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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눈물>과 식민지 해방 사상과 현실 사회주의 본문

SF & 판타지/외계인과 이방인

<별의 눈물>과 식민지 해방 사상과 현실 사회주의

OneTiger 2018. 6. 23. 22:14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쓴 <별의 눈물>은 식민지 수탈을 비유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식민지 수탈이라는 행간을 읽기는 어렵지 않겠죠. 제임스 팁트리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현실에서 그런 끔찍한 학살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은 <별의 눈물>에서 식민지 수탈을 상기할 겁니다. 비단 <별의 눈물>만 아니라 SF 세상에는 이런 식민지 수탈을 비유하는 소재들이 많습니다. <스텔라리스> 같은 우주 4X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어들은 아주 당연하게 식민지 개척이라는 용어를 입에 담습니다.


사실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는 서구의 식민지 침략과 절대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노골적으로 서구의 식민지 침략을 모방합니다. 하지만 <스텔라리스>는 재미있는 우주 4X 게임입니다. 문제는 현실이죠. 현실은 <별의 눈물>보다 훨씬 끔찍하고 복잡합니다. 식민지 논쟁에서 여러 걸림돌들 중 하나는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현실 사회주의입니다. 사실 식민지 독립 투쟁과 소비에트 연방은 떨어지지 않는 관계입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조선을 비롯해) 식민지 독립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폭력적인 현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주된 근거들 중 하나입니다. 자본주의에 충성하는 숱한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를 물고 늘어집니다. 그런 사람들은 마치 이 세상에 오직 현실 사회주의만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착각은 크게 세 가지 잘못들을 저지릅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대안 사회는 무조건 현실 사회주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공룡들이 무조건 거대하다는 편견과 비슷합니다. 거대한 공룡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작은 공룡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쉽게 잊습니다.


유타랩터 같은 육식공룡은 아주 뛰어난 사냥꾼이었으나, 사람들은 무조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나 기가노토사우루스가 육식공룡이라고 여기죠. 소비에트 연방은 분명히 가장 거대한 사회주의 국가였습니다. 저는 소비에트 연방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소비에트 연방을 사회주의라고 간주한다면, 소비에트 연방은 가장 거대한 사회주의 집단이었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른 사회주의들 역시 많습니다.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자본주의는 아옌데 정부를 철저하게 짓밟았고 학살했습니다.



고전적인 디거스와 파리 코뮌부터 아옌데 정부와 케랄라 지역 정부까지, 세계 도처에는 숱한 사회주의 집단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모두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대안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각종 부족 사회들 역시 원시적인 사회주의 유형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들은 생산 수단(토지)을 공유했습니다. 공유 토지는 부족 사회의 근간이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생산 수단의 공유가 나태와 몰락을 가져올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건 헛소리입니다. 생산 수단(토지)을 공유했음에도,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들은 절대 권력을 만들지 않았고,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에는 첨단 과학이 없었음에도, 그들은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따라서 첨단 과학을 이용하는 현대 문명은 그들보다 훨씬 잘 살 수 있겠죠. 첨단 기술이 없는 부족 사회들이 잘 할 수 있었다면, 첨단 기술이 있는 현대 문명은 훨씬 잘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무조건 생산 수단의 공유가 몰락할 거라고 헛소리를 열심히 떠듭니다. 게다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숱한 대안 사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자본주의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그저 왕년에 미국 정보부가 조작한 세뇌를 신나게 떠들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미국 정보부의 앞잡이가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그런 헛소리를 떠드는지 몰라요. 그건 아주 딱한 노릇이죠.



게다가 현실 사회주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숱한 제3세계들은 강대국들과 싸울 수 있었습니다. 누가 제3세계 식민지 투사들을 지원했을까요? 유럽 강대국들이나 미국이 식민지 독립 투사들을 지원했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유럽과 미국은 신나게 식민지들을 침략했고 수탈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식민지 독립 투사들은 지원을 받지 못했겠죠. 물론 식민지 독립은 군사 독재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숱한 뻘짓들을 저질렀고, 엉뚱하게 식민지 독립을 지원했죠. 코민테른이 식민지 독립을 지원한 이유는 식민지 인민들의 해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코민테른은 식민지 인민들이 해방되는 결과에 상관하지 않았어요.


유럽과 미국에 맞서기 위해 코민테른은 아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식민지 투사들을 지원했죠. (조선 독립 투사들 역시 지원을 받았고요.) 중요한 것은 그런 지원 덕분에 식민지 해방 사상이 널리 퍼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런 해방 사상을 계속 지원해야 합니다. 제3세계 인민들이 군사 독재를 몰아내고 해방을 찾을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계속 지원해야 합니다. 왜?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가 그들을 수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제3세계 해방 사상을 지원할까요? 그것 역시 웃기는 헛소리입니다. 자본주의는 그저 계속 제3세계를 수탈할 뿐입니다.



이런 식민지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서구적인 근대화와 식민지 수탈이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식민지들을 수탈했기 때문에 서구적인 근대화는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은 제3세계 인민들에게 백배사죄하고 보상하고 계속 해방 사상을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수탈을 반복하죠. 적어도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현실 사회주의는 식민지 독립 투쟁을 지원했어요. 현실 사회주의 덕분에 해방 사상은 기치를 들 수 있었죠.


이는 코민테른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코민테른이 뻘짓들을 저질렀기 때문에 해방 사상은 군사 독재로 이어졌죠. 하지만 우리가 정말 코민테른을 비판하고 싶다면, 먼저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서구적인 근대화가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왜 제3세계 인민들이 굶주릴까요? 왜 제3세계 인민들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할까요? 깜둥이들이 멍청하고 야만적이기 때문에? 아니죠. 유럽과 미국 자본주의가 계속 그들을 수탈하고 빈곤 상태를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자본가들)이 이런 사실을 인정하나요? 그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는 파생적인 문제입니다. 진짜 근본적인 문제는 서구적인 근대화와 자본주의입니다. 솔직히 서구적인 근대화의 어마어마하고 끔찍한 식민지 학살에 비해 현실 사회주의가 폭력적인가요? 현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먼저 식민지들을 수탈했나요?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조차 유럽에게 침략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두 번씩이나. 1차 및 2차 세계 대전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의 수많은 인민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어요. 소비에트 연방은 1차 및 2차 세계 대전의 커다란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죽자살자 현실 사회주의를 비난하죠.


그건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입니다. 지나가는 개도 그런 헛소리를 믿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개도 믿지 않는 헛소리를 열심히 떠들죠. 그들이 멍청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것 역시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관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일개 개인이 지배적인 관념에 저항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행위는 식민지 수탈과 인종 차별을 지지하는 행위입니다. 자본주의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종 차별을 영원히 몰아내지 못할 겁니다. 저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현실 사회주의를 씹지 말고, 식민지 수탈을 직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SF 팬들은 <별의 눈물>이나 <스텔라리스>를 바라봐야 할 겁니다. 이는 <별의 눈물>이나 <스텔라리스>가 무조건 자본주의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별의 눈물>이나 <스텔라리스> 같은 SF 창작물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수탈이라는 끔찍한 현실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파생했습니다. 식민지 수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SF 팬들은 <별의 눈물>을 읽거나 <스텔라리스>를 플레이하지 못했을 겁니다. 현실 속에서 유인 우주선이 태양계 외곽으로 날아간다면, 다들 유럽이나 미국의 진보를 열심히 칭찬할 겁니다.


하지만 아무도 죽어나가는 제3세계 인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죠. 서구적인 근대화가 제3세계들을 수탈했고, 그래서 진보적인 기술이 유인 우주선을 띄울 수 있음에도, 아무도 식민지 수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겁니다. 그게 진보일까요? 그게 과학 기술이 자랑하는 경이입니까? 핏빛 무덤 위에 그런 진보와 그런 경이는 서있을 겁니다. 끔찍한 대량 학살 위에서 유인 우주선은 날아갈 겁니다. 따라서 <별의 눈물>과 <스텔라리스>와 유인 우주선은 식민지 수탈과 멀지 않습니다.



예전에 누군가는 묻더군요. 그 사람은 왜 SF 창작물에서 외계인이 언제나 지구를 침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SF 창작물의 전부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사실 여러 사람들은 SF 창작물에서 외계인이 무조건 침략자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주 전쟁>이 너무 공전의 히트를 쳤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SF 울타리 안에는 <별의 눈물> 같은 소설들이 많습니다. 각종 스페이스 오페라들과 사이언스 판타지들과 스팀펑크 판타지들을 살펴본다면, SF 독자들은 인류가 외계인을 착취하는 SF 소설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별의 눈물>을 비롯해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도롱뇽과의 전쟁>,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 같은 소설들은 드물지 않아요. 인간 자본가가 양서류 종족 노동 조합을 짓밟는 장면은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죠. 외계인은 침략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수탈을 당하는 제3세계 인민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제3세계 인민들은 SF 소설보다 훨씬 끔찍한 고통을 겪습니다. SF 소설은 그저 SF 소설이 아니고, 외계인은 그저 외계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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