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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보안관 장고>와 토지 공유 본문

SF & 판타지/외계인과 이방인

<우주 보안관 장고>와 토지 공유

OneTiger 2018. 6. 21. 19:11

[얼마나 제대로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가 인디언 부족 사회를 반영할 수 있을까요.]



애니메이션 <우주 보안관 장고>는 서부극에 우주 모험을 투영했습니다. 아니, 우주 모험에 서부극을 투영했을지 모르겠군요. <우주 보안관 장고>는 서부 개척지 같은 외계 행성을 보여주고, 희귀 자원과 무법자들과 다양한 종족들과 평화의 수호자를 이야기합니다. 희한하게도 평화의 수호자는 북아메리카 부족민입니다. 흠, 장고는 진짜 북아메리카 부족민이 아니라 북아메리카 부족민처럼 보이는 외계인이죠. 솔직히 저는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가 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해요. 북아메리카 부족민을 빼닮은 외계인과 토템 기둥 같은 우주선…. 원래 스페이스 오페라가 좀 우스꽝스러운 장르죠.


그렇다고 해도 <우주 보안관 장고>는 뭔가 좀 이질적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진짜 착취적인 현실을 가리는 눈가림이라고 비판할지 모릅니다. <우주 보안관 장고>에서 부족민 보안관 장고는 악당들을 무찌르고 외계 행성을 평화롭게 지킵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캐나다와 미국에서 부족민들은 고통을 받고 인간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백인들이 토지를 빼앗았기 때문에 부족민들은 보호 구역으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백인들은 절대 토지를 돌려주지 않았고요.



<우주 보안관 장고>에서 장고는 외계 행성을 지키는 수호자입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은 그렇게 살지 못합니다. 19세기까지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들은 나름대로 미국과 맞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부족 사회들이 중앙 집중적이고 거대한 국가를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부족 사회들 역시 전쟁을 터뜨렸습니다. 그들은 서로 잔인하고 비열하고 무자비하게 죽였고 싸웠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는 절대 평화롭지 않았고, 부족민들 역시 성인군자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부족은 여자들을 우대했으나, 어떤 부족은 남자들을 우대했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민들 역시 이기적이었고 탐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국가를 만들지 않았어요. 아무리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싸웠다고 해도, 그들은 제국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는 제국이 강압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짓누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국은 오직 지배 계급에게 이익입니다. 피지배 계급은 언제 제국에게 짓밟힐지 모르죠. 설사 강력한 권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걸 노린다면, 언제 권력자가 쫓겨나거나 추락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는 이런 상황을 직감했고 제국을 만들지 않았어요.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부족 사회가 권력을 사회화했다고 주장합니다. 지배자(추장)는 존재했으나, 지배자는 사회에서 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족민들은 추장과 대등하게 토의할 수 있었어요. 이는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가 완전히 이상적인 민주주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거대 권력에 대항했습니다. 적어도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의 숙의 민주주의는 대의 제도보다 훨씬 나았죠. 무엇보다 그들이 숙의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은 토지 공유 때문이었습니다.


부족 전체가 토지를 공유했고, 개인은 토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개인적인 욕심을 부린다고 해도, 부족 사회는 그걸 막을 수 있었어요. 토지 공유 때문에 미국 자본주의는 부족 사회에 침투하지 못했습니다. 자본주의를 밀어넣기 위해 미국 정부는 토지 공유와 숙의 민주주의를 무참하게 부쉈고,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는 점차 분열되기 시작합니다. 만약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가 끝까지 토지 공유를 지켰다면, 숙의 민주주의 역시 부서지지 않았을 테고, 미국 자본주의 역시 침투하지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싶다면, 우리는 이런 토지 공유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주 보안관 장고>는 이런 평등한 사상을 이야기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주 보안관 장고>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저는 뭐라고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주 보안관 장고>를 재미있게 보고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람들은 토지 공유와 숙의 민주주의를 고민할 수 있겠죠. 여기에서 저는 한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민(과 닮은 외계인)으로서 장고는 야생 정령을 부를 수 있습니다. 장고는 곰처럼 강해지고, 늑대처럼 작은 소리를 듣고, 쿠거처럼 빨리 달리고, 매처럼 멀리 볼 수 있어요. 장고가 이렇게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이 자연 친화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장르는 어떨까요? 스페이스 오페라가 아니라 중세 판타지 같은 장르에 자연 친화적인 존재들이 등장할까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자연 친화적인 사상은 잘 팔리는 상품이고, 그래서 중세 판타지는 드루이드나 우드 엘프나 나무 정령 같은 숲 속 종족들을 내놓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드루이드나 우드 엘프나 나무 정령 같은 숲 속 종족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토지 공유나 숙의 민주주의 같은 것들을 고민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장고와 드루이드는 서로 많이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똑같이 자연 친화적이고, 야생 정령을 부르죠. 장고의 스승 주술사는 정말 드루이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장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토지 공유 같은 제도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드루이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죠. 그리고 오직 토지 공유 같은 제도를 고민하는 사람만 진짜 자연 환경을 보존할 수 있겠죠. 토지 공유가 시행되면, 개인적인 탐욕이 환경 전체를 물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고와 숲 속 종족들을 비교한다면, 저는 장고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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