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얄팍한 대체 역사와 현실 사회주의 본문
옆동네 철수는 어중간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입니다. 비록 철수가 어중간하다고 해도, 철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버리지 않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이후,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주의 운동에서 등을 돌렸으나, 여전히 옆동네 철수는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제국주의가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에 동조하는 동안, 소비에트 연방은 식민지 독립 운동들을 지원했습니다. 조선 독립 운동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정말 열정적인 독립 운동가들은 좌파 계열이었습니다. 보수 우파 운동가들이 빈말로 독립을 운운하는 동안, 좌파 독립 운동가들은 물리적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교육과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식민지 독립 운동들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소비에트 연방이 인종 차별에 완전히 반대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꽤나 서구 중심적이었습니다. 사실 블라디미르 레닌과 로자 룩셈부르크 역시 서구 중심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로자 룩셈부르크가 서구 제국주의를 규탄했다고 해도, 로자 역시 시대적인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비에트 연방이 식민지 운동들을 지원했다고 해도, 소비에트 연방과 식민지 국가들은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서구 제국주의가 약해지기 원했습니다. 만약 서구 제국주의가 제3세계 식민지들을 수탈하지 못한다면, 서구 제국주의는 부유해지지 못할 겁니다. 식민지 근대화 이론은 서구 자본주의가 식민지들을 별로 수탈하지 않았다고 나불거리나, 소비에트 연방은 그게 멍청한 헛소리라고 간주했습니다. 그래서 소비에트 연방은 정말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식민지 독립 운동들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온갖 탁상공론들과 뻘짓들과 삽질들을 저지르나, 분명히 소비에트 연방 덕분에, 식민지 독립 운동들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서구 제국주의를 견제했기 때문에, 제3세계들은 어느 정도 수탈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제3세계에 이런 독립 운동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제3세계 사람들은 저항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사회주의 운동을 배신했을 때, 옆동네 철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옆동네 철수는 소비에트 연방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트로츠키 그룹들이 "큭큭큭,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뿔. 이건 그저 한심한 스탈린주의에 불과하지."라고 조롱한다고 해도, 옆동네 철수는 묵묵히 <커맨드 앤 컨커: 적색 경보> 시리즈를 플레이하고 소비에트 연방을 선택합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 <적색 경보> 시리즈는 가상의 세계 대전을 다룹니다. 언뜻 이 게임은 그저 밀리터리 테크노 스릴러에 불과한 것 같으나, 사실 <커맨드 앤 컨커: 적색 경보> 시리즈는 대체 역사에 가깝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시간 여행과 새로운 역사와 각종 첨단 장비들과 초능력들은 일반적인 테크노 스릴러와 다릅니다. 이 게임 시리즈에서 서구 연합군과 함께 소비에트 연방은 양대 산맥입니다. <적색 경보> 시리즈는 소비에트 연방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실 속의 인류 역사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절대 서구 제국주의를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색 경보> 시리즈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습니다. 대체 역사 속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옆동네 철수는 대체 역사를 이용해 아쉬움을 달랩니다. 그렇다고 해도 옆동네 철수는 <적색 경보> 시리즈가 묘사하는 소비에트 연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옆동네 철수는 <적색 경보> 시리즈를 비롯해 대체 역사들이 묘사하는 소비에트 연방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적색 경보> 시리즈는 개그에 가깝습니다. 1편은 나름대로 진지했으나, 2편은 어느 정도 약을 빨았고, 3편은 완전히 개그입니다. 하지만 <적색 경보> 1편이 진지하다고 해도, 옆동네 철수는 이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옆동네 철수가 <적색 경보>를 비롯해 대체 역사들 속의 소비에트 연방을 좋아하지 않나요? 대체 역사들이 사회주의 운동 역사를 너무 얄팍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역사 유물 이론은 하늘에서 갑자기 인류 문명이 나타났다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역사 유물 이론은 인류 문명에 흐름과 순서와 과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류 문명을 살필 때, 우리는 흐름과 순서와 과정을 종합하고 이것들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에트 연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들과 폭력들과 억압들이 있었습니다. 트로츠키 그룹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조롱할 때, 옆동네 철수는 트로츠키 그룹들에게 반박하기 원하나, 분명히 소비에트 연방에는 여러 심각한 억압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옆동네 철수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고수하고 싶다고 해도, 옆동네 철수는 심각한 억압들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뚝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인류 문명에서 수많은 것들은 시대적인 산물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역시 시대적인 산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자본주의는 뚝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인류 문명에서 자본주의는 가장 획기적인 변화일 겁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 역시 자본주의가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번쩍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17세기부터 서구 문명은 식민지들을 끔찍하게 수탈했습니다. 서구 문명은 막대한 부를 쌓았고, 막대한 부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뒷받침합니다. 19세기 후반에 사회주의 운동이 본격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서구 자본주의는 세계를 장악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서구 자본주의는 제국주의로 확장하고 세계 대전을 저지릅니다. 사회주의 운동은 이걸 막기 원했으나, 이미 서구 자본주의가 너무 부유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운동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사회주의가 뛰어난 사상이라고 해도, 아무리 사회주의가 급진적인 해방 철학이라고 해도, 사회주의 운동은 너무 가난했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이 오직 정신력만으로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운동 역시 오직 정신력으로만 이기지 못했습니다. 서구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운동을 무자비하게 짓밟았고 학살했습니다. 사회주의 운동 역사는 탄압과 학살의 역사입니다. 서구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운동을 끔찍하게 탄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혼자 식민지 독립 운동들을 지원해야 했고 2차 세계 대전에 대처해야 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파쇼주의를 막기 원했으나, 유럽은 파쇼주의 본거지이고, 경제 공황 때문에 미국은 빌빌거리는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나요? 중국? 오히려 소비에트 연방은 중국 공산당과 일본 제국주의 반대 운동을 지원하느라 바빴습니다. 제3세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을 지원할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서구 제국주의는 제3세계들을 수탈했습니다. 가장 거대한 인도 역시 영국 제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슬람?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보다 서구 제국주의는 훨씬 많이 이슬람에게 개입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과 이슬람은 제대로 맞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슬람 공산주의들은 세속화를 추구하나,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소비에트 연방은 이슬람과 제대로 연합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소비에트 연방은 극심한 어려움들을 거쳐야 했습니다. 옆동네 철수는 어설픈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나, 철수는 소비에트 연방이 극심한 어려움들을 거쳐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많은 대체 역사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서술하지 않습니다. 많은 대체 역사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부유하고 자유로운 서구 자본주의와 못되고 악랄한 소비에트 연방이 뚝 떨어졌다고 서술합니다. <적색 경보>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적색 경보> 시리즈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양대 산맥이라고 해도, <적색 경보> 시리즈는 역사 유물 이론으로 소비에트 연방을 설정하지 않습니다.
다른 대체 역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는 본격적인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게임 시리즈는 대체 역사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옆동네 철수는 레프 트로츠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심지어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에서 옆동네 철수는 레프 트로츠키를 지도자로 내세우고 새로운 소비에트 연방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에 역사 유물 이론이 있나요? 이런 대체 역사들이 역사 유물 이론으로 소비에트 연방을 묘사하나요? 옆동네 철수는 고개를 흔들 겁니다. 이건 옆동네 철수가 사람들이 소비에트 연방을 숭배하기 원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옆동네 철수는 오직 사람들이 소비에트 연방을 제대로 바라보기 원할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흐름과 순서와 과정을 종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체 역사들조차 흐름과 순서와 과정을 종합하지 않습니다. <적색 경보 3> 같은 개그 실시간 전략부터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 같은 대전략 게임까지, 다들 하늘에서 뭔가가 뚝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물론 <적색 경보 3>에게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적색 경보 3>는 얼마든지 소비에트 연방을 개그 세력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적색 경보 3>를 바라본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가해자이고, 소비에트 연방은 피해자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너무 처절한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해자를 숭배하고 피해자를 욕합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부장 문화(가해자)보다 극단적인 여자들(피해자)이 욕을 먹는 것처럼, 세계화 자본주의 속에서 사회주의는 욕을 먹어야 합니다. 악랄한 빨갱이들은 마녀 사냥을 당해야 합니다. 사실 서구적인 근대화가 주체적인 여자들을 마녀라고 탄압했을 때, 마녀는 마녀가 아니었습니다. 마녀라는 단어는 그저 강자가 약자를 공격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했습니다. 강자는 마녀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건 명분보다 허울이었습니다. 오늘날 페미 나치 씨발년이라는 욕설은 이런 마녀 사냥과 다르지 않습니다.
가부장 문화가 메갈리아 같은 극단적인 여자들을 페미 나치라고 부를 때, 이건 강자가 약자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가부장 문화가 심각한 폭력들을 저지름에도, 폭력적인 측면에서 극단적인 여자들이 감히 가부장 문화에 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은 가부장 문화(아주 폭력적인 가해자)보다 극단적인 여자들(별로 힘이 없는 피해자)을 욕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극단적인 여자들은 마녀 사냥을 당하는 중입니다. 악랄한 빨갱이라는 욕설 역시 이런 마녀 사냥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옆동네 철수는 그저 한숨을 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