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SF 장르, 근대성과 전근대성 사이에서 본문
[식물 사이보그 우주선은 근대성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고딕 호러에서 바이오펑크는 출발했습니다.]
여학생: 야, 왜 오직 언니들에게만 웃어주냐? 오직 언니들만 여자야? 그렇게 나에게도 한 번 웃어봐. 너는 나에게 한 번도 웃어주지 않았어. 네 동기도 여자야.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야. 알아, 몰라?
남학생: 나는 '나라 사랑'하지 않아. 나는 빨갱이야. 나는 국제주의, 인터내셔널이야. 너도 알잖아. 나는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기보다 국제주의를 사랑해. 하지만 그래, 동기 사랑은 중요하지. (여학생을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다)
만약 이렇게 여학우와 남학우가 대화한다면, 이런 대화는 동문서답에 어느 정도 가까울 겁니다. 남학우가 나라 사랑을 부정하고 국제주의를 긍정하기 때문입니다. 여학우 대사에서 나라 사랑은 핵심 주제가 아닙니다. 핵심 주제는 동기 사랑입니다. 어쩌면 여학우는 남학우를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남학우가 자신에게 웃어주지 않기 때문에, 여학우는 이게 속상하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학우는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라고 말하나, 여기에서 핵심은 나라 사랑보다 동기 사랑입니다. 하지만 남학우는 나라 사랑을 부정하고 국제주의를 긍정합니다. 이건 동문서답에 가깝습니다.
결국 남학우는 여학우에게 환한 미소를 짓고, 어쩌면 여학우는 두 뺨을 화아악~ 붉히고 행복한 환상♡에 빠질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화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 여학우가 나라 사랑을 운운하나요? 여학우는 동기 사랑을 직접 말할 수 있으나, 여학우는 동기 사랑을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야, 너는 선배 언니들보다 네 동기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해. 선배 언니들처럼, 네 동기도 여자야." 이렇게 여학우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여학우는 동기 사랑을 나라 사랑에 비유하고, 남학생은 국제주의자이고, 그래서 국제주의 남학우는 자신이 나라 사랑, 조국과 민족을 싫어한다고 빈정거립니다.
만약 여학우가 나라 사랑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남학우는 빈정거리지 않았을 겁니다. 여학우가 나라 사랑을 언급했기 때문에, 남학우는 빈정거렸습니다. 왜 여학우가 동기 사랑이 중요하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나요? 남학우가 말한 것처럼, 남학우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이고, 여학우는 이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여학우는 나라 사랑을 운운했습니다. 이게 관습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학 문화들에서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은 관습적인 용어이고, 그래서 여학우는 이 용어를 저도 모르게 운운했을 겁니다. 이미 이 용어가 대학 문화에 깊게 배었기 때문에, 대학 문화 속에서 여학우는 이것을 말했을 겁니다.
이런 사례는 특별하지 않고 드물지 않습니다. 인류 문화에는 관습적인 단어들이 있고, 사람들은 이런 단어들을 저도 모르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문화들을 만드나, 한편으로 어떤 문화들은 훨씬 선천적입니다.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문화들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선천적인 문화들에 종속됩니다. 비록 나중에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바꿀지 모른다고 해도, 문화들이 선천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종속됩니다. "아이고, 맙소사. 귀신들이 뭐하나? 왜 귀신들이 자유 한국당 정치인들을 잡아가지 않지?" 만약 이렇게 어떤 사람이 푸념한다면, 이게 무슨 뜻인가요? 이 사람이 귀신을 믿나요?
이 사람이 귀신을 믿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귀신들은 자유 한국당 정치인들을 잡아가야 한다.'라고 생각하나요? 어쩌면 이 사람은 귀신을 정말 믿는지 모릅니다. 이 사람은 저승 사자가 자유 한국당 정치인들을 빨리 찾아가기 원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귀신들이 뭐하나?"는 관습적인 용어입니다. 이건 원망, 한탄을 강조하기 위한 관습적인 용어입니다. 비록 이 사람이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이게 관습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귀신을 운운합니다. 여학생이 동기 사랑과 나라 사랑을 관습적으로 운운하는 것처럼, 이 사람은 귀신을 관습적으로 운운합니다. 문화는 관습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는 관습에 가깝습니다. 문화가 관습에 가깝기 때문에,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 같은 속담처럼, 문화는 천성이 됩니다. 그래서 비록 사람들이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귀신을 운운합니다. 귀신은 전설에 속합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 이른바 근대성, 모더니티는 전설과 귀신을 밀어냈습니다. 계몽주의는 근대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계몽주의가 신화, 전설, 민담보다 과학, 논리, 이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근대성 역시 과학, 논리, 이성을 중시합니다. 신은 웅장한 자연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생물 다양성은 스스로 진화했습니다. 진화 이론(근대성)은 신화를 밀어냅니다.
진화 이론이 창세기를 밀어내는 것처럼, 근대성은 전설과 귀신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21세기 초반 오늘날에서 전설은 힘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근대성은 19세기 사고 방식입니다. 19세기 이전에, 아주 오랜 동안, 전설은 인류 문화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주 오랜 동안, 전설이 인류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전설은 인류 문화에 아주 깊게 배었습니다. 근대성은 전설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전설은 사라질지 모르나, 오랜 동안, 인류 문화에서 근대성과 전설은 공존할지 모릅니다. 비록 전설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관습으로서 전설은 존재합니다.
"자유 한국당 정치인들 때문에, 남한은 헬조선이야. 여기는 너무 헬이야, 헬." 만약 이렇게 어떤 사람이 떠든다면, 이게 무슨 뜻인가요? 이 사람이 헬, 지옥을 믿나요? 이 사람이 악마들을 믿나요? 자유 한국당 정치인들이 빌어처먹을 악마들이기 때문에, 악마 소굴 자유 한국당이 지옥을 만들었나요? 어쩌면 이 사람은 지옥과 악마를 정말 믿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저 관습적으로 말했는지 모릅니다. 지옥과 악마는 신화에 속합니다. 이미 오랜 동안, 신화가 인류 문화에 깊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옥은 관습이 되었고, 이 사람은 수구 꼴통 사회가 지옥이라고 관습적으로 떠들었을 겁니다.
21세기 초반 남한 시민으로서 이 사람은 지옥과 악마를 절대 믿지 않을 겁니다. 비록 이 사람이 지옥과 악마를 절대 믿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신화가 문화에 배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지옥을 운운합니다. 남한 문화에서 신화, 전설, 민담은 비단 "귀신은 뭐하나?"와 "수구 꼴통 헬조선."만 아니라 여러 관습들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신화, 전설, 민담에서 근대성은 절대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록 신화, 전설, 민담이 힘을 잃었고 껍데기가 되었다고 해도, 근대성 속에서 신화, 전설, 민담은 계속 존재합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근대성이 뚝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허공에서 완전한 형태로서 근대성은 번쩍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서구 문명이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점차 근대성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초반 서구 문명에서 근대성은 신화, 전설, 민담, 이른바 전근대적(前近代的)인 것들을 밀어내나, 19세기 동안, 근대성과 전근대적인 것들은 서로 밀었고 당겼습니다. 1,000년 이상, 신화, 전설, 민담은 서구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무리 19세기 근대성이 강력하다고 해도, 근대성이 이런 신화, 전설, 민담을 순식간에 밀어낼 수 있나요? 이건 불가능합니다. 사실 근대성은 꼬꼬마에 가깝습니다. 근대성은 아주 강력한 꼬꼬마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꼬꼬마가 강력하다고 해도, 꼬꼬마는 꼬꼬마입니다. 꼬꼬마 근대성은 신화, 전설, 민담을 순식간에 밀어내지 못합니다. 근대성은 우위를 차지했으나, 껍데기로서 신화, 전설, 민담은 자리를 잃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수구 꼴통 헬조선, 지옥, 신화를 떠듭니다. 21세기 초반 남한 사람들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오랜 동안, 신화가 인류 문화에 깊게 배었기 때문에, 21세기 초반 남한 사람들은 신화에 종속됩니다. 비록 이게 그저 외면적인 종속에 불과하다고 해도, 21세기 초반 남한 사람들은 신화를 쉽게 떨치지 못합니다. 어쩌면 여학우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본문 위의 대화에서 여학우는 남학우가 자신에게 웃어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립니다. 여학우는 선배 언니들을 질투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학우는 남학우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나중에 여학우는 (간을 보고 기회를 엿보고 밀당을 시전하고) 남학우에게 고백할지 모릅니다. 여학우가 고백할 때, 여학우는 "나는 네 수호 천사가 되기 원해." 같은 문구들을 늘어놓을지 모릅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여학우가 천사를 믿나요? 여학우가 성스러운 예복을 입고,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광휘를 뿌리고, 남학우의 수호 천사로 승화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이건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관습적인 용어입니다.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여학우는 신화(수호 천사)를 언급하나, 여학우는 신화를 믿지 않을 겁니다. 남학우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이기 때문에, 유물론자로서 남학우 역시 신화를 믿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학우는 수호 천사를 운운합니다. 이미 신화가 관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신화, 전설, 민담은 인류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관점에서 SF 장르 역시 다르지 않을 겁니다. 19세기 서구 문화에서 SF 장르는 나타났습니다. 19세기 서구 SF 장르는 사이언티픽 로망스였고, 장르 명칭이 가리키는 것처럼, 과학, 논리, 이성은 SF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서구 문화에서 꼬꼬마 근대성과 유구한 신화가 밀고 당긴 것처럼, 19세기 서구 문화에서 오직 과학, 논리, 이성만 SF 장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겁니다. 메리 셸리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 메리 셸리는 오직 과학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메리 셸리와 퍼시 비시 셸리와 조지 바이런은 누가 멋진 고딕 호러를 쓸 수 있는지 내기했습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원조 사이언티픽 로망스이나, 출발점은 과학보다 고딕 호러였습니다. 고딕 호러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출발했고 바이오펑크로 넘어갑니다. 고딕 호러에서 바이오펑크로 <프랑켄슈타인>은 움직였습니다.
소설 <드라큐라>가 악마, 흡혈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딕 호러는 과학보다 전설에 기반합니다. 이런 고딕 호러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계몽주의가 19세기 서구 문명에 영향을 미쳤고, 점차 근대성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에, 메리 셸리는 근대성을 고딕 호러에 집어넣었습니다. 메리 셸리는 바이오펑크가 완전히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으나, 솔직히 메리 셸리는 바이오펑크가 쌩구라, 허풍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메리 셸리는 바이오펑크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19세기 서구 문명에서 근대성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메리 셸리가 바이오펑크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을 창작한 이후, 허버트 웰즈, 아서 코난 도일, 로버트 스티븐슨 같은 작가들 역시 바이오펑크 과학자들을 만듭니다. 바이오펑크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 문학 사조가 되었고, 20세기 중반 이후, 바이오펑크는 본격적인 SF 장르가 되었습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인조인간을 만들었으나, 이제 본격적인 바이오펑크는 훨씬 엄청난 개조 생명체들을 만듭니다. 바이오펑크는 지성적인 탐지견, 거대 사역 코끼리, 생체 잠수정, 떡대 괴수를 키웁니다. 20세기 초반 이후, 근대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고딕 호러에서 생체 잠수정은 훨씬 벗어났습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 SF 팬들은 생체 잠수정이 고딕 호러, 신화, 전설, 민담, 전근대적인 요소에 속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SF 팬들은 유전 형질, 유전자 가위, 생체 공학, 자연 과학, 근대성을 이야기합니다. 과학 기술은 기계에게 생체 조직들을 덧붙이고 생체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생체 잠수정은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비록 생체 잠수정이 대중화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학자들은 생체 잠수정을 만들지 모릅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에, SF 팬들은 생체 잠수정이 신화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체 잠수정은 고래와 요나 이야기(신화)가 아닙니다.
신화에서 고래가 요나를 삼켰기 때문에, 어쩌면 이 고래는 고대 생체 잠수정 설정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체 공학, 근대성은 이 고래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신의 뜻이 고래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고래는 요나를 삼켰고, 운송했고, 뱉었습니다. 신의 뜻은 전근대적인 요소이고, 그래서 이 고래가 생체 잠수정 설정에 가깝다고 해도, 고래와 생체 잠수정은 다릅니다. 고래와 생체 잠수정 사이에는 신화와 근대성이라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근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나타나지 못했을 테고,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사이언스 픽션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21세기 초반 인류 문명에서 어떤 사람들은 상급 인공 지능을 두려워합니다. 사람들은 4차 혁명을 운운하고 미래를 내다보기 원합니다. 정보 통신 기술이 인류 문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하기 원합니다. 19세기 서구 문명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류 문명 역사에서 최초로 19세기 서구 근대화는 대규모 기계들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21세기 초반 인류 문명에게 정보 통신 기술이 엄청난 충격인 것처럼, 19세기 서구 문명에게 대규모 기계들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19세기 서구 작가들은 이런 충격을 바라봤고 미래를 이야기하기 원했습니다.
이런 충격은 사이언티픽 로망스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사이언티픽 로망스 작가들 이외에 다른 서구 지식인들 역시 대규모 기계가 충격적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충격적인 대규모 기계, 근대성은 사이언티픽 로망스, SF 장르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메리 셸리와 퍼시 비시 셸리와 조지 바이런이 고딕 호러를 쓰자고 내기한 것처럼, 전근대적인 요소 역시 SF 장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초반 오늘날에도 많은 사이언스 픽션들은 신화적인 수사학을 빌리는지 모릅니다.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보세요. 여기에서 미래 기술 전망과 시대 격차가 전부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항공기, 잠수함, 보행 차량은 근대성을 강렬하게 부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근대성이 전부인가요?]
아틀란티스 전설과 기독교 신화와 아름다운 공주처럼, 오히려 여기에서 전근대적인 요소 역시 두드러집니다. SF 울타리에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는 드문 사례가 절대 아닙니다. 여전히 스페이스 오페라들은 전근대적인 요소를 이야기합니다. 21세기 초반 '민주' 시민들이 엘사 '여왕님'에게 열광하는 것처럼, 전근대적인 요소는 근대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근대적인 왕족을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볼셰비키들은 목숨들을 걸었으나, 여전히 '민주' 시민들은 엘사 '여왕님'을 사랑합니다. 민주주의(근대성)와 왕족(전근대적인 요소)은 어울리지 않으나, 근대성은 왕족을 사랑합니다.
어쩌면 근대성은 그저 또 다른 전근대성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신화가 대립한다고 간주하나, 과학은 그저 또 다른 신화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생물적으로 흑인은 인간보다 짐승과 비슷하다." 이런 주장은 진화 생물학에 가까운 것 같으나, 사실 이런 주장은 그저 백인 신화를 떠받들 뿐입니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에,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백인 신화가 과학, 진화 생물학이라고 믿었습니다. (솔직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게 과학이라고 믿을 겁니다.) "생물적으로 여자는 가정적이고, 순종적이고, 소극적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런 헛소리가 진화 심리학이라고 믿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역사 유물론이 과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역사 유물론이 정말 과학인가요? 저는 역사 유물론이 과학이라고 생각하나, 어쩌면 저는 그저 빨갱이 광신도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만약 과학이 그저 또 다른 신화에 불과하다면, 역사 유물론 역시 과학보다 신화에 가까운지 모릅니다. 하지만 비록 역사 유물론이 신화에 가깝다고 해도, 다른 무엇보다 사회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을 가장 열심히 떠들고, 그래서 사회주의는 아주 소중한 사상입니다. 이렇게 근대성에서 우리는 여러 신화들, 전근대적인 요소들을 만납니다. 근대성, 모더니티는 전근대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우주 신화, 영웅 전설, 귀족 가문, 고대 문명, 아름다운 공주는 드문 소재들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근대성을 추구하는 것 같으나,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전용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처럼, 심지어 아름다운 공주가 항성계 전체를 거느리는 것처럼, 여전히 근대성 속에서 전근대적인 요소는 존재합니다. 특히, 다른 사변 장르(Speculative Fiction)들과 달리, 사이언스 픽션이 시대 격차, 근대성을 부각하기 때문에, 사이언스 픽션은 어떻게 근대성과 전근대적인 요소가 어울리는지 훨씬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SF 장르에서 근대성은 전부가 아닙니다. SF 팬들은 어떻게 전근대적인 요소가 근대성으로 넘어가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SF 장르가 근대 신화에 가깝고, 근대성과 신화가 대립하기 때문에, SF 팬들은 어떻게 신화가 근대성으로 넘어가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SF 팬들은 혼란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서구 제국주의가 너무 지배적인 관념이고, 19세기 서구 문명에서 근대성이 비롯했기 때문에, SF 팬들은 근대성을 직시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서구 제국주의는 식민지들을 끔찍하게 짓밟았으나, 서구 제국주의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고 절대 보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게 옳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식민지 수탈들이 근대성, 진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서구 제국주의는 1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고, 이건 2차 세계 대전에 영향을 미쳤으나, 사람들은 서구 제국주의를 별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일본 제국은 조선을 근대화했다." 이건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 이론입니다. 많은 남한 시민들은 여기에 분노합니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는 이 논리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일본 제국이 식민지 근대화 이론을 주장하기 전에, 이미 서구 자본주의는 식민지 근대화 이론을 주절거렸고 서구 제국주의로 확장했습니다.
이제까지 이 게시글이 설명한 것처럼, 근대성, 모더니티는 일본 문명보다 서구 문명에 속합니다. 그래서 식민지 근대화 핑계를 비판하기 위해 남한 시민들은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해야 하나, 남한 시민들이 서구 제국주의를 정말 비판하나요? 아니, 남한 시민들은 이것을 떠받듭니다. 중국은 이른바 세계의 공장이고, 현실에서 세계화 자본주의는 가장 지배적이고, 서구 제국주의에서 세계화 자본주의는 비롯했습니다. 그래서 대기 오염, 신종 바이러스는 서구 제국주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은 서구 제국주의보다 중국 정부를 욕합니다. 남한 사람들은 서구 제국주의를 떠받듭니다.
남한 시민들이 서구 제국주의를 떠받드는 것처럼, SF 팬들은 서구 제국주의를 떠받들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대성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SF 팬들은 서구 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때 SF 팬들은 근대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때 SF 팬들은 왜 남학우에게 여학우가 사랑스러운 수호 천사가 되는지 파악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