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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만약 SF 없는 세상이 나타난다면…? 본문

SF & 판타지/또 다른 시간 속으로

만약 SF 없는 세상이 나타난다면…?

OneTiger 2020. 10. 15. 20:00



김초엽 작가는 SF 소설들을 씁니다. 현실에서 김초엽 작가와 SF 소설들은 존재합니다. 반다나 싱은 SF 소설 작가입니다. 현실에서 반다나 싱과 SF 소설들은 존재합니다. 테드 창은 SF 소설 작가입니다. 현실에서 테드 창과 SF 소설들은 존재합니다. 현실에서 김초엽 작가와 반다나 싱과 테드 창을 비롯해 많고 많은 SF 소설 작가들은 존재합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많고 많은 SF 소설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SF 장르는 비단 소설만 아니라 그림, 만화, 연극, 애니메이션, 영화, 테이블 게임, 비디오 게임, 기타 등등을 포함합니다. 현실에서 SF 장르는 존재합니다. SF 작품 속은 어떤가요?

 

SF 작품 속에서 SF 장르가 존재하나요? 사이언스 픽션 속에서 또 다른 사이언스 픽션이 존재하나요? 네, 이 사례들은 존재합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적어도 이건 사이언스 판타지입니다. SF 팬들은 이 영화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을 겁니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SF 설정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제노모프를 언급합니다.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스파이더맨과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현실에서 영화 관객은 스파이더맨과 제노모프가 SF 설정이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영화 관객과 스파이더맨은 다릅니다.



영화 관객은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가 SF 설정이라고 인식합니다. 영화 속의 세계가 사이언스 픽션이든, 아니면 사이언스 판타지든, 영화 속의 세계는 SF 설정입니다. 반면, 스파이더맨은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가 현실이라고 인식합니다.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에서 스파이더맨은 존재합니다. 영화 외부에서 관객은 존재하나, 스파이더맨은 영화 외부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스파이더맨은 제4의 벽을 깨지 못하고 극장 화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영화 관객과 달리, 스파이더맨에게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관객과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현실에서 제노모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관객에게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영화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에서 제노모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인피니티 워>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 영화 속의 세계는 온갖 외계인들을 보여주나, 온갖 외계인들은 제노모프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세계에서 제노모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영화 관객에게 제노모프가 SF 설정인 것처럼,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하지만 영화 관객과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지 모릅니다.



현실에서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찾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과학자들은 외계 문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외계인 그 자체는 SF 설정입니다. 반면, 영화 <인피니티 워> 속의 세계는 여러 외계인들을 보여줍니다. 스파이더맨은 여러 외계인들을 인식합니다. 영화 속의 세계에서 외계인 그 자체는 SF 설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영화 관객과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영화 관객과 스파이더맨에게 제노모프는 SF 설정입니다. <인피니티 워>가 SF 영화이고, SF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SF 설정을 인식하기 때문에, 이건 'SF 속의 SF'입니다.

 

이렇게 'SF 속의 SF'는 존재합니다. 현실에서 SF 장르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SF 속의 SF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정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에서 SF 장르가 존재했나요? 언제나 현실에서 사이언스 픽션이 존재했나요? 모든 시대에서 모든 인류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인식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19세기 서구에서 사이언스 픽션은 기지개를 켰습니다. 20세기 초반 이후, 사이언스 픽션은 본격적인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른바 SF 황금 시대는 1938년~1946년 미국을 가리킵니다. 2020년 관점에서 1938년은 82년 전입니다. SF 황금 시대가 나타난 이후, 심지어 아직 100년조차 지나지 않았습니다.



SF 황금 시대는 소설, 출판 매체를 가리킵니다. SF 황금 시대에서 <스타 워즈> 같은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출판 매체,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은 존재했으나, 영상 매체,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SF 영화 그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1927년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SF 황금 시대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SF 영화는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는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스타 워즈: 새로운 희망>은 1977년 영화입니다. 1977년 이후,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는 나타났습니다.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나타났으나, 아직 본격적인 SF 비디오 게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서 비디오 게임들은 본격적인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디오 게임들이 본격적인 자리를 잡는 동안, SF 장르 역시 비디오 게임들과 만났습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 SF 장르에서 비디오 게임들은 아주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나, 비디오 게임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에, SF 비디오 게임 역사는 짧습니다. 비디오 게임과 상관없이, 아무리 SF 팬덤이 오직 SF 역사 그 자체만 파악한다고 해도, SF 팬덤은 SF 역사가 짧다고 인정합니다. SF 황금 시대가 보여주는 것처럼, SF 역사는 너무 짧습니다.



유구한 인류 문명은 몇 천 년을 흘렀습니다. 거대 문명들이 나타나기 전에, 인류 역사는 몇 만 년을 흘렀습니다. 몇 만 년~몇 천 년 앞에서 SF 역사는 그저 꼬꼬마에 불과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소설입니다. 만약 이 소설이 SF 시초라면, 2020년 관점에서 SF 역사는 그저 200년을 약간 넘겼을 뿐입니다. 인류 문명은 몇 천 년을 흘렀으나, SF 역사는 그저 200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초기 SF 소설들이 나타났을 때,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SF 소설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서구 문화에서만 본격적인 초기 SF 소설들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SF 장르는 서구 문화 출신입니다.

 

유구한 인류 문화 앞에서 SF 역사는 너무 짧습니다. 게다가 SF 장르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SF 역사가 너무 짧고, SF 장르가 너무 비좁기 때문에, 어쩌면 SF 장르는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영화 <인피니티 워>를 비롯해 많은 사례들은 SF 속의 SF를 설정하나, 어쩌면 SF 장르는 필연적이지 않은지 모릅니다. 인류 문명에서 SF 장르가 필연적으로 나타나야 하나요? SF 장르가 필연적인가요? 만약 다른 평행 세계들이 존재한다면, 다른 평행 세계에서 SF 장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나요? 'SF 없는 세상'이 가능한가요? 아니면 이게 불가능한가요? SF 장르가 필연적인 법칙인가요?



만약 SF 평론가가 'SF 없는 세상'을 논의하기 원한다면, SF 평론가는 '어떻게 SF 장르가 나타났는지' 물어야 합니다. 갑자기 SF 장르는 번쩍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정한 생산 조건은 이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평행 세계에서 특정한 생산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장르는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평행 세계에서 생산 조건이 존재한다면, 현실에서 우리가 메리 셸리를 인식하고 <프랑켄슈타인>을 읽는 것처럼, 평행 세계에서 SF 장르는 나타날 겁니다. 이 생산 조건이 무엇인가요? 어떻게 SF 장르가 나타났나요? 왜 다른 시대, 다른 지역보다 19세기 서구에서 SF 장르가 시작했나요?

 

대답은 '근대화'입니다. SF 장르는 비현실 설정과 근대화를 결합합니다. 만약 세대 우주선이 바이오 돔을 장착한다면, 이건 SF 설정일 겁니다. SF 평론가는 세대 우주선과 바이오 돔이 SF 설정이라고 인정합니다. 근대화 이전에, 인류 문명은 세대 우주선과 바이오 돔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천문학과 기계 공학과 생태학을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세기 근대화 이후, 여러 과학 분야들은 발달하기 시작했고, 과학자들은 천문학과 기계 공학과 생태학을 연구했고, SF 소설 작가는 세대 우주선이 바이오 돔을 장착한다고 설정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근대화는 SF 장르를 뒷받침합니다.



여기에서 근대화는 '서구' 근대화입니다. 서구와 근대화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근대화를 언급할 때, 우리는 청나라 근대화, 이슬람 근대화, 마오리 근대화, 아즈텍 근대화, 에티오피아 근대화, 버마 근대화를 상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구에서 근대화가 시작했다고 상정합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서구 문명이 증기선을 뚝딱뚝딱 만드는 동안, 다른 문명들은 증기 기관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문명들보다 산업 혁명은 서구 문명에 속합니다. 아무리 다른 문명들이 증기 기관을 만들었고 산업 혁명을 일으켰다고 해도, 우리는 서구 문명에서 본격적인 근대화가 시작했다고 상정합니다.

 

왜 서구 문명에서 본격적인 근대화가 시작했나요? 왜 다른 지역들보다 서구 문명인가요? 서구 백인들이 우월하기 때문에? 이건 흔한 사고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서구 백인들이 우월하기 때문에 우월한 서구 백인들이 근대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서구 백인은 남자를 가리킵니다. 많은 상황들에서 여자는 서구 백인이 되지 못합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이것을 열~쒸미 주장합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얼마나 서구 백인들이 우월한지 떠벌입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에게 이건 가장 중요한 작업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서구는 우월합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이른바 대항해 시대 이전에, 다른 지역들보다 서구 문명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구보다 중국, 인도, 아즈텍은 훨씬 대단했습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다른 지역들보다 서구 문명은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서구가 앞서기 시작했다고 해도, 서구는 중국과 인도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 격차를 따라가기 위해 19세기 서구는 아편 전쟁을 저질렀습니다. 이건 서구 백인들이 절대 우월하지 않다고 증명합니다. 오히려 아편 전쟁은 서구 백인들이 양아치 깡패라고 증명합니다. 아니, 이미 17세기 대항해 시대는 서구 백인들이 양아치 깡패라고 증명합니다.

 

왜 우리가 대항해 시대를 대항해 시대라고 부르나요? 아즈텍 사람들이 원양 범선들을 건조했고, 북대서양을 건넜고, 유럽 대륙에 도착했기 때문에, 대항해 시대가 대항해 시대인가요? 아즈텍 사람들이 대항해 시대를 시작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아즈텍 사람들은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왔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 백인들이 무엇을 했나요? 대답은 끔찍한 수탈입니다. 서구 문명은 아메리카 대륙을 수탈했습니다. 서구 문명이 아메리카 대륙을 수탈했기 때문에, 서구 문명은 아주 막대한 자원을 얻었고 근대화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대항해 시대는 대항해 시대가 아닙니다. 오직 서구 근대화 관점에서만 대항해 시대는 대항해 시대입니다. 오히려 식민지 관점에서 대항해 시대는 끔찍한 수탈입니다. 특히, 여기에서 서구 근대화 관점은 자본주의 관점을 가리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자본주의가 식민지 수탈에게 기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식민지 독립 운동과 노동자 계급 투쟁이 비슷한 위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민테른은 식민지 독립 운동들을 지원했습니다. 비록 코민테른이 숱한 뻘짓들을 저질렀다고 해도, 코민테른 지도자로서 이오시프 스탈린은 식민지들을 공식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 주장한 것처럼, 서구 근대화는 식민지 수탈에게 기생합니다. 심지어 식민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1차 세계 대전을 저질렀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은 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고, 이건 20세기 가장 거대한 비극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식민지 수탈에게 기생하기 때문에, 20세기 가장 거대한 비극은 나타났습니다. 만약 서구 근대화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식민지 수탈을 멈추지 않는다면, 거대한 비극들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후 정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정의는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들과 남반구 식민지 국가들을 구분합니다.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기 때문에, 지구 환경은 심각해지고, 이건 남반구 가난한 국가들에게 피해를 미칩니다. 코로나 19 사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국가들을 수탈하기 때문에, 식민지 국가들은 의료 인프라를 마련하지 못하고, 그들은 커다란 고통에 부딪힙니다. 코로나 19 사태에서 모두 똑같이 힘들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때문에, 가난한 국가들은 훨씬 아픈 고통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서구 근대화는 식민지 수탈을 멈추지 못합니다. 자본주의에게 높은 이윤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높은 이윤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높은 이윤을 위해 자본주의에게 식민지 수탈은 필수적입니다. 식민지 수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식민지 수탈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정당화합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서구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Finders, Keepers'가 가리키는 것처럼, 찾는 사람은 임자입니다. 서구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찾았기 때문에, 서구 백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소유합니다. 서구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소유하기 때문에, 플랜테이션 노예 제도를 비롯해 온갖 수탈들은 수탈이 아닙니다. 찾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온갖 수탈들은 정당한 경제 행위가 됩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이 식민지 수탈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끔찍한 수탈이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리상의 발견, 대항해 시대, 개척 정신이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식민지 수탈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서구 근대화가 자본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구 근대화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서구 백인 남자들은 절대 우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서구 근대화는 나타났고, 여전히 세계화 자본주의는 가장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서구와 근대화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19세기 서구 근대화에서 SF 소설들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식민지 수탈은 서구 근대화로 이어지고, 서구 근대화는 SF 소설들을 뒷받침합니다. 이건 생산 조건입니다. 식민지 수탈, 서구 근대화는 SF 생산 조건입니다. 현실에서 서구는 식민지들을 수탈했고, 근대화를 열었고, SF 소설들을 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SF 속의 SF'를 설정합니다. 만약 평행 세계에서 서구가 식민지들을 수탈하지 않았다면, 서구 문명은 근대화를 열지 않았을 테고, SF 소설들은 나타나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평행 세계에서 식민지 수탈 없이, 근대화는 다른 경로를 거칠지 모릅니다. 만약 근대화가 다른 경로를 거친다면, 식민지 수탈에서 SF 소설들은 비롯하지 않을 겁니다.



SF 없는 세계는 '근대화 없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평행 세계에서 근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나요? 인류 문명에서 근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나요? 이건 어려운 물음입니다. 그 자체로서 이건 SF 설정, 대체 역사입니다. 아무리 대체 역사에서 근대화가 다른 경로를 거친다고 해도, 어쩌면 근대화는 수탈에게 기생할지 모릅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쌀과 소금의 시대>를 썼습니다. 이 대체 역사 소설은 근대화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근대화가 필연적인가요? 평행 세계, 대체 역사에서 인류 문명이 근대화에 필연적으로 진입하나요? 아니면 근대화 없는 대체 역사가 존재하나요?

 

"근대인은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문구는 근대화를 의심하고, 이 의심은 어느 정도 정당하나, 저는 인류 문명에서 근대화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문명에서 근대화가 필연적이고, 근대화가 SF 소설들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저는 SF 장르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SF 장르가 나타나든, 인류 문명에서 SF 장르는 필연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건 그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근대화는 그저 우연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만약 근대화가 우연이라면, 근대화는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고, SF 장르 역시 나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SF 장르는 필연이 아닌지 모릅니다.



하지만 근대화가 필연이든 우연이든, SF 장르가 필연이든 우연이든, 이미 현실에서 (서구) 근대화는 나타났고, SF 장르는 나타났습니다. 이미 현실에서 SF 소설 독자들은 김초엽 작가를 의식하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습니다. 이미 현실에서 SF 소설 작가는 세대 우주선이 바이오 돔을 장착한다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현실에서 SF 평론가는 우주선 폐쇄 생태계가 원활하게 순환할지 물을 수 있습니다. 식민지 수탈에서 서구 근대화가 비롯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수탈(에서 비롯한 서구 근대화)에서 SF 장르는 비롯했습니다. 식민지 수탈에서 SF 독자들은 비롯했습니다.

 

식민지 수탈에서 SF 독자들이 비롯했기 때문에, 어떤 SF 독자들은 식민지 수탈을 청산하기 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것을 가로막습니다. 악랄한 자본주의는 식민지 수탈을 정당화합니다. 심지어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우주 개척을 대항해 시대에 비유합니다. 대항해 시대는 끔찍한 수탈이나,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우주 개척을 대항해 시대에 비유하고 수탈을 정당화합니다. 만약 SF 소설 독자가 SF 생산 조건을 파악하기 원한다면, SF 소설 독자는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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