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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영화 <감시자들>과 SF 소설이 공유하는 특징 본문

SF & 판타지/장르 정의

영화 <감시자들>과 SF 소설이 공유하는 특징

OneTiger 2018. 8. 24. 18:52

영화 <감시자들>은 전문가들이 활약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정보 전문가들이 정보를 능숙하고 치밀하게 수집하는 내용이고, 관객들은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저는 <감시자들>을 아직 못 봤습니다. 하지만 여러 평론가들과 수많은 관객들은 <감시자들>이 수작이라고 평가합니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전문가들이 정말 전문가들로서 행동하기 때문이겠죠. 비단 <감시자들>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조명하는 창작물들은 많습니다. 온갖 소설들, 만화들, 애니메이션들, 영화들, 비디오 게임들은 전문가들을 내보내고 전문적인 세계를 그립니다.


<감시자들>은 테크노 스릴러에 가까운 정보 수집 전문가들을 보여주고요. 우리는 그런 장면들에 열광하죠. 왜 우리가 그런 전문가들에게 열광할까요? 왜 전문가들이 활약하는 장면들이 즐거울까요? 거기에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그런 전문적인 활동이 생존에 커다란 도움을 준다고 느끼는지 모릅니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동물입니다. 그런 도구들은 인간의 생존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요. 따라서 도구를 정교하게 만들고 다루는 능력은 우리의 감성에 긍정적인 파장을 미치는지 몰라요.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활은 아주 원시적인 무기일 겁니다. 이른바 현대 도시 문명인에게 활은 원시적인 무기일 겁니다. 하지만 직접 활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숲 속에서 오직 비수 하나로 활을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게 쉬울까요? 그런 활이 화살을 멀리 날릴 수 있을까요? 그런 화살이 목표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요? 사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숲 속에서 오직 비수 하나로 나무를 자르고 활과 화살을 만드는 과정은 꽤나 가혹한 수작업입니다. 우리는 첨단 과학 기술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활과 화살을 만드는 것조차 절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런 과정은 전문적인 영역에 속합니다. 누군가가 정교하고 치밀하게 활과 화살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사슴을 잡고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정교하고 치밀한 작업은 생존 가능성을 크게 올립니다. 인류는 그런 과정을 거쳤고, 그래서 인간은 정교하고 치밀한 전문성을 좋아하는지 모르죠. 정교하고 치밀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은 전문가이고, 전문가는 생존 가능성을 크게 올립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그런 전문가를 좋아하는지 몰라요. 물론 이건 딱히 근거가 없는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어쩌면 인류학자들은 이런 가설을 지지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학계가 이런 의견을 뭐라고 평가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문성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인간은 감상적인 동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논리가 무엇인지 압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우리는 복잡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좋아하죠. 우리의 두뇌는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있고, 거기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활약은 논리적이고 정교합니다. 전문가들의 활약은 일종의 퍼즐 놀이입니다.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은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셜록 홈즈 같은 전문가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퍼즐 놀이에 가깝죠. 우리는 그런 논리적인 퍼즐 놀이를 즐기고요.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들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작업이 논리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그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딱히 근거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서적들이나 인류학 서적들이 있는지 모르죠. 저는 그런 책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 의견에는 근거가 없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전문가들이 활약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영화 <감시자들> 같은 테크노 스릴러는 그런 장면을 보여주고, 그래서 평론가들과 관객들은 호평했을 겁니다. 종종 이런 창작물은 전문가들의 활약상을 빙자한 사내 연애물로 흘러가죠. <감시자들>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런 테크노 스릴러는, 아니, 테크노 스릴러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활약 장면은 지적 허영을 부추깁니다. 아시다시피 지식인들은 상류층이고 권력자입니다. 이는 모든 지식인이 상류층이고 권력자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급 지식은 상류층과 권력자로 향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인의 역할은 꽤나 중요합니다. 정신 노동은 육체 노동을 몰아내고 게토를 만들 수 있어요. 이미 19세기 좌파적인 (유럽) 학자들은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이 분리되는 현상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적 허영을 즐기고 지식인들을 숭배합니다.


전문가들은 지식인들과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일반 시민이 소화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하죠. 뭐, 영화 <감시자들>에 나오는 정보 수집가들은 일반적인 지식인과 다릅니다. 지식인이라고 일컬을 때, 우리는 인문학적인 비중에 초점을 둡니다. 하지만 영화 <감시자들>에 나오는 정보 수집가들은 인문학과 별로 관계가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고급 지식 덕분에 정보 수집가들과 일반적인 지식인들 모두 일반 시민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정보 수집가들이 지적 허영이나 엘리트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감시자들>은 그런 시각을 어느 정도 포함했을지 모르죠.



여기에서 <감시자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감시자들>을 비평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논리를 SF 소설에 연결하고 싶습니다. 숱한 SF 소설들에는 전문가들(과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이 나오고, 전문적이고 정교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때때로 지적 허영을 자극합니다. 특히, 하드 SF 소설들에서 이런 특징은 꽤나 커집니다. 이런 특징은 우리가 하드 SF 소설을 읽는 기초적인 즐거움인지 모릅니다. 영화 <감시자들>과 하드 SF 소설들은 기초적인 특징을 공유하는지 모르죠. 이런 것을 설명하기 위해 저는 일부러 <감시자들>을 언급했습니다. 물론 하드 SF 소설은 <감시자들>보다 훨씬 거시적입니다. 하드 SF 소설은 전문가들의 활약을 이용해 아예 세상을 뒤집죠. 하지만 그저 세상이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SF 독자들이 구태여 하드 SF 소설들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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