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Cli-Fi가 환경 아포칼립스의 전부인가 본문
[기후 변화는 가장 심각한 환경 오염입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환경 오염의 전부가 아니겠죠.]
가끔 킴 스탠리 로빈슨은 Cli-Fi Novelist라고 불립니다. Cli-Fi는 Climate Fiction을 뜻합니다. 킴 로빈슨은 <비의 마흔 징표들 Forty Signs of Rain>부터 <뉴욕 2140> 같은 소설들을 썼고, 기후 변화를 핵심적으로 다룹니다. 기후 변화는 사이언스 픽션이 이야기하는 환경 오염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염일 테고, 그래서 사람들은 Climate Fiction이라는 용어를 생성했을 겁니다. 여러 환경 오염들 중에서 기후 변화는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고,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는 Climate Fiction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수많은 과학 서적들은 기후 변화에 집중하고, 서점들은 기후 변화 서적들로 별도의 영역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 서적들은 고유한 영역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SF 작가들 역시 기후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기후 변화는 SF 소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환경 오염이 되었습니다. 이는 어떻게 SF 작가가 환경 운동을 반영하는지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겠죠. 녹색당이나 탈핵 운동 덕분에 20세기 환경 아포칼립스는 핵 발전을 비판했습니다. 21세기 환경 아포칼립스는 핵 발전보다 기후 변화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건 모든 과학자가 오직 기후 변화에만 매달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핵 폐기물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기후 변화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해안가의 핵 발전소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겠죠. 기후 변화와 핵 발전소는 서로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니에요. 녹색당 같은 단체는 연이어 핵 발전소들에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주장하죠. 미세 플라스틱들 역시 문제입니다. 해양 동물들과 바다에 사는 동물들은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들을 먹고, 심지어 그것들은 인간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동물들의 내장을 채우는 광경은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연은 가장 대표적인 환경 오염입니다.
지독한 연기가 창공을 채운 광경은 스팀펑크 판타지처럼 보일지 모르나, 매연 속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죽어갑니다. 매연은 산업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부정적인 상징이고, 여전히 숱한 개발 도상국들은 산업 자본주의 발전에 매달립니다. 스팀펑크 판타지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계속 막대한 권한을 휘두른다면, 개발 도상국들은 거기에 매달릴 테고, 매연을 뿜는 스팀펑크 판타지는 사라지지 않겠죠. 토양 침식 역시 우리가 그저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죠. 다른 환경 오염들 역시 그렇겠으나, 토양 침식은 곧바로 먹거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기후 변화처럼 유전자 조작은 21세기 SF 소설에 알맞은 소재일지 모르겠습니다. 생물학자들은 끊임없이 생체 기술을 조작하고, 개조 생명체는 더 이상 SF 작가들이 독차지하는 전유물이 아닙니다. 어쩌면 밀리터리 SF 작가들이 상상하는 똑똑한 개조 탐지견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그런 유전자 조작 생명체는 자연 생태계를 교란할지 모르죠. 게다가 설사 자본주의 체계가 무너진다고 해도, 동물 권리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환경 운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생물종 평등일지 모릅니다.
생물종 평등은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넘어가는 사상이고,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상이 될지 모릅니다. 빈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신다?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분노할 겁니다. 모두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물고기가 낚시 바늘에 걸린다? 사람들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겁니다. 물고기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낚시는 다른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유희입니다. 우리에게는 거기에서 유희를 느낄 이유가 없어요. 언젠가 환경 운동은 (생존을 위한 낚시들 이외에 유희로써) 낚시를 없앨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사회주의 혁명조차 낚시를 쉽게 없애지 못할지 몰라요.
<곰과 함께> 같은 소설 모음집을 읽는다면, 독자는 기후 변화가 가장 심각한 환경 오염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네, 기후 변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 이외에 다른 환경 오염들 역시 심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현대 문명에 별로 피해를 미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그래서 환경 운동을 깎아내립니다. 어쩌면 킴 로빈슨 같은 작가가 예상하는 미래와 달리 기후 변화는 정말 그저 국지적인 피해만 끼칠지 모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제발 킴 로빈슨이 틀리기 바랄지 모릅니다. 숱한 환경 운동가들은 제발 기후 변화가 설레발이기 바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기후 변화가 설레발이라고 해도, 환경 운동이 움츠릴 이유는 없습니다. 기후 변화 이외에 다양한 환경 오염들이 널렸기 때문이고, 그것들 역시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핵 발전소가 먼 후손들에게 무슨 악영향을 끼칠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유전자 조작이 어떻게 자연 생태계를 바꿀지 알지 못합니다. 매연이나 미세 플라스틱이나 쓰레기 섬은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Cli-Fi라는 용어는 얼마나 기후 변화가 심각한 문제인지 강조하나, 기후 변화는 환경 오염의 전부가 아니죠.
기후 변화를 비롯해 환경 오염들을 해결하고 싶다면, 우리는 관점을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야생 동물들이 쓰레기장을 떠돌 때, 많은 사람들은 인류의 탐욕을 운운합니다. 하지만 정말 인류가 막대한 쓰레기들을 버렸나요? 생각해 보세요. 이 세상에는 엄청난 빈곤층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들 역시 쓰레기장을 뒤집니다. 굶주린 배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그들은 쓰레기장을 뒤져야 합니다. 그들이 인류가 아닌가요? 엄청난 빈곤층이 인류가 아닌가요? 빈곤층 역시 인류입니다. 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은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떠들까요? 먹고 살기 위해 쓰레기장을 뒤져야 하는 빈곤층이 탐욕스러운가요?
그건 망상입니다. 그건 논리가 아니라 망상이죠. 정말 탐욕스러운 것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윤을 위해 무슨 짓거리든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죠. 따라서 환경 운동은 계속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저항해야 하고, 노동 운동이나 다른 운동들과 연대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환경 운동가들조차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주장하죠. 인류와 자연을 대비하는 이런 주장은 거의 종교입니다. 이건 인류가 무조건 나쁘고 자연이 무조건 옳다는 광신이죠.
<와일드 쇼어>나 <퍼시픽 엣지>부터 <뉴욕 2140> 같은 소설까지, 킴 스탠리 로빈슨의 소설들은 여러 차례 주요 수상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했습니다. 그 덕분에 킴 스탠리 로빈슨은 Cli-Fi 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죠. 동시에 <퍼시픽 엣지>나 <뉴욕 2140> 같은 소설들은 저런 광신을 해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Cli-Fi라는 측면보다 그런 측면은 훨씬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광신을 해체하는 것. 과학과 논리를 바라보는 것. Cli-Fi 소설들은 그런 측면을 추구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