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서바이빙 마즈>의 스페이스 Y와 <붉은 화성> 본문
[이런 외계 개척 도시는 설레는 상상력입니다. 인류가 함께 이런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지…?]
비디오 게임 <서바이빙 마스>는 화성에서 개척지를 건설하는 내용입니다. 게임 장르는 일반적인 건설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나, 생존 과정이 덧붙은 것 같습니다. <심시티> 같은 게임과 달리 건설에만 몰두하지 않고, 화성에서 살아남는 과정 역시 중요해요. <서바이빙 마스>를 플레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 이 게임이 돌아가는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사실 저는 비디오 게임들을 많이 플레이하지 않는 편이고, 게임 자체를 평가하지 못하겠어요.
예전에 유행한 <스타토피아>나 <스페이스 콜로니> 같은 게임과 달리 <서바이빙 마스>는 <플래닛베이스> 같은 게임과 더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플래닛베이스>에 비해 평가가 떨어지는 듯하군요. 요즘 외계 행성을 개척하는 샌드 박스 게임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이 좀 물린 듯하고….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바는 그게 아닙니다. <서바이빙 마스>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후원 세력을 골라야 합니다. 후원 세력들은 여럿이 있고, 그들 중 스페이스 Y라는 세력이 있습니다. 네, 아마 스페이스 X를 패러디한 것 같아요. 스페이스 X는 정말 화성을 개척할 계획을 세웠고요.
어떤 사람들은 스페이스 X가 정말 화성을 개척한다면, 그게 대단한 사건이 될 거라고 감탄합니다. 만약 스페이스 X가 정말 화성을 개척하고 주목할 업적을 세운다면, 언론은 그걸 대대적으로 보도할 테고, 사람들 역시 흥분하겠죠. 마치 요즘 사람들이 4차 혁명이나 전자 화폐를 떠드는 것처럼. 하지만 저는 그런 화성 개척에 무슨 가치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강대국이 비경을 탐험하거나 개척할 때, 대부분 탐험이나 개척은 정복과 오염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1세기 화성 개척이 제국주의 대항해 시대를 반복할까요. 저는 그 두 가지가 비슷한 양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대국이 화성을 개척한다면, 분명히 화성에서 이득을 얻으려고 애쓸 겁니다. 강대국은 화성을 독점하거나 소유 권리를 주장할지 모릅니다. 상품을 찾기 위해 자본주의 체계는 언제나 시장을 확장하고 싶어하고, 결국 화성조차 상품이 되고 시장에 끌려가겠죠. 만약 화성이 오염되거나 파괴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걸 막지 못하겠죠. 지금 자연 환경이 파괴되는 중이나, 사람들이 대기업들을 막지 못하는 것처럼. 화성 개척은 그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주 사업이나 개척, 탐험이 대단할까요. 그게 자랑스러운가요. 하지만 지구에서 우리는 숱한 개척들과 탐험들이 무슨 짓거리를 벌였는지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비경 탐험이나 개척을 무조건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허먼 멜빌이 말하고 칼 세이건이 인용한 것처럼 인간은 금단의 바다를 항해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과학자들이 현대 문명과 어울리지 못하는 야생 동물이나 인류가 아직 알지 못하는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기 바랍니다. 그런 연구는 인류의 시선과 사고 방식을 넓힐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개척이나 탐험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개척이나 탐험은 정복과 오염으로 이어집니다. 원주민 대량 학살, 생물 다양성 감소, 열대 우림 벌채, 대규모 획일화 농장. 우리는 이런 비극들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극 탐험? 어떤 사람들은 남극이 성지라고 생각하나, 이미 남극 역시 자본주의 시장 경제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시사 잡지에서 대놓고 보도할 만큼, 강대국들은 이미 자원 싸움을 시작했어요. 화성 역시 그런 꼴을 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절대 자랑스럽거나 대단한 업적이 아니겠죠.
얼마 전에 이야기한 킴 스탠리 로빈슨을 다시 불러야 하겠군요. 사람들이 스페이스 X나 화성 개척을 떠들 때마다, 저는 <붉은 화성> 같은 소설을 떠올립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정말 선견지명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붉은 화성>은 자본주의가 화성 개척을 독점할 때, 엄청난 비극이 터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스페이스 X가 화성을 개척할 때까지 킴 로빈슨이 살아있다면, 이 양반은 자신이 쓴 SF 소설이 현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지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절대 즐겁지 않겠죠.
인류가 정말 화성을 제대로 개척해야 한다면, 먼저 자본주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지구에서 취칙이나 실업이나 일자리 문제는 끊이지 않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왜 취직이나 일자리가 문제가 될까요. 왜 한 인간(노동자)이 다른 인간(자본가)에게 생존을 구걸해야 하나요. 자본주의가 피와 고름을 흘리고 탄생했을 때부터 사람들에게서 생산 수단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주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구조입니다. 정말 화성을 안전하고 평등하게 개척해야 한다면, 인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겁니다.
※ 4차 혁명이나 전자 화폐 역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비롯한 문제입니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 하지만 왜 자본가가 그 기계를 소유해야 할까요. 그 기계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그 기계를 만든 손은 누구의 손일까요. 당연히 노동자의 손입니다. 당연히 그 기계는 노동자가 소유해야 합니다. 그 노동자는 어디에서 자랐을까요? 노동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아니죠. 노동자는 인류 사회에서 자랐습니다. 자본가는 어디에서 밑천을 얻었을까요. 그 밑천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그건 아닙니다. 자본가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공유지나 농지를 빼앗았어요. 따라서 4차 혁명을 떠들고 싶다면, 우리는 사회 구조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숱한 지식인들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대기업들을 빨아주느라 정신이 없죠. 4차 혁명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숭배하고 대기업들에게 매달리기 때문에 4차 혁명은 문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