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지구 공학과 사회적 구조 문제 본문
[게임 <테라포밍 마스>의 한 장면. 평등한 사회 구조는 이런 행성 공학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현실 속의 몇몇 과학 분야는 SF 소설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유전자 조작이나 우주 생물학, 인공 지능학 등이 그렇습니다. 지구 공학도 마찬가지죠. 어떤 사람들은 지구 공학을 지구 과학과 혼동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지구 공학은 말 그대로 지구를 공학적으로 개조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자동차나 세탁기를 수리하는 것처럼 과학자들이 지구 환경을 수리한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구 공학은 테라포밍의 하위 분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테라포밍은 인류가 쾌적하게 살기 위해 환경을 대규모로 바꾸는 과정을 뜻합니다.
지구 공학 역시 인류가 쾌적하기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음, 만약 우리가 화성을 바꾼다면, 이걸 화성 테라포밍으로 부를 수 있겠으나, 화성 공학으로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화성에 대기를 조성하고, 온도를 올리고, 식물들을 심고, 산소를 생성하고…. 꿈만 같은 이야기로군요. 이건 정말 사이언스 픽션이죠. 지구 공학은 저런 외계 행성 공학보다 규모가 작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지구는 큽니다. 과연 인류가 이렇게 큰 규모의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이 지구 공학을 연구하는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지구를 좀 더 차게 식히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이런 목적에 따라 지구 공학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태양열을 낮추거나. 화산재를 창공에 뿌리면, 태양열이 수많은 재에 부딪힐 테고, 태양열이 지표면에 덜 닿을 겁니다. 그러면 온도를 낮출 수 있겠죠. 운석이 충돌했을 때나 화산이 폭발했을 때 온도가 낮아지는 것처럼요. 혹은 사막에 반사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반사판은 태양열을 반사할 테고, 역시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탄소 채집 기술과 달리 공기를 채집할 수 있습니다. 공기를 어디에서든 채집한다면,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 역시 줄어들 겁니다. 혹은 건축물을 하얗게 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반사율이 높아질 테고, 태양열을 좀 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나무를 기르는 방법은 (지구 공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합니다. 뭐, 삼림을 조성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형적인 자연 환경 보존 방법이었죠. 또한 해양 분무기를 설치하거나 바다에 철을 뿌리거나 펌프로 심해수를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SF 소설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많은 SF 소설들은 환경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저런 기술들을 선보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지구 밖에 궤도 반사판(!)을 만들거나 성층권에 황산 입자를 뿌리자고 말합니다. 허허, 이거 정말 사이언스 픽션이군요.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이런 상상 과학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쩌면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죠. 언젠가 전문가들이 지구 공학적 방법을 구현할 수 있고, 우리는 온실 가스를 걱정하지 않게 될 수 있겠죠.
지구 공학은 너무 광범위한 상상력 같지만, 그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기술은 우리 삶을 크게 바꾸었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구 공학이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만능 열쇠인 것처럼 떠들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구 공학이 거대한 최첨단 기술이라고 해도 지구 공학만으로 자연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할 수 없을 겁니다. 정말 지구 공학이 온실 가스를 해결한다고 해도 그것만이 끝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는 가장 대표적이고 심각한 환경 오염 사례지만, 이것만 환경 오염이 아니죠. 환경 오염은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을 포함해 야생 동물 학살에 이르기까지 범주가 넓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왜 인종 차별이 환경 오염이냐고 물을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인종 차별이 환경 오염과 무슨 연관이냐고 반문할 겁니다. 하지만 환경 오염과 인종 차별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산업 폐기물이 가난한 흑인 지역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역의 환경이 오염되면, 남자들이 훌쩍 떠나곤 하지만, 여자들과 아이들은 쉽게 떠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건 환경 오염이 성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죠.
빈민들의 밀렵이나 부자들의 암거래 역시 환경 오염의 주요 화제이고요. 빈민들이 밀렵꾼이 되지 않도록 막기 원한다면, 빈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기본 소득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따라서 자연 환경 보존은 그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죠. 자본주의 착취, 인종 차별, 성 차별과 가부장 제도, 경제적 제국주의 등등. 지구 공학은 분명히 대규모 첨단 기술이지만, 환경 오염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자본주의 체계) 문제입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서 벗어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사회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