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의 시>와 <다섯 번째 계절>, 돌봄 노동 사회화 속의 여성 성향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에서 꼼꼼히 그리는 게센인의 육체는 여성의 몸에 더 가깝다. 당연한 게 아닌가? 이들은 젖을 먹여 아이를 키우는 태생 동물이다. 다른 어떤 몸을 가질 수 있겠는가. 르 귄은 이외에도 <어둠의 왼손>에서 거의 찾을 수 없었던 여성성을 이 단편 소설에 잔뜩 불어넣는다."

듀나님이 페니미즘 SF 작가로서 어슐라 르 귄을 평가할 때, 이렇게 듀나님은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은 페미니즘 SF 작가로서 어슐라 르 귄을 바라보나, 듀나님은 이런 시각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슐라 르 귄은 페미니즘 SF 작가입니다. 하지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나 조안나 러스와 달리, 어슐라 르 귄은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SF 소설을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SF 작가들이 성 해방을 추구하는 동안, 어슐라 르 귄은 느릿느릿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심지어 조안나 러스가 소설 <어둠의 왼손>을 비판했을 때, 어슐라 르 귄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어슐라 르 귄은 잘못을 깨닫고 페미니즘 SF 소설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슐라 르 귄은 너무 얌전했습니다. 어슐라 르 귄에게는 조안나 러스 같은 분노와 옥타비아 버틀러 같은 충격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같은 파격이 없습니다. 어슐라 르 귄은 분노와 충격과 파격을 쓰지 않습니다. 어슐라 르 귄은 균형과 조화와 평온을 씁니다. 그래서 어슐라 르 귄은 많은 인기들을 끄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아니, 이 세상은 삐뚤어진 운동장입니다. 이 세상은 가부장 문화를 향해 너무, 너무 삐뚤어졌습니다.

오늘날 남한 사회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여자들이 극단적으로 가부장 문화를 공격할 때, 수많은 남한 사람들, 이른바 한남충들은 극단적인 여자들을 힐난합니다. 심지어 여자들조차 가부장 문화보다 극단적인 여자들을 힐난합니다. 이른바 한남충들은 남자가 국방의 의무를 맡기 때문에 남자가 고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여자들조차 이런 주장에 동조합니다. 심지어 여자들조차 군대가 국민들의 생명들과 재산들을 지킨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 국가는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근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군대는 국민들을 지킨 적이 한 번도,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없습니다. 에이핑크 노래처럼, 그런 것은 "1도 없어. 단 1도 없어. 1도 없는 진심."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군대는 지배 계급을 위한 통치 수단입니다. 민중들이 자본주의에 저항할 때, 군대를 비롯해 공권력은 민중들을 학살하고 짓밟습니다. 이제까지 근대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군대는 무수한 양민들을 짓밟았습니다. 반면, 극단적인 여자들이 학살을 저지른 적이 있나요? 극단적인 여자들이 제국주의 침략을 저지른 적이 있나요? 극단적인 여자들이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아가고 고문한 적이 있나요? 극단적인 여자들이 반영구적인 산업 폐기물들을 버린 적이 있나요? 자본주의 권력은 그랬습니다. 극단적인 여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여자들보다 가부장 문화를 비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남한 사람들은 너무 폭력적인 가부장 문화보다 사소한 폭언들(극단적인 여자들)을 힐난합니다.

남한 사회처럼, 이 세상은 너무 삐뚤어진 운동장입니다. 삐뚤어진 운동장에서 페미니즘 SF 소설이 균형과 조화와 평온을 말할 수 있을까요? 운동장이 너무 삐뚤어졌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와 평온은 굴러떨어질 겁니다. 폭력적인 세상에서 피지배 계급이 폭력에 저항하기 원한다면, 피지배 계급은 급진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균형과 조화와 평온은 급진과 거리가 멉니다. 물론 균형과 조화와 평온은 이상적입니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누가 의도적으로 균형과 조화와 평온을 싫어하나요? 조안나 러스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조안나 러스가 분노를 불태우나요? 조안나 러스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장애인인가요?

그래서 언제나 조안나 러스가 분노를 쏟아붓나요? 그건 아닙니다. 이 세상이 너무 삐뚤어졌기 때문에, 가부장 문화가 균형과 조화와 평온을 왜곡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서기 위해 조안나 러스는 분노를 쏟아부을 겁니다. 피지배 계급은 분노해야 합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여자들 역시 분노하고 험한 욕설들을 쏟아붓습니다. 어슐라 르 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조안나 러스가 분노를 쏟아붓는 동안, 어슐라 르 귄은 느릿느릿 성 해방 투쟁을 따라갔습니다. 듀나님은 조안나 러스가 <어둠의 왼손>을 비판했기 때문에 어슐라 르 귄이 생각을 바꿨고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를 썼다고 말합니다.

소설 <어둠의 왼손>에서 게센 사람들은 수염이 없는 남자에 가깝습니다. 게센 사람들은 양성이나, <어둠의 왼손>에서 게센 사람들은 남성에 가깝습니다. 반면, 단편 소설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에서 게센 사람들은 여자 신체에 훨씬 가깝습니다. 게센 사람들이 포유류이기 때문입니다. 게센 사람들은 아기들에게 젖을 먹여야 하고, 그래서 그들은 여자에 가까워야 합니다. 듀나님은 이런 특징, 젖가슴과 수유가 여성 성향이라고 말합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 여성 성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여자들에게 젖가슴이 있고 여자들이 젖을 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센 사람들은 일상적인 인간이 아니고, 그래서 게센 사람들에게 젖가슴이 있다면, 이건 훨씬 두드러지는 여성 성향일 겁니다. 이렇게 사이언스 픽션은 여성 성향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비일상을 그리기 때문에, 비일상 속에서 여성 성향은 훨씬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노라 제미신이 쓴 <다섯 번째 계절>은 초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대지 능력자 오로진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 계절>이 주연 오로진 에쑨을 묘사할 때, 소설 시점은 에쑨이 어머니라고 강조합니다. 에쑨에게는 두 젖가슴이 있고, 에쑨은 아이들을 풍족하게 먹일 수 있었습니다.

에쑨은 비단 대지 능력자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입니다. 에쑨은 오로진이고 동시에 어머니입니다. 두 가지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주연 오로진 시에나이트는 훨씬 두드러지게 여성 성향을 보여줍니다. 섬마을에서 시에나이트가 아기를 낳았을 때, 시에나이트는 젖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시에나이트는 비단 자신의 아기만 아니라 다른 섬마을 아기들에게 골고루 젖을 먹입니다. 섬마을에서 대부분 여자들은 골고루 젖을 먹입니다. 남자들 역시 육아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합니다. 아무도 육아를 억지로 여자들에게 떠넘기지 않습니다. 아무도 육아 노동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섬마을에서 육아 노동은 사회화한 것 같습니다.

육아 노동이 사회화했기 때문에, 여자들은 골고루 젖을 먹이는 것 같습니다. 육아 노동 사회화는 비일상적입니다. 가부장 문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에게 육아 노동 사회화는 비일상적입니다. 우리는 육아 노동을 비롯해 돌봄 노동을 무시합니다. 우리는 돌봄 노동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엄마들이 힘들게 아이들을 키운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무시합니다. 지배 계급, 가부장 문화가 돌봄 노동에 사회적인 부를 주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부장 문화는 돌봄 노동들을 공짜로 부려먹기 원합니다. <다섯 번째 계절>에서 섬마을은 그렇지 않고, 섬마을 여자들의 여성 성향은 훨씬 두드러집니다.

엘리너 아나슨이 쓴 <방랑자의 시>는 사이언스 판타지입니다. 단편 소설 <방랑자의 시>에서 주인공 외계인에게는 여러 성별들이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아기를 찾았을 때, 주인공(들) 중에서 어떤 여자는 아기에게 젖을 먹입니다. <방랑자의 시>는 주인공(들)이 아기를 낳았다고 묘사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주인공(들) 외계인은 마음대로 젖을 먹일 수 있는지 모릅니다. <방랑자의 시>는 주인공(들) 외계인에게 젖가슴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 외계인이 인간 형태이고, 그들 중에서 여자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에게는 젖가슴이 있는지 모릅니다.

이 단편 소설은 별로 시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랑자의 시>는 주인공(들)을 묘사할 수 있을 겁니다. 소설은 글자 매체이고, 글자는 추상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외계인 외모를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고 해도, 독자는 주인공(들)이 복수(複數)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여러 성별들 중에서 여자가 아기를 돌보고 젖을 먹일 때, 이것 역시 비일상적인 여성 성향입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입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자유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개인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개인을 중시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무시합니다.

우리는 복수(複數)로서 인간이 존재한다고 쉽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반면, <방랑자의 시>는 주인공(들)을 보여주고 사회적인 관계를 강조합니다. 단편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은 복수(複數)입니다. 소설 <드래곤 라자>가 외치는 것처럼, 우리는 단수가 아닙니다. 심지어 '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수가 아니고, 심지어 '나'조차 단수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을 언급할 때, 우리는 자기애(自己愛)보다 타인을 상정합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사랑은 타인입니다. 우리는 타인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복수(複數) 속에서 여성 성향은 두드러집니다.

사이언스 픽션 속에는 이런 비일상적이고 두드러진 여성 성향이 있습니다. 게임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서 고양이 유사 인간 종족 므르샨(여자)에게는 두 젖가슴이 있습니다. 현실 속에는 고양이 여자가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 고양이는 4족 보행 동물이고, 암컷 고양이에게는 젖가슴이 없습니다. 암컷 고양이 유방이 다소 둥글다고 해도, 여자 젖가슴과 달리, 고양이 유방은 반구 형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어가 므르샨 여자를 볼 때, 게임 플레이어는 여성 성향을 두드러지게 실감할 수 있습니다.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와 <다섯 번째 계절>과 <방랑자의 시>와 달리, 게임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성 해방 투쟁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는 여자, 여자 신체, 여성 성향을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외계인을 보여주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와 <방랑자의 시>와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모두 외계인을 이야기합니다. <다섯 번째 계절>은 외계인을 이야기하지 않으나, 소설 속에서 일반 사람들에게 오로진은 외계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로진은 너무 이방인입니다. 이렇게 사이언스 픽션들은 외계인을 이용해 이방인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외를 느낀다면,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다시 너무 삐뚤어진 운동장입니다.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와 <다섯 번째 계절>과 <방랑자의 시>와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젖가슴, 수유, 여성 성향을 연결합니다. 하지만 너무 삐뚤어진 운동장에서 이건 편견을 부추길지 모릅니다. 여자가 자신의 몸으로 아기를 먹일 수 있기 때문에, 가부장 문화는 여자가 반드시 돌봄 노동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가부장 문화는 억지로 여자들을 돌봄 노동에 밀어넣고 착취할 겁니다. 여자 신체(젖가슴)는 생체 식량 공장입니다. 여자가 태생적으로 아기를 먹이기 때문에, 가부장 문화는 여기에 사회적인 부를 주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가부장 문화는 여자가 태생적으로 돌봄 노동에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여자들을 착취합니다. 여자들은 억지로 돌봄 노동들에 매달려야 하고, 여자들은 다른 것들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듀나님은 젖가슴이 여성 성향이라고 말했으나, 이게 올바른 해석인가요? 이런 해석이 편견을 부추기지 않을까요? "맞아, 젖가슴은 여성 성향이야. 그래서 여자는 반드시 육아를 맡아야 해. 여자들은 육아와 살림에 종사해야 해." 이렇게 가부장 문화가 주장할 때, 듀나님 의견이 가부장 문화에 동조하지 않나요? 우리가 여성 성향을 젖가슴으로 이야기한다면, 이건 가부장 문화를 뒷받침할지 모릅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여성 성향과 젖가슴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여성 성향을 젖가슴으로 연결하지 않는다면, 가부장 문화는 여자 신체를 신나게 왜곡할 겁니다. 가부장 문화는 성 폭행 분위기를 양산하고, 성 폭행 분위기 속에서 젖가슴은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됩니다. 이런 왜곡을 막기 위해 우리는 여자 신체를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여자 신체를 감추거나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못합니다. 이제까지 이미 가부장 문화는 여자 신체를 너무 편협하게 왜곡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여자 신체를 말할 수 있나요? 어떻게 우리가 가부장 문화에 동조하지 않고 동시에 당당하게 젖가슴과 여성 성향을 말할 수 있나요? 어쩌면 <방랑자의 시>와 <다섯 번째 계절>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방랑자의 시>는 우리가 단수보다 복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복수이고, 우리에게 사회 관계는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사회 관계가 중요하다면, 우리는 섹스, 출산, 육아 노동 역시 사회화할 수 있을 겁니다. 왜 섹스, 출산, 육아가 그저 개인 영역에 불과해야 하나요? 우리가 복수임에도, 왜 단수로서 섹스, 출산, 육아가 존재해야 하나요? 우리가 젖가슴과 여성 성향을 연결할 때, 우리는 돌봄 노동 사회화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가부장 문화는 사회 구조입니다. 사회 구조는 경제학과 떨어지지 못합니다. 돌봄 노동 사회화는 사회적인 부가 돌봄 노동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부장 문화는 절대 이걸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회적인 부가 돌봄 노동으로 흐르는 순간, 더 이상 침략, 정복, 탐험, 무분별한 개발이 부를 축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부 없이, 가부장 문화는 뭔가를 짓밟지 못합니다. 하늘에서 전쟁은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군수 산업이 발전할 때, 전쟁은 터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부가 군수 산업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부가 전투 병기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소총과 전차와 전투기와 함선을 만들지 않는다면, 대규모 전쟁은 터지지 않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군수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마리아 미스가 걱정하는 '람보화'는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젖가슴과 여성 성향을 말할 때, 우리는 경제학(돌봄 노동 사회화)을 말해야 합니다. 그 자체로서 젖가슴은 여성 성향이 되지 못합니다. 사회적인 부가 돌봄 노동으로 흐를 때, 돌봄 노동 사회화 속에서 젖가슴은 여성 성향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