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히드라 항공모함은 살아있는 함선인가 본문
[개조를 완전히 마친 조화 우주 함선. 이게 생체 우주 함선이 될 수 있을까요.]
비디오 게임 <시드 마이어의 스타쉽>은 <문명: 비욘드 어스>의 외전입니다.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여러 분파들은 약속, 해방, 초월에 이르렀고, 행성을 벗어나고 우주에 진출합니다. <스타쉽>은 그런 분파들이 우주 함대를 이끌고 싸우는 과정을 그려요. 외전으로서 <스타쉽>은 <비욘드 어스>에 비해 꽤나 단순합니다. <비욘드 어스>는 복잡한 세력 균형을 보여줬으나, <스타쉽>은 함대 전투에 치중합니다. 복잡한 4X 게임을 기대하는 게임 플레이어는 <스타쉽>에게 실망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기자기한 재미들이 없지 않고, 순수와 조화, 우월 성향에 따른 우주선 디자인들 역시 시선을 끌더군요.
특히, 조화 우주선은 (다른 우주 전략 게임에서 보기 힘든) 생체 우주선 같습니다. 조화 우주선을 수리할 때,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제노매스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조화 우주선은 스스로 수리(치유)할 수 있고, 이는 조화 우주선이 생체 우주선이라는 반증일지 몰라요. 제노매스는 외계 유전자들이 녹은 찌개이기 때문이죠. <라마와의 랑데부>에서 유기물 바다가 바이오 로봇들을 양산한 것처럼 제노매스는 조화 우주선들을 치유할지 모릅니다.
저는 아직 <스타쉽>을 플레이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올바른 정보를 들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제노매스가 우주 함선을 수리할 수 있다면, 조화 우주선은 정말 생체 우주선일지 모릅니다. 우주선 내피나 중요 부위가 생체 조직일지 모르죠.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도 조화 함선들에게는 스스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조화 전함 포세이돈은 자동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조화 항공모함 히드라는 항공기의 체력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조화 초계정 리버 역시 자동으로 회복할 수 있어요. 조화 잠수함 러커와 레비아탄은 자신을 치유하거나 다른 함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조화 세력의 초계정, 전함, 항공모함, 잠수함이 다른 장비를 치료하거나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비욘드 어스>를 여러 번 플레이했으나, 자세한 설정을 읽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스타쉽>에도 별다른 설정이 없을지 모르죠. 그래서 게임은 문제입니다. 소설과 달리 게임은 설정이나 사변을 길게 풀어놓지 않아요. 만약 <비욘드 어스>나 <스타쉽>이 소설이었다면, 어떻게 조화 함선들이 회복할 수 있는지 설명했을 겁니다. 정말 히드라나 레비아탄이 생체 함선이기 때문에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화는 제노매스를 유기적인 목적에 이용하고, 히드라나 레비아탄이 정말 생체 함선이라면, 제노매스를 이용해 회복할 수 있겠죠. <스타쉽>의 조화 우주선 역시 마찬가지고요. <비욘드 어스>의 트리톤이나 포세이돈 전함과 달리 <스타쉽>의 조화 우주선은 별로 생체 우주선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곡선미를 자랑하나, 조화 우주선은 조화 전함보다 별로 징그럽지 않아요. 비늘 같은 장식들이 별로 없고요. 조화 우주선은 훨씬 심심하게 생겼죠. 하지만 여전히 회복 기능이 있고, 따라서 저는 포세이돈이나 레비아탄처럼 조화 우주선이 생체 우주선이라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비욘드 어스>를 잘 모르는 사람은 조화 우주선이 생체 우주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생체 조직이나 기관이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체 우주선과 달리 소설 <하이페리온>에 나오는 이그드라실 우주선이나 소설 <레비아탄>에 나오는 부유 고래 비행선은 누구나 생체 우주선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정말 거대한 나무나 부유 고래가 날아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그드라실이나 레비아탄은 생체 부위가 너무 큽니다.
만약 미래 인류가 정말 생체 비행선이나 생체 잠수정을 만든다면, 그건 무슨 모습일까요. 포세이돈이나 히드라처럼 기계와 생체가 결합한 것처럼 생겼을까요. 아니면 조화 우주선처럼 그저 기계 우주선처럼 보일까요. 아니면 이그드라실이나 부유 고래 비행선처럼 아예 생체임을 자랑할까요. 해답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미래 인류가 생체 비행선이나 생체 잠수정을 만들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왜 그런 것을 만들겠어요. 그게 무슨 장점이 있을까요. 인류가 비행선이나 잠수정을 만든다고 해도, 생체 탈것보다 기계 탈것이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기계 비행선을 타고, 기계 선박을 탑니다. 저는 미래에 이런 경향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생체 우주선은 아주 비약적인 상상일 겁니다. 미래의 기계 우주선이나 잠수정은 논리적인 상상이 될 수 있으나, 생체 비행선은 그렇지 않아요. 만약 미래의 개조 생체를 논하고 싶다면, 유전자 조작 작물이나 강화된 경찰견을 논의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겁니다. 유전자 조작 작물은 현실적인 문제이고, 강화된 경찰견은 가능성이 많습니다. 로망은 로망이고, 현실은 현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