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어떻게 근본적인 비평 이론이 <코이>를 바라보는가 본문
[비평 이론은 이런 환경 아포칼립스를 이용해 물어볼 수 있어요. 왜 환경 아포칼립스라는 문학이 존재하는지.]
"아, 씨발, 문학 비평 이론? 왜 내가 이런 쓸데없는 과목 따위를 배워야 하지?" 문학 강의 시간에 수많은 학생들은 투덜거릴 겁니다. 문학 강사 앞에서 학생들이 직접 투덜거리지 못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마음 속으로 투덜거릴 겁니다. 문학 교과서가 카타르시스와 다양한 시점들과 세계관을 운운할 때, 학생들은 이 따위 지루하고 낡아빠진 헛소리들을 듣지 않기 원할 겁니다.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사춘기를 보내는 과정입니다. 생생하고 풋풋하고 활기찬 사춘기와 옛날 옛적 고대 시조들이 서로 어울리나요? 학생들이 문학 강의를 지루하게 여긴다고 해도, 이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고대 시조들을 좋아할지 모르나, 수많은 학생들은 21세기 인류 사회와 옛날 옛적 꼬부랑 글씨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할 겁니다. 아무리 문학 강사가 현대(근대) 소설들을 가르친다고 해도, 학생들은 왜 이게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사실 문학 비평 이론은 재미있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문학 비평 이론으로 문학을 '제대로' 해석한다면, 학생들은 왜 문학 비평이 재미있는지 깨달을 겁니다. 웹툰 <연놈>은 이른바 일진 만화입니다. <연놈>은 고등학생들이 싸우고 욕하고 깽판친다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은 문학 비평 이론을 이용해 어떻게 <연놈>이 학원 폭력을 묘사하는지 분석할 수 있어요.
학생들이 <연놈>을 분석하기 원한다면, 학생들은 물어봐야 합니다. 어떻게 <연놈>이 학원 폭력을 묘사할 수 있나요? 어떻게 상하 작가가 학원 폭력을 그릴 수 있나요? 상하 작가가 학원 폭력을 오롯히 혼자 상상했나요? 왜 만화 독자들이 학원 폭력에 관심을 기울이나요? 만화 독자들이 학원 폭력이라는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상상력에 감탄하기 원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현실에 학원 폭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하 작가는 학원 폭력을 <연놈>에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 학원 폭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화 독자들은 <연놈>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한 번 더 물어볼 수 있습니다. 상하 작가가 학원 폭력에 찬성하나요? 상하 작가가 누구를 편드나요? 정슬기가 방리나를 때릴 때, 상하 작가가 정슬기를 편드나요? 방리나는 폭력을 휘둘렀으나, 정슬기 역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누가 옳은가요? 만화 시점은 방리나보다 정슬기를 많이 따라갑니다. 만화 시점이 정슬기를 많이 따라가기 때문에, 정슬기의 폭력이 옳은가요? 상하 작가가 정슬기를 편드나요? 만화 시점이 의도적으로 방리나를 배제하지 않나요? 만화 독자가 방리나를 무조건 욕할 수 있나요? 만화 독자들이 방리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나요? <연놈>이 학원 폭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나요?
문학은 수많은 해석들을 낳습니다. 이건 모든 해석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이른바 '초해석(super interpretation)'이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독자가 문학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면, 이건 초해석으로 이어질 겁니다. 아무리 문학이 수많은 해석들을 낳는다고 해도, 독자는 논리적인 분석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싶다고 해도, 문학은 설명서가 아닙니다. 만화 독자는 <연놈>이 학원 폭력을 미화하거나 긍정하는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상하 작가는 <연놈>을 이용해 학원 폭력을 미화하고 싶어하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상하 작가는 학원 폭력을 비판하고 싶어하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상하 작가의 마음은 계속 변덕을 부리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심지어 상하 작가조차 자신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할지 모릅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의도를 100% 앱솔루틀리하게 확신할 수 있다면, 자크 라캉은 두 눈이 핑핑 돌아가는 어려운 용어들을 주워섬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만화 독자가 <연놈>을 제대로 분석하고 싶다면, 독자는 <연놈>을 둘러싼 폭넓은 요소들을 함께 언급해야 합니다. 독자는 오직 작가만으로 문학을 분석하지 못합니다. 이건 한계를 드러냅니다. 독자가 문학을 둘러싼 폭넓은 요소들을 함께 언급할 때, 마침내 독자는 비좁은 한계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화 독자는 <연놈>을 둘러싼 폭넓은 요소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현실 속에 학원 폭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하 작가는 학원 폭력을 <연놈>에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현실 속에 학원 폭력이 존재하나요? 왜 현실 속에 학교와 학원이 존재하나요? 왜 학생들이 학교에 다녀야 하나요? 왜 이른바 제도권 교육이 존재하나요? 왜 다들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나요? 고등학교가 인생을 살기 위한 유일무이한 관문인가요? 고등학교에 어떤 절대적이고 선험적인 가치가 있나요? 만화 독자가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시작한다면, 독자는 사회 구조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고등학교가 없었습니다. 사실 조선 시대에서 평민 여자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슬기가 불량한 여자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조선 시대에는 아예 불량한 여자 학생 그 자체가 없었습니다. 불량한 여자 고등학생은 시대적인 결과물입니다. 정슬기는 근대적인 진보에서 비롯했습니다. 근대적인 진보 이전에, 조선 시대에는 불량한 여자 학생이 없었어요. 하지만 왜 근대적인 진보가 고등학교를 만들었나요? 목적이 무엇인가요? 심심하기 때문에? 근대적인 진보가 심심풀이로 고등학교를 만들었나요? 대학교는? 독재자 전대갈 대통령은 대학 정원을 늘렸습니다. 왜 전대갈 대통령이 그랬나요? 전대갈 대통령이 훨씬 많은 대학생들이 데모하기 원했나요? 전대갈 대통령이 운동권이 늘어나기 원했나요?
이렇게 문학 비평 이론은 사회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문학은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 구조가 문학을 만들기 때문에, 만화 독자는 <연놈>을 읽고 사회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른바 제도권 교육이 이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사회 구조를 들여다본다면,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고 의심할 겁니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옳지 않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심지어 학생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본가 지배 계급에게 이건 끔찍한 악몽입니다.
자본가 지배 계급은 이런 상황을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학교 교과서들이 거짓말하고 헛소리를 떠든다고 해도, 학생들은 문학 비평 이론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은 절대 문학을 제대로 비평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은 임꽃님이 귀엽고 예쁘다고 낄낄대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런 피상적인 소감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근본적인 비평 이론보다 시시껄렁한 헛소리들을 배워야 합니다. "만화 <연놈>이 정말 학원 폭력을 긍정하나? 상하 작가가 뭔가를 놓치지 않았나? 상하 작가가 뭔가를 놓쳤다면, 그게 무엇이지? 만화 <연놈>이 무엇을 보여주지 않지?" 이렇게 학생들은 물어서는 안 됩니다.
비단 <연놈>만 아니라 다른 문학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폭염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원 에어콘이 망가진다면, 학생들은 학원에 가기 원하지 않을 겁니다. 독서실 에어콘이 망가진다면, 학생들은 독서실에 가기 원하지 않을 겁니다. 폭염 속에서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겁니다. 학생들은 방정식을 풀거나 원소 기호를 외우지 못할 거에요. 학생들이 문학으로 심각한 폭염을 바라보고 싶다면, 학생들은 소설 <뉴욕 2140>을 고를 수 있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가장 대표적인 Cli-Fi 작가이고, 소설 <뉴욕 2140>은 Cli-Fi 문학을 대표할 수 있어요.
물론 이건 영어 소설입니다. 게다가 어떤 학생들은 소설보다 만화나 영화나 게임을 좋아할지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뉴욕 2140> 이외에 환경 아포칼립스들은 많습니다. 학생들은 훨씬 화끈하고 거창한 영화 <고지라: 괴수왕>을 고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영화 <고지라: 괴수왕>을 이용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나요? <고지라: 괴수왕>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영화 예고편들과 TV 스팟들이 모스라를 더럽게 안 보여준다고 투덜거릴 수 있습니다. 왜 영화 예고편들과 TV 스팟들이 모스라를 안 보여주나요? 모스라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게 성 차별인가요? 여학생들이 여기에 분노해야 하나요? 남학생들이 빌어먹을 페미 나치가 <고지라: 괴수왕>을 물들이지 않았다고 좋아해야 하나요? 하지만 애니메이션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는 모스라를 숭배하는 두 소미인을 옹호하는 것 같습니다. 두 소미인은 제3세계 여자들을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프리퀄 소설 <고지라: 괴수 묵시록>에서 아마존 인디언들은 정말 모스라를 숭배합니다. 온갖 거대 괴수들이 대도시들을 파괴하는 동안, 모스라는 제3세계 열대 밀림을 지킵니다. <괴수 묵시록>에서 인디언 여자는 치유와 생명력을 상징하고 산업 문명에 반대합니다.
영화 <고지라: 괴수왕>에 이런 비유가 있나요? 아니면 모스라가 신비주의 컨셉인가요? 아니면 모스라가 정말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일부러 영화 예고편들과 TV 스팟들이 모스라를 안 보여주나요? 이것 이외에 <고지라: 괴수왕>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소설 <고지라: 괴수 묵시록>처럼, 고지라 이야기에서 환경 보호 운동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갈등 요소입니다. 베라 파미가는 <고지라: 괴수왕>이 환경 보호 운동을 이야기한다고 말합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영화 <고지라: 괴수왕>이 정말 환경 보호 운동을 이야기하나요? 환경 보호 운동이 뭔가요? 우리가 무엇에게서 자연 환경을 보호하나요? 탐욕스러운 인류?
우리 자신이 인류임에도, 우리가 우리를 배제할 수 있나요? 이게 가능한가요? 하지만 킴 스탠리 로빈슨 같은 Cli-Fi 작가는 탐욕스러운 인류보다 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 학생들이 소설 <뉴욕 2140>을 읽지 못한다고 해도, 인터넷에서 학생들은 킴 스탠리 로빈슨 인터뷰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자본주의가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고 비판해요. 어라, 자본주의? 왜 <뉴욕 2140>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나요?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 아닌가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닌가요? 소설 <뉴욕 2140>이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면, 이게 빨갱이 반동분자가 아닌가요?
이런 문학 비평은 그저 문학 비평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과학 강의 시간에 학생들은 물어볼 수 있습니다. "강사님, 왜 과학 교과서들이 인류가 자연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말하나요? 킴 스탠리 로빈슨이라는 Cli-Fi 작가는 <뉴욕 2140>을 썼고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말했어요. 왜 과학 교과서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나요? 굶어죽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정말 탐욕스러운가요?" 이런 물음은 다시 다른 과목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굶어죽나요? 그들이 머저리 병신 같은 깜둥이들이기 때문에? 이게 사실인가요?
역사학 강의와 지리학 강의에서 학생들은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굶주리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학 비평은 사방으로 확장합니다. 문학은 현실을 폭넓게 반영합니다. 그래서 비평 이론은 세상을 해석하기 위한 좋은 도구입니다. 특히, <뉴욕 2140>처럼, SF 소설은 비단 과거와 현재만 아니라 미래 세상을 반영합니다. SF 비평 이론은 미래 세상을 해석하기 위한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은 이런 좋은 도구를 원하지 않습니다. 제도권 교육은 학생들이 이런 좋은 도구를 배우기 원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문학을 제대로 비평한다면, 학생들은 묻기 시작할 겁니다. 비단 소설 <뉴욕 2140>과 영화 <고지라: 괴수왕> 이외에 학생들은 다른 많은 환경 아포칼립스들을 분석하고 물을 수 있어요.
심지어 <코이> 같은 간단한 비디오 게임에도 등장인물들, 줄거리, 시점, 심각한 환경 오염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물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자본주의가 나타났는지.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지. 제도권 교육은 이런 물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문학을 제대로 비평한다면, 학생들은 사회 구조를 의심할 겁니다. 비단 문학만 아니라 다른 예술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미술 비평이 다른 문명 화가들보다 서구 문명 화가들에 치우쳤나요? 왜 우리는 파블로 피카소가 20세기 최고의 화가라고 말하나요? 파블로 피카소에게 절대적이고 선험적인 가치가 있나요? 파블로 피카소가 20세기의 모든 미술을 대표할 수 있나요? 제도권 교육은 학생들이 이걸 묻기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학생들은 비평 이론을 배우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그저 시시껄렁한 교과서를 읽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시시껄렁한 교과서를 읽는다면, 학생들은 투덜거릴 겁니다. "아, 씨발, 문학 비평 이론? 왜 내가 이런 쓸데없는 과목 따위를 배워야 하지? 학교 교육은 정말 존나게 재미가 없어. 아, 씨발, 학교에 다니기 존나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