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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이윤 극대화 비판

수학자와 과학자, 그리고 경제학자

OneTiger 2018. 12. 6. 20:12

소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아이언 말콤은 수학자입니다. 이 소설에서 아이언 말콤은 혼돈 이론을 떠들고 인간이 복잡한 체계를 쉽게 예측하지 못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 때 뉴욕에서 나비의 날개 바람은 태풍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이건 복잡한 체계 속에서 수많은 것들이 방대한 영향을 미치고 인간이 그걸 모두 계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아이언 말콤은 사람들이 겸손해지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예측하지 못하는, 특히, 생명 현상처럼 스스로 질서를 구축하는 체계를 주물럭거리는 인간은 훨씬 겸손을 배워야 하겠죠.


공원을 답사하는 동안 아이언 말콤이 계속 이런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존 해먼드는 골치가 아팠을 겁니다. 존 해먼드는 아이언 말콤을 초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겠죠. 사실 아이언 말콤은 불청객일지 모릅니다. 과학 자문을 받기 위해 존 해먼드는 엘리 새틀러, 앨런 그랜트, 아이언 말콤을 초대했습니다. 자꾸 공룡들이 사고들을 일으켰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불안하다고 느꼈고, 존 해먼드는 투자자들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래서 존 해먼드는 세 과학자들을 초대했습니다. 엘리 새틀러는 고식물학자이고, 앨런 그랜트는 고생물학자입니다. 당연히 고식물학자와 고생물학자는 공룡 사파리에 잘 어울리겠죠.



하지만 아이언 말콤은 수학자입니다. 수학자. 수학자가 공룡 사파리에 어울릴까요? 아니, 수학자가 과학 자문에 어울릴까요? 분명히 엘리 새틀러와 앨런 그랜트는 과학자입니다. 누구나 고식물학과 고생물학이 자연 과학이라고 인정하겠죠. <쥬라기 공원>은 SF 소설이고, 과학자로서 엘리 새틀러와 앨런 그랜트는 <쥬라기 공원>에 잘 어울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SF 소설에서 당연히 과학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쥬라기 공원>만 아니라 숱한 SF 소설들에서 과학자들은 중요한 역할들을 맡습니다. 19세기에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처음 나타난 이후, 과학자들은 중요한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반면, 수학은? 아이언 말콤은 수학자입니다. 수학자가 SF 소설에 어울릴까요? 수학이 자연 과학일까요? 수학자가 과학자일까요? 분명히 수학은 자연 과학입니다. 아무도 이걸 부정하지 않겠죠. 소설 <혹성 탈출>에서 인간과 똑똑한 유인원이 수학 수식으로 소통하는 장면은 꽤나 자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장면입니다. 인간과 유인원 모두 똑같이 과학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양쪽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인간과 외계인이 조우한다면, 양쪽 모두 원소 주기율표나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소통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원소 주기율표나 수학 방정식은 인간과 외계인이 소통하기 위한 로제타석이 될지 모릅니다.



이렇게 수학적인 능력은 자연 과학적인 분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수학이 자연 과학에 속한다고 해도, 수학자가 과학자일까요? 수학자는 어느 정도 과학자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행성 궤도를 계산할 때, 갈릴레이는 수학 공식을 사용했을 겁니다. 갈릴레이는 우주를 바라보기 위해 인간이 수학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과학자들은 수학 공식들을 사용하고 수학을 배웁니다. 수학 없는 자연 과학 분야는 없겠죠. 수학은 자연 과학 분야이고, 과학자들은 수학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수학자가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 천문학자 같은 자연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과학자를 대표합니다. 하지만 수학자는 이런 자리에 끼어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자연 과학에서 수학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학자가 과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학자가 수식을 풀고, 수식이 그저 숫자 계산에 불과하기 때문이겠죠. 그 자체로서 수학은 뭔가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서 수학은 행성 궤도나 방사선 물질이나 고대 식물들이나 인공 지능을 말하지 않습니다. 만화 <학문의 순수성 Purity>에서 랜들 먼로는 수학이 다른 자연 과학들(생물학, 화학, 물리학)보다 훨씬 '순수'하다고 그렸습니다.



수학은 순수합니다. 수학은 기반입니다. 그 자체로서 기반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기반이 없다면, 아무리 건축가가 화려한 지붕을 올린다고 해도, 그 지붕은 당장 무너지겠죠. 사람들이 수학자를 과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학이 있기 때문에 자연 과학자들은 행성 궤도나 방사선 물질이나 고대 식물들이나 인공 지능을 말할 수 있겠죠. 수학은 자연 과학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고, 수학 없는 자연 과학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SF 소설이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을 다루고 싶다면, SF 소설은 수학을 외면하지 못할 겁니다. SF 소설 역시 수학을 들여다봐야 할 겁니다.


따라서 수학은 SF 소설에 잘 어울릴 테고, 수학자 역시 SF 소설에 잘 어울릴 겁니다. <쥬라기 공원>이 SF 소설이라면, 아이언 말콤은 <쥬라기 공원>에 잘 어울릴 겁니다. 수학자는 SF 소설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수학과 다른 자연 과학들을 다소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수학이 기반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응용' 학문들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수학에는 행성 궤도나 방사선 물질이나 고대 식물들이나 인공 지능이 없고,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없는 자연 과학을 자연 과학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런 시각은 사회 과학과 자연 과학을 착각할지 모릅니다.



과학 서적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수학과 자연 과학이 맺은 관계를 설명합니다. 김민형 교수는 수학자가 과학자가 아니라고 해도 자연 과학에서 수학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합니다. 김민형 교수는 수학에 얽힌 몇몇 오해를 풀고 싶어하나, 김민형 교수 역시 아주 심각한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에서 수학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20세기 이후 경제학에서 수학이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합니다. 경제학은 사회학이나 정치학에서 시작했으나, 오늘날 경제학 논문은 수많은 수학들로 가득합니다.


존 내시, 로버트 아우만, 로버트 새플리 같은 수학자들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라고 말합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수학을 전공했고 <확률론>을 썼습니다. 저자는 수학이 자연 과학들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수학이 경제학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합니다. 안타깝게도 이건 굉장히 커다란 오해입니다. 게다가 이건 지배 계급의 억압과 착취와 오염을 옹호하는 오해입니다. 왜 20세기 이후 경제학에서 수학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을까요? 복잡한 경제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저자가 보여준 것처럼, 수학자들조차 그렇게 오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닙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사회학과 경제학을 분리하기 원했습니다. 경제학이 사회학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경제학은 계속 사회학적인 사고 방식(사회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할 겁니다. 경제학이 사회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경제학은 순수하고 합리적인 개인을 함부로 주장하지 못합니다. 사회 속에서 개인들이 수많은 사회적인 관계들을 맺는다면, 어떻게 순수하고 합리적인 개인이 존재하겠습니까. 어떻게 순수하고 합리적인 개인이 혼자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적인 관계들은 순수하고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개념을 부정합니다.


적어도 사회적인 관계들은 순수하고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개념을 꽤나 크게 뒤흔듭니다. 사회적인 관계들을 인정할 때, 경제학은 개인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흐름을 파악한다면,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들이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학은 순수하게 부를 계산하지 못합니다. 산업 자본가가 오염 물질을 버릴 때, 주류 경제학자들은 오염 물질을 외부 비용으로 쉽게 돌립니다. 주류 경제학이 사회적인 관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회적인 관계를 인정할 때, 경제학은 오염 물질을 외부로 돌리지 못할 겁니다. '오염 물질은 사회적인 비용'이 되고, 경제학은 '사회적인 비용'을 계산해야 합니다. 이건 지배 계급 자본가들에게 아주 불리한 계산입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런 불리한 계산을 쫓아내기 원했습니다. 그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없애고 싶어했습니다. 이른바 한계 효용 이론 이후,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학과 사회학을 분리합니다. 따라서 경제학 논문의 수많은 수학들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푸는 명쾌한 계산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그것들은 엄청난 환경 오염들을 감추는 눈속임들입니다. 저자 김민형 교수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겠죠. 김민형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테고 주류 경제학을 의심한 적이 없겠죠. 그래서 저자는 경제학 논문들에 수학들이 많다고 말했겠죠.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런 수학들은 수학이 아니라 눈속임입니다. 경제학은 사회적인 관계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실 <쥬라기 공원>에서 아이언 말콤 역시 과학이 너무 상업화되었다고 경고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언 말콤은 과학의 상업화를 비판합니다. 비록 그런 비판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나, 적어도 수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아이언 말콤은 상업화를 아주 강렬하게 비판합니다. 수학자(자연 과학자)가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경제학자(사회 과학자)가 사회 문제를 외면한다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경제학은 부를 계산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경제학은 사회적인 관계를 파악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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