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스포어>와 <어몽 리플스>, 근대 생태학 본문
[와인 소믈리에들은 생산 조건을 파악합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파리나코타는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두 연인이 100일을 기념하기 원한다면, 근사한 저녁 식사는 100일 기념 행사에 잘 어울릴 겁니다. 근사한 저녁 식사에서 좋은 와인은 두근두근 심쿵심쿵♡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와인은 훨씬 달달한 분위기를 돋울 테고, 저녁 식사 이후, 알딸딸한 술기운과 함께 두 연인은 화끈하고 질퍽한 섹스를 향해 나갈지 모릅니다. 달달하고 화끈한 100일 기념일에게 좋은 와인은 매개체가 될 겁니다. Bodega Volcanes Parinacota은 깊고 진합니다. 와인 소믈리에들은 이 와인이 '묵직한 존재감'을 풍긴다고 평가합니다. 달달한 분위기와 묵직한 존재감은 별로 어울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묵직한 존재감 덕분에, 칠레 파리나코타는 여러 육류들과 잘 어울리고, 화끈한 섹스와 묵직한 존재감은 한 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질퍽한 하룻밤을 위해 두 연인은 칠레 파리나코타 와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두 연인은 훨씬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거나, 다른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거나, 또 다른 와인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건조하고 떫은 입맛부터 상쾌하고 달콤한 향기까지, 수많은 와인들은 수많은 풍미들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와인 소믈리에들은 '생산 조건'을 중시합니다. 생산 조건(포도 품종, 토양, 기후, 기타 등등)은 와인 풍미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와인 소믈리에는 묻습니다. "이 와인이 무슨 포도 품종을 사용했는가? 어디에서 이 포도 품종이 자랐는가? 그 지역 기후와 토양이 어떠한가?" 이것들은 생산 조건입니다. 이런 생산 조건은 와인에게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한때 와인 애호가들은 프랑스 와인보다 칠레 와인이 최고라고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칠레 기후와 토양이 맛있는 포도를 키우고, 맛있는 포도가 향기로운 와인을 빗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가리키는 것처럼, 칠레 볼카네스 파리나코타는 화산토 포도들을 이용합니다. 수 백 년 동안, 토양이 화산 활동들을 거친 이후, 충적토는 상당히 비옥해집니다. 여기에서 배수는 원활합니다.
화산토에서 포도 나무들은 많은 영양분들을 흡수할 수 있고, 화산 활동들이 독특한 미네랄들을 형성하기 때문에, 포도 나무들은 이것들을 흡수하고 더운 기후를 버틸 수 있습니다. 특히, 칠레 볼카네스 파리나코타는 70% 시라(syrah)와 30% 까리냥(carignan)을 혼합하고, 이 혼합은 묵직한 존재감에 영향을 미칩니다. 와인 소믈리에들은 이런 생산 조건들을 연구하고 평가합니다. 비록 이 설명이 다소 틀리다고 해도, 분명히 와인 소믈리에들에게 포도 품종, 지역, 토양, 기후는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아니, 비단 와인 소믈리에만 아니라 여러 감정사들, 평론가들에게도 생산 조건은 중요한 연구 대상일 겁니다.
SF 평론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와인 소믈리에가 와인 생산 조건을 연구하는 것처럼, SF 평론가 역시 SF 생산 조건을 연구합니다. "이 와인이 무슨 포도 품종을 사용했는가? 어디에서 이 포도 품종이 자랐는가? 그 지역 기후와 토양이 어떠한가?" 이렇게 와인 소믈리에는 묻습니다. SF 평론가 역시 묻습니다. "어떻게 SF 장르가 나타났는가? SF 장르에게 생산 조건이 무엇인가? 왜 여러 인류 문화들 중에서 오직 서구 문화만 SF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는가?" 만약 SF 평론가가 이것을 묻지 않고 생산 조건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SF 평론가는 혼란스러운 함정에 빠지고 SF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게임 <스포어>는 '진화 시뮬레이터'입니다. 맥시스가 이 게임을 소개했을 때, 맥시스는 이 게임을 진화 시뮬레이터라고 불렀습니다. 왜 <스포어>가 진화 시뮬레이터인가요? 이게 무슨 뜻인가요? <스포어>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여러 하위 종류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경영/건설이고, 어떤 것은 운송/교통이고, 어떤 것은 운전/조종입니다. 여러 하위 시뮬레이션들 중에서 <스포어>는 생태계/진화 시뮬레이션에 해당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유전 형질들을 조합하고, 새로운 생명체들을 키우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합니다. 진화 시뮬레이터로서 <스포어>는 대체 진화 역사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 지구 자연 생태계는 중생대를 거쳤습니다. 중생대 생태계는 현실입니다. 스테고사우루스는 현실입니다. 반면, <스포어>에서 생명 진화 역사는 중생대를 거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생대 없이, 생명 진화 역사는 지적 문명을 향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진화 역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진화 역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대체 진화 역사입니다. 대체 진화 역사는 비(非)현실입니다. <스포어>는 진화 이론과 비(非)현실을 결합합니다. 그래서 <스포어>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개척 우주선이 근대 과학과 비현실을 결합하는 것처럼, <스포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개척 우주선이 SF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척 우주선과 달리, 사람들은 <스포어> 같은 비디오 게임이 SF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고 간주합니다. <스포어>가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F 장르에서 대체 진화 역사는 흔한 소재입니다. "만약 외계 행성에서 생명 진화 역사가 다른 경로를 걷고 다른 지적 문명이 나타난다면?" SF 장르에서 이런 물음은 드물지 않습니다. <스포어>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생명 진화 역사가 다른 경로를 걷는다고 구현할 수 있습니다. 비록 <스포어>가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스포어>는 SF 장르에 속할 수 있습니다.
맥시스는 <스포어>가 진화 시뮬레이터(evolution simulator)라고 소개했으나, <스포어>는 유일한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스포어>가 나오기 전에, 이미 맥시스는 <심라이프>를 제작했습니다. <스포어>에게 <심라이프>는 직계 조상입니다. <스포어>가 나오기 전에, 1997년 게임 <에볼루션>은 어떻게 생명 현상이 진화하고 지적 문명으로 이어지는지 묘사했습니다. <스포어>에게 <에볼루션>은 선배입니다. <스포어> 이후에도 진화 시뮬레이터들은 명맥을 유지합니다. <니치>와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Creatura>는 진화 시뮬레이터들입니다. 이것들은 대체 진화 역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만약 <심라이프>와 <에볼루션>, <스포어>, <니치>,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Creatura>가 진화 시뮬레이터라면, <Equilinox>는 어떤가요? <심라이프>부터 <Creatura>까지, 이런 진화 시뮬레이터들은 기이하고 새롭고 낯선 생태계들을 제시합니다. 반면, <Equilinox>는 이른바 힐링 게임에 가깝습니다. <Equilinox>는 기이하고 새롭고 낯선 생태계보다 친숙하고 싱그러운 생태계를 제시합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Equilinox> 분위기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양쪽이 너무 대조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양쪽은 똑같은 종류가 되지 못할 겁니다. <Equilinox>는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Equilinox>는 진화 과정을 구현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유전 형질들을 조합하고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 예고편은 어떻게 새로운 생명체들이 늘어나는지 보여줍니다. 게임 인터페이스에서 나선형 DNA 문양은 자신을 드러냅니다. 아무리 <Equilinox>가 힐링 게임이라고 해도, <Equilinox>는 새로운 생명체들을 키웁니다. 분명히 <Equilinox>는 근대 과학(진화 이론)과 비(非)현실(새로운 생명체)을 결합합니다. 개척 우주선이 SF 설정이 되는 것처럼, <Equilinox>는 SF 장르에 속할 수 있습니다. <니치>가 SF 게임인 것처럼, <Equilinox>는 SF 게임입니다.
골수 하드 SF 독자들은 반대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힐링 생태계 게임이 SF 장르에 속하는지 반박할 겁니다. 비단 골수 하드 SF 독자들만 아니라 다른 많은 SF 팬들 역시 반박할 겁니다. 김보영 작가는 <진화 신화>를 썼으나, 김보영 작가는 힐링 생태계 게임이 SF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아니, 심지어 김보영 작가는 이 게임에 아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국내 SF 문화에서 김보영 작가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 독자들, 평론가들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을 분석하지 않습니다. <진화 신화>는 SF 소설인지 모르나,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그저 생태계 게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하드 SF 독자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진화 시뮬레이터들은 SF 장르에 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골수 하드 SF 독자들이 반박한다고 해도, 분명히 <Equilinox>는 근대 과학(진화 이론)과 비(非)현실(새로운 생명체)을 결합합니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 '근대 과학+비현실'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비록 이 게임이 SF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게임과 SF 장르는 교집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Equilinox>에서 대체 진화 역사보다 자연 생태계가 훨씬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본격적인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닌지 모르나, 이 게임과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SF 장르는 교집합을 형성합니다. 이 게임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처럼, <Creatura>는 생태계를 조성합니다.
게임 소개 문구에서 <Creatura>는 '단순한 세포부터 복잡한 생태계까지'라고 표현합니다. 이건 <Creatura>가 비단 진화 시뮬레이션만 아니라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함께 구현한다는 뜻입니다. <Equilinox>가 자연 생태계를 묘사하는 것처럼, <Creatura>는 자연 생태계를 묘사합니다. 비단 <Creatura>만 아니라 <니치>와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역시 자연 생태계를 묘사합니다. 사실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생물 다양성이 번성하고, 자연 생태계에서 여러 생명체들이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생명체들은 진화합니다. 생물 다양성, 생명 진화, 자연 생태계는 똑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특별 기획으로서 과학 잡지 <뉴턴>은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잡지 표지 그림(뒷표지 그림)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묘사합니다. 과학 잡지 <뉴턴>이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묘사하는 것처럼,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는 똑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양쪽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생명 진화 없이, 우리가 생태계를 고찰할 수 있나요? 생태계 순환 없이, 우리가 생명 진화 역사를 고찰할 수 있나요? 우리는 단순하게 고찰할 수 있으나, 만약 우리가 근본적으로 연구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를 함께 고찰해야 합니다. 양쪽은 똑같은 범주입니다.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양쪽이 똑같은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니치>와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Creatura>는 비단 진화 시뮬레이터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시뮬레이터입니다. 진화 시뮬레이터로서 <니치>와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Creatura>는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건 진화 시뮬레이터가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반드시 구현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진화 시뮬레이터는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생략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가 한 쌍이기 때문에, 진화 시뮬레이터는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구현합니다.
만약 진화 시뮬레이터가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구현한다면, 생태계 시뮬레이터가 진화 시뮬레이터가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진화 시뮬레이터는 생태계 시뮬레이터가 될 수 있으나, 언제나 생태계 시뮬레이터는 진화 시뮬레이터가 되지 않습니다. 비디오 게임에서 진화 시뮬레이터보다 생태계 시뮬레이터는 훨씬 폭넓은 범주입니다. <심사파리>와 <Among Ripples>는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심사파리>와 <Among Ripples>는 사바나 생물 다양성과 담수 생태계를 구현합니다. <심사파리>는 유전 형질들을 조합하지 않고, 새로운 식물상을 키우지 않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습니다.
<심사파리>는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심사파리>는 현실(아프리카 사바나 생물 다양성)을 묘사합니다. 이 게임은 근대 과학(생태학)을 묘사하나, 이 게임은 비(非)현실(새로운 생물종, 새로운 생태계)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심사파리>는 진화 시뮬레이터보다 생태계 시뮬레이터입니다. 진화 시뮬레이터는 SF 장르에 속할 수 있으나, 언제나 생태계 시뮬레이터는 진화 시뮬레이터가 되지 않고, <심사파리>가 진화 시뮬레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파리>는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심사파리>는 똑같이 생태계 시뮬레이터이나, <심사파리>는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심사파리>처럼, <Among Ripples> 역시 비(非)현실(새로운 생물종, 새로운 생태계)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Among Ripples>는 똑같이 생태계 시뮬레이터이나, <Among Ripples>는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니치>와 <제노블룸>, <인텔리젠트 디자인>, <Creatura>, <심사파리>, <Among Ripples>는 똑같은 생태계 시뮬레이터입니다. 만약 어떤 게임 플레이어가 <인텔리젠트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이 게임 플레이어가 <Among Ripples>를 좋아할 수 있나요?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대체 진화 역사를 상상하고, 골수 하드 SF 독자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나, 대체 진화 역사는 SF 설정입니다.
반면, <Among Ripples>는 현실 속의 담수 생태계를 묘사합니다. 이 게임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다. 호수 조류와 가재와 수달은 SF 설정이 아닙니다. 아무리 호수 밑바닥에서 가재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청소한다고 해도, 이건 SF 설정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장거리 개척 우주선이 내부 바이오 돔을 장착하고, 우주선 바이오 돔에서 호수 가재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청소한다면, 이건 SF 설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호수 가재는 SF 소재가 아닙니다. 현실 속의 호수 가재가 SF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SF' 게임 <인텔리젠트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 게임 플레이어가 <Among Ripples>를 외면해야 하나요?
여기에서 생산 조건은 열쇠가 됩니다. 와인 소믈리에는 와인 생산 조건을 파악합니다. 칠레 볼카네스 파리나코타에게 화산토 포도들은 생산 조건입니다. 70% 시라와 30% 까리냥은 칠레 볼카네스 파리나코타를 생산합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칠레 볼카네스 파리나코타는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초월적인 공간과 시간에서 파리나코타는 번쩍 나타나지 않습니다. 파리나코타는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생산 조건들이 파리나코타를 생산하기 때문에, 두 연인은 묵직한 파리나코타를 마시고, 진하고 풍부한 치즈를 음미하고, 질퍽한 섹스를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생산 조건 없이, 와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산 조건 없이, 와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와인 소믈리에는 와인 생산 조건을 파악합니다. 와인 소믈리에가 와인 생산 조건을 파악하는 것처럼, SF 평론가는 SF 생산 조건을 파악합니다. SF 게임 <인텔리젠트 디자인>에게 현실 속의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 순환은 생산 조건이 됩니다. 현실에서 생태학자들이 생명 진화 역사와 자연 생태계 순환을 연구하기 때문에,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여기에 비(非)현실을 덧붙이고 진화 시뮬레이터가 됩니다. 그래서 진화 시뮬레이터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하지만 비현실 생명체는 오직 SF 장르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SF 장르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신화들과 전설들은 기이한 생명체들을 상상했습니다.
고대 신화들이 기이하고 새롭고 낯선 생명체들을 상상하는 것처럼, 기이한 생명체 그 자체는 SF 소재가 아닙니다. 아무리 소설, 만화, 영화, 게임이 기이하고 새롭고 낯선 생명체들을 묘사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서 이건 SF 설정이 되지 않습니다. SF 생산 조건에서 이것들이 비롯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F 생산 조건은 진화 이론과 근대 생태학입니다. 현실에서 생태학자들이 근대 생태학을 연구하기 때문에, 진화 시뮬레이터는 이것을 반영하고 SF 장르가 됩니다. 고대 신화들은 진화 이론과 근대 생태학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고대 사람들은 프로토케라톱스 화석을 봤고 그리핀을 이야기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대 사람들이 프로토케라톱스 화석을 봤다고 해도, 그들은 생명 진화 역사를 알지 못했고, 그래서 고대 신화 그리핀은 SF 설정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핀과 달리, <니치>에서 새로운 동물종들은 SF 설정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에서 SF 게임 <니치>는 비롯합니다. <Among Ripples>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실 속의 생태학에서 진화 시뮬레이터가 비롯하는 것처럼, 현실 속의 생태학에서 <Among Ripples>는 비롯합니다. <Among Ripples: Shallow Waters>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은 생태학 연구원들입니다. 이건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에서 <Among Ripples: Shallow Waters>가 비롯했다는 뜻입니다.
[생산 조건(생태학)이 열쇠가 되기 때문에, 생태계 시뮬레이터는 생체 우주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에서 <Among Ripples>가 비롯하는 것처럼,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에서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비롯했습니다. 양쪽에게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는 똑같은 생산 조건입니다. 똑같은 생산 조건에서 <Among Ripples>와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비롯합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에게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는 생산 조건이고, <Among Ripples>는 생산 조건(현실 속의 자연 생태학 연구)을 묘사합니다. 그래서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인텔리젠트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Among Ripples>를 함께 좋아할 수 있습니다. 생산 조건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생태적인 상상력을 좋아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Among Ripples>보다 <인텔리젠트 디자인>을 좋아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는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Among Ripples>를 함께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SF 평론가는 SF 외부와 내부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Among Ripples>를 함께 좋아한다고 해도, SF 평론가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생산 조건이 열쇠가 되기 때문에,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비단 <Among Ripples>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외계 행성에서 생태학자들이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고, 생물 다양성을 응용하고, 생체 우주선을 건조한다면, 여기에서도 생태학 연구는 생산 조건이 됩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생체 우주선을 묘사하지 않으나, 똑같은 생산 조건에서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생체 우주선이 비롯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생체 우주선을 함께 좋아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생체 우주선 내부는 인공 생태계 순환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생산 조건은 SF 장르를 만듭니다. 칠레 화산토 포도 품종이 파리나코타를 만드는 것처럼, 현실 속의 생태학 연구는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생체 우주선을 만듭니다.
그래서 <Among Ripples>와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이어질 수 있고, <Among Ripples>는 생체 우주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대 신화 그리핀은 SF 설정이 되지 못하나, 외계 생체 우주선은 SF 설정이 됩니다. 하지만 왜 고대 사람들이 그리핀에게 근대 생태학을 덧붙이지 못했나요? 왜 21세기 초반 SF 작가가 생체 우주선에게 근대 생태학을 덧붙일 수 있나요? 왜 고대와 근대가 다른가요? 문자 그대로 고대 페르시아 신화는 신화입니다. 근대 생태학은 과학입니다. 신화와 과학은 대조적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신화는 존재했으나, 언제/어떻게 과학이 나타났나요? 자본주의 경제학은 자신이 과학이라고 빽빽거리며 우깁니다.
왜 이렇게 자본주의 경제학이 빽빽거리고 우기고 지랄지랄하나요? SF 장르, 생체 우주선에게 근대 과학, 근대 생태학이 생산 조건이기 때문에, SF 평론가는 과학이 무엇인지 물을 수 있습니다. SF 평론가는 물어야 합니다. "왜 자본주의 경제학이 자신을 과학이라고 빽빽거리며 우기는가? 왜 자본주의 경제학이 과학을 들먹이는가? 과학이 무엇인가? 어떻게 과학이 나타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