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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아마겟돈의 꿈>과 날아다니는 장갑함 본문

SF & 판타지/스팀펑크, 사이언스 판타지

<아마겟돈의 꿈>과 날아다니는 장갑함

OneTiger 2018. 3. 31. 20:23

[게임 <사이쓰: 윈드 갬빗>의 카드 그림. 허버트 웰즈가 이런 공중 전함을 상상했을까요.]



단편 소설 <아마겟돈의 꿈>은 허버트 웰즈가 쓴 전쟁 소설입니다. <아마겟돈의 꿈>은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비참한 전쟁이 세계를 짓밟는 광경을 묘사해요. 전쟁 소설로서 <아마겟돈의 꿈>은 기이한 전투 병기를 보여줍니다. 허버트 웰즈는 전투 함선이나 전투 항공기를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웰즈는 그것이 장갑함처럼 생겼으나, 거대한 창머리처럼 보이고 구동축 대신 프로펠러를 달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번역본은 샤프트를 손잡이라고 번역했죠. 오역일 겁니다.)


아마 웰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니터함, 공중 순양함을 그리기 원했을지 모르겠어요. 어린 제비처럼 공중에서 그것들은 날렵하고 쉽게 날아갔습니다. 그 광경을 본 목격자는 그런 장면들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엄청난 전투를 벌였습니다. 뿌연 공기 속에서 여기저기에서 먼지 구름들과 연기들이 일었습니다. 웰즈는 계속 비행 편대와 공중 순양함을 보여주나, 그것들이 무슨 모습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저는 그것들이 전형적인 모니터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독자가 좀 더 다른 함선들을 상상했어도, 그건 딱히 틀린 해석은 아닐 겁니다.



<아마겟돈의 꿈> 원문은 그 항공 병기를 아이언클라드(ironclad)라고 부릅니다. 아이언클라드는 아주 육중한 철갑 함선을 뜻합니다. <아마겟돈의 꿈>에서 허버트 웰즈는 날아다니는 장갑함 함대와 공중 함대 전투를 묘사했어요. <아마겟돈의 꿈>은 1901년에 나왔고,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이 공중 함대를 묘사한 스팀펑크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겟돈의 꿈>은 단편 소설이고, 그래서 공중 함선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도 공중 함선을 제시한 소설로서 <아마겟돈의 꿈>은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겠죠.


허버트 웰즈는 이런 전투 병기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웰즈는 육상 전함(전차)을 상상했고, 화성인 보행 병기와 지구인 함선이 서로 싸우는 광경을 그렸죠. 그래서 <타임십>에서 스티븐 백스터는 거대한 다족 보행 전차를 묘사했는지 모르죠. 스티븐 백스터는 개인적으로 그런 다족 보행 전차를 좋아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족 전차는 허버트 웰즈가 상상한 전투 병기들을 예찬하는 상징일지 모릅니다. 스팀펑크 작가가 공중 함선이나 전투 비행선을 묘사하고 싶다면, <아마겟돈의 꿈>을 한 번쯤 읽어봐야 할 겁니다.



문제는 <아마겟돈의 꿈>이 시각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허버트 웰즈는 공중 병기가 그저 날아다니는 장갑함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날아다니는 장갑함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공중에서 그런 거대한 함선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우주 함선들이 싸우는 장면이 굉장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스팀펑크에서 전투 비행선들이나 공중 함대가 날아다니는 장면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우주 구축함에 비해 전투 비행선은 훨씬 시시한 함선일 겁니다. 우주 구축함은 화려하고 웅장합니다.


하지만 전투 비행선 역시 묵직하고 고생창연한 멋을 자랑할 수 있겠죠. 누군가는 그게 구닥다리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구닥다리 역시 멋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마겟돈의 꿈>에서 허버트 웰즈는 시각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는 그 공중 함선이 무슨 모습인지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을 썼을 때, 허버트 웰즈는 무슨 모습을 상상했을까요. 웰즈는 정말 19세기 장갑함이 아무 장비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상상했을까요? 부력 장치나 기타 다른 장비 없이?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겟돈의 꿈>을 읽은 독자는 암울하고 거대한 스팀펑크 전쟁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허버트 웰즈는 그런 절망적인 감성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마겟돈의 꿈>에서 공중 장갑함이 무슨 모습인지 자세히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마 그건 SF 소설이 드러내는 한계겠죠. 소설은 자세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그건 SF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작가가 자세히 묘사한다고 해도, 작가는 모든 것을 묘사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시각적인 관점에서 소설은 한계를 드러냅니다. 게다가 SF 소설은 비일상적인 것을 묘사하기 때문에 SF 소설은 훨씬 더 많은 한계를 드러냅니다.


주류 문학을 읽을 때, 독자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일상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독자가 일상에 의존하고 싶어도, SF 소설은 일상적인 것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최대한 상상력을 짜낸다고 해도, 작가와 독자는 서로 다른 것을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릅니다. 저는 날아다니는 19세기 장갑함을 상상했으나, 허버트 웰즈는 전혀 다른 것을 상상했을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SF 작가와 독자는 그런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계속 걸어가겠죠. (소설을 쓸 때마다 SF 작가들이 삽화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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