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반 헬싱>과 <토치라이트 2>의 로봇 디자인 본문
[콘스트럭터 클래스를 소개하는 게임 예고편은 스팀펑크 로봇 부대를 보여줍니다.]
비디오 게임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과 <토치라이트 2>에는 서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쪽 모두 신나게 때리고 부수는 요란한 액션 롤플레잉이기 때문에? 흠, 맞아요. 양쪽 모두 신나는 액션 롤플레잉이죠.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과 <토치라이트 2> 모두 스팀펑크 로봇들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말하고 싶습니다.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에서 온갖 악마들과 괴물들과 로봇들을 때려잡기 위해 반 헬싱은 로봇들을 몰고 다닙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건조자(콘스트럭터)를 선택한다면, 반 헬싱은 로봇 부대를 우르르 끌고 다닐 수 있습니다. 로봇 부대들이 직접 적들을 처지하기 때문에 반 헬싱에게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비행 로봇들, 보행 로봇들, 부유 로봇이 쏘고 찌르고 터뜨리는 동안 반 헬싱은 그저 뒤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온갖 로봇들이 공격을 막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안전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요. 아무리 악마들과 유령들과 괴물들이 무섭다고 해도, 로봇 부대는 열심히 적들을 두들겨 팹니다. 대부분 액션 롤플레잉에는 소환 전문 클래스가 존재하고, 건조자 반 헬싱은 그런 부류입니다.
<토치라이트 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토치라이트 2>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여러 클래스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들 중 로봇들을 소환하는 엔지니어 클래스가 있죠.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처럼 엔지니어 클래스는 온갖 로봇들을 끌고 다닙니다. <반 헬싱>에 비해 <토치라이트 2>는 압도적인 로봇 물량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반 헬싱>에서 로봇들은 직접 북치고 장구칠 수 있으나, <토치라이트 2>는 그렇게 심하게 나가지 않아요. 사실 저는 <반 헬싱>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해요. 로봇 부대가 너무 강력하고 머릿수가 많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에게 딱히 할 일이 없어요.
현상금 사냥꾼 같은 클래스는 총을 조준하고 쏘고 공격을 회피하느라 정말 바쁩니다. 하지만 로봇 부대가 직접 공격하고 방어하고 아주 난리법석을 부리기 때문에 건조자 클래스는 뒤에서 여유롭게 하품할 수 있죠. 반면, <토치라이트 2>는 어느 정도 머릿수를 제한하고, 로봇 부대가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지 않아요. 그래서 게임 플레이어에게 할 일이 있죠. 원래 소환 전문 클래스가 심심하다고 해도, 저는 <토치라이트 2> 제작진이 게임 균형을 좀 더 잘 잡았다고 생각해요.
<반 헬싱>과 <토치라이트 2>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똑같이 스팀펑크 로봇입니다. 원작 소설이 그런 것처럼 <반 헬싱>은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삼았어요. 당연히 현대적인 로봇은 등장하지 않죠. 다들 정말 19세기 기술자들이 만든 것 같은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솔직히 좀 구닥다리처럼 보이나, 스팀펑크가 자랑하는 매력은 이런 것이겠죠. 구닥다리가 아니라 고풍스럽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릴 겁니다. 언제나 반 헬싱을 따라다니는 부유 원반 로봇은 투박하게 보이나, 이런 투박함 역시 매력일 겁니다.
반면, <토치라이트 2>는 좀 더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로봇들을 보여줍니다. <토차라이트 2> 자체가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만화 그래픽이기 때문에 로봇들 역시 그렇게 보이는 듯해요. 분명히 로봇들은 스팀펑크 디자인입니다. 로봇들은 고전적인 황동 빛깔을 뽐내고, 연기를 칙칙 뿜고, 톱니바퀴들을 돌리나, 19세기 구닥다리처럼 보이지 않아요. <토치라이트 2> 로봇들은 <반 헬싱> 로봇들보다 귀엽거나 화사합니다. 이게 그저 그래픽이나 그림체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럴지 몰라요. 아니면 그림체 이외에 설정 같은 다른 차이가 있을지 모르죠.
<반 헬싱>과 달리 <토치라이트 2>는 중세 판타지입니다. <반 헬싱>은 대놓고 산업 혁명을 이용할 수 있으나, <토치라이트 2>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중세 판타지로서 <토치라이트 2>는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하고, 너무 사이언스 픽션으로 빠지지 못해요. 양쪽 모두 판타지 설정을 포함했으나, <반 헬싱>은 사이언스 픽션에 훨씬 가깝고, <토치라이트 2>는 전통적인 중세 판타지에 가깝죠. <반 헬싱>은 분명히 스팀펑크 판타지이나, <토치라이트 2>에서 스팀펑크는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스팀펑크가 빠진다면, <반 헬싱>은 꽤나 많이 달라질 겁니다. 아예 설정 자체가 흔들리겠죠.
하지만 스팀펑크가 빠진다고 해도, <토치라이트 2>에는 커다란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설정 자체가 (스팀펑크가 아니라) 중세 판타지에 기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반 헬싱>이 구닥다리 디자인을 선택했고 <토치라이트 2>가 귀여운 로봇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뭐, 언제나 그런 것처럼, 이는 개인적인 추측이고, 딱히 근거는 없습니다. <워해머> 같은 사례처럼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역시 구닥다리 스팀펑크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죠. 그렇다고 해도 저는 배경 설정이 스팀펑크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