. 여기는 괴수 불모지….] 듀나는 어떤 논평 시리즈에서 을 이야기할 때, 모래벌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듀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암투보다 모래벌레와 행성 생태계가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죠. 거대한 괴수와 그 괴수를 둘러싼 장대한 생태계. 하지만 이외에 듀나는 다른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 논평 시리즈를 모두 읽었으나, 듀나가 거대 괴수나 행성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이외에 없었습니다. 사실 듀나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딱히 이야기할 소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 괴수가 등장하고, 그 괴수를 둘러싼 행성 생태계를 서사적으로 펼치는, 그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작가들과 번역된 외국 작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