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주먹왕 랄프 2>가 보여주지 않는 폭력적인 사회 구조 본문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2>의 부제는 '인터넷 속으로'입니다. 부제처럼, <주먹왕 랄프 2>에서 두 주인공 랄프와 바넬로피는 인터넷으로 들어갑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비디오 게임 캐릭터이나, '4차원의 벽'을 부수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자신들이 비디오 게임 캐릭터라는 사실을 압니다. 비디오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에, 랄프와 바넬로피는 전력으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를 들락거릴 수 있고, 따라서 둘은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먹왕 랄프 2>는 인터넷 세상이 첨단 미래 도시라고 비유합니다. 곳곳에는 고층 빌딩들이 있고, 고층 빌딩들은 세련된 외관들을 뽐냅니다. 으리으리하고 커다란 광고들은 화려하고 시끄럽게 번쩍입니다. 순간 이동하는 것처럼, 인터넷 유저들은 사방을 쏘다니고 그들이 원하는 사이트들을 방문합니다. 인터넷 유저들은 재빠른 공중 비행 자동차들을 타고, 첨단 미래 도시에는 공중 비행 자동차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인터넷 세상은 <스타 워즈> 시리즈가 보여주는 코루스칸트 메트로폴리스와 비슷합니다. 인터넷 세상은 첨단 메트로폴리스이고 눈부시고 미래적인 진보입니다.
당연히 인터넷 세상을 방문했을 때, 시골뜨기 랄프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스타 워즈> 관객들이 코루스칸트 메트로폴리스에 감탄하는 것처럼, 랄프는 인터넷 첨단 메트로폴리스 감탄했습니다. <주먹왕 랄프 2>가 SF 장르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첨단 메트로폴리스는 SF 장르에 가깝습니다. 물론 화려한 외관과 달리, 인터넷 메트로폴리스에는 여러 불행들과 갈등들과 싸움들이 있습니다. 스팸 광고들은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을 낚습니다. 사방팔방에서 스팸 광고들은 쓸데없는 광고들을 뿌립니다. 잠시 인터넷 유저가 방심한다면, 스팸 광고들은 인터넷 유저를 당장 낚아채고 광고 사이트로 날릴 겁니다.
어떤 것들은 악성 바이러스입니다. 인터넷 메트로폴리스에는 무섭고 침침한 뒷골목들이 있고, 뒷골목들에서 조직 폭력배들은 악성 바이러스들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것들은 메트로폴리스를 무너뜨릴지 모릅니다. 인터넷 유저 댓글들 역시 커다란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게시글이나 동영상을 올렸을 때, 인터넷 유저들은 댓글들을 답니다. 이런 댓글들 중에는 수많은 악성 댓글들이 있습니다. 이런 악성 댓글들을 읽는다면, 게시글 작성자나 동영상 작성자는 커다란 상처를 받을 겁니다. 현실 속에서 악성 댓글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것처럼, 인터넷 메트로폴리스에서 전자 캐릭터들 역시 상처를 받습니다.
<주먹왕 랄프 2>는 인터넷 첨단 메트로폴리스를 보여주고 온갖 인터넷 문화들을 뒤섞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는 스마트폰 세대는 <주먹왕 랄프 2>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관객들은 악성 댓글들을 올린 적이 있을 겁니다. <주먹왕 랄프 2>를 관람한 이후, 관객들은 그런 행동을 후회할지 모릅니다. 아니면 관객들은 그런 행동을 합리화하고 계속 악성 댓글들을 올릴지 모릅니다. <주먹왕 랄프 2>는 악성 댓글이 문제라고 풍자하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주먹왕 랄프 2>는 그저 악성 댓글이 나쁘다고 보여줄 뿐입니다. 대안은 없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대안을 관객들에게 넘깁니다.
관객들은 대안을 고민하거나 고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관객들은 악성 댓글이 문제라고 아예 인식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어떤 관객들은 인간의 본성 운운할지 모릅니다. <주먹왕 랄프 2>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으나, 어떤 관객들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터넷 유저들이 악성 댓글들을 올린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사실 이런 사고 방식은 꽤나 지배적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단정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폭력적인 사회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면, 인간들이 사라지는 방법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겁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일 때, 폭력적인 사회는 당연한 것이 됩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일 때, 온갖 폭력들과 착취들과 수탈들과 오염들은 당연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지배 계급은 이런 논리를 꽤나 좋아합니다. 이미 19세기 진화 이론이 나왔을 때, 부르주아 계급은 진화 이론을 싸구려 약육강식 논리로 타락시켰습니다. 자연은 치열한 전쟁터이고, 모든 것은 이기적으로 싸웁니다. 당연히 인간들 역시 이기적으로 싸웁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다고 해도, 그건 자연의 순리입니다. 부르주아 계급은 이런 논리를 내세웠고 가난한 노동자들과 식민지 원주민들을 짓밟았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논리를 믿습니다. 심각한 사고가 터질 때, 사람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문제일까요? 정말 인간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기 때문에 온갖 사고들이 터질까요? 이런 사고 방식에는 아주 커다란 함정이 있습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를 진단하지 않습니다. 아주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지 그건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럽습니다.
사회 구조에서 지배적인 경제 현상은 자유 시장 경제입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와 떨어지지 못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우리를 지배합니다. 누구나 실업과 취업을 걱정하는 것처럼, 자유 시장 경제는 우리를 지배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치열한 무한 경쟁을 숭배합니다. 자유 시장에는 계획과 협동이 없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끝없이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다시 싸워야 합니다. 시장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패자는 비참하게 몰락합니다. 따라서 승자가 되기 위해 모두 죽어라 싸워야 합니다. 아무도 계획하지 않고, 아무도 협동하지 않습니다.
자유 시장에 계획과 협동이 있다고 해도, 그건 임시적입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절대 계획 경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동자들이 협동 조합을 만들고 연대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변질되거나 사라지거나 타락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무한 경쟁을 찬양하고, 협동 조합들 역시 무한 경쟁에 빠져야 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미덕과 관용과 동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자유 시장 경제는 팍팍하고 피곤한 삶을 강요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피로 사회, 스트레스 사회, 팍팍한 사회를 만듭니다.
무엇보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사람들은 평등하게 생산 수단을 공유하지 못합니다. 사장은 회사를 차지합니다. 땅부자는 토지를 차지합니다. 직원들은 사장에게 굴복해야 하고, 농민들은 땅부자에게 굽신거려야 합니다. 하지만 왜 사장이 회사를 차지해야 합니까? 왜 땅부자가 넓은 토지를 차지해야 합니까?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그건 폭력일 겁니다. 인간이 혼자 많은 생산 수단들을 차지하는 이유는 폭력 때문입니다. 폭력 없이, 인간은 혼자 많은 생산 수단들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사장이 혼자 회사를 만들었을까요? 땅부자가 토지를 만들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사장이 혼자 회사를 만들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사장이 혼자 회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그게 당연하다고 계속 세뇌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 자체로서 자유 시장 경제는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에서 초기 자본주의가 발전했을 때, 자본주의는 노예 무역과 원주민 학살과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부를 얻었습니다. 인종 차별과 열대 밀림 파괴 없이, 초기 자본주의는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자본주의는 인종 차별을 저지르고 환경 오염들을 일으킵니다. 여전히 자본주의는 폭력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팍팍하게 살아갑니다.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2>가 이런 폭력적이고 비열한 사회 구조를 보여줄까요? 아니, <주먹왕 랄프 2>는 그걸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저 첨단 메트로폴리스와 악성 댓글들을 보여줄 뿐입니다. 여기에는 비열한 사회 구조가 없습니다. 따라서 관객들은 사회 구조를 외면하고 인간의 본성 운운할지 모릅니다. 사회 구조가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가 팍팍하게 살아감에도, 관객들은 사회 구조를 외면하고 오직 인간의 본성에만 주목할 겁니다. 아무도 인간 두뇌를 완전하게 분석하지 못했음에도, 관객들은 정신 분석학자가 되고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관객들은 망상 속으로 빠지고 열심히 헛것들을 쫓을 겁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그걸 세뇌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