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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리와 자본주의 문제 본문

생태/동물들을 향하는 관점

동물 권리와 자본주의 문제

OneTiger 2017. 9. 6. 20:00

생태주의와 동물 권리 운동과 채식은 아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생태주의 사상은 인간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당연히 생태주의는 동물 권리 운동으로 직결됩니다. 동물 권리 지지자가 무조건 생태주의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 둘은 떼지 못하는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생태주의자와 동물 권리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권유합니다. 완전한 채식이 제일 좋겠으나, 육식을 점차 줄이는 것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식량 산업계에서 육식은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지고 동물 복지를 무시합니다. 더불어 대규모 목장은 숲을 없애거나 온실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일으킵니다. 양식업 역시 동물 복지를 무시하거나 온실 가스를 배출하거나 해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죠. 따라서 인류, 적어도 '현대 문명인들'이 육식을 상당히 줄인다면, 그만큼 동물 복지가 늘어날 테고 환경은 더 깨끗해질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나 영양분이 부족한 환자는 필수적으로 고기를 먹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쾌락을 위한 육식은 줄어들 필요가 있을 겁니다. 현대 문명인들이 계속 고기를 엄청나게 먹는다면, 그만큼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하지만 생존이 아닌 쾌락을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입니다. 동물은 인간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물 역시 인간만큼 엄연히 고통을 느낍니다. 가축들이 고통을 반길 리 없습니다. 인간과 동물은 모두 고통을 피하기 원해요.


따라서 우리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고, 따라서 육식을 줄여야 합니다. 육식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고 해도 그 규모를 상당히 줄여야 할 겁니다. 적어도 농부들이 동물 복지를 최대한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채식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가축이 줄어들 테고, 따라서 동물들은 덜 고통을 받겠죠. 하지만 저는 채식만으로 동물 복지를 실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 자본주의가 여전히 산업 구조를 지배하는 이상, 채식만으로 동물 복지를 실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산업 자본주의는 대규모 소비를 조장합니다. 자본주의는 오직 이윤을 축적하기 원합니다. 자유 시장 안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경쟁하고, 이런 경쟁은 시장을 늘립니다. 기업들이 서로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경쟁한다면, 그 결과 시장이 확장합니다. 시장이 확장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합니다. 육식 역시 이런 산업 구조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합니다. 산업 자본주의는 더 많은 고기를 소비하라고 끊임없이 광고하고, 사람들은 계속 고기를 대규모로 소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 권리 지지자들이 채식을 온전하게 권유할 수 있을까요. 음식 문화 역시 산업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따라서 음식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산업 구조를 함께 바꿔야 할 겁니다. 아니, 산업 구조를 먼저 바꾸지 않는다면, 음식 문화는 절대 바뀌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고기는 보상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富)가 늘면, 그 부를 이용해 더 좋은 고기를 먹기 원합니다. 고기는 부를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동물 권리 지지자들은 이런 관계를 끊어야 하고,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산업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겠죠.



육식 문제는 그저 소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생산자들이 계속 더 많은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상황에서 소비 문화가 쉽게 바뀔 리 없을 겁니다. 사실 이는 육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계속 더 많은 석탄이나 석유를 소비하기 원한다면, 시민 개개인들이 그걸 바꿀 수 있을까요. 시민 개개인이 노력해도 그건 한계가 있을 겁니다. 산업 구조가 대규모 석탄이나 석유 소비에 유리하다면, 시민들 역시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소비가 확장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붕괴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사회 전체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라고 부추기기 마련입니다. 개개인들은 이런 거대하고 압도적인 재촉 앞에서 흔들리곤 하고,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낭비나 육식을 줄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어떤 농부는 이렇게 물을지 모릅니다. "나 역시 동물 복지를 늘리고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고 싶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내 농장과 계약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내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가?" 만약 산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농부들은 계속 공장식 농장을 운영해야 하겠죠.



육식은 그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고, 설사 여기에 윤리적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윤리만으로 풀지 못할 겁니다. 동물 권리 지지자나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윤리적인 문제로만 취급하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산업 구조적인 문제(자본주의를 타파하는 문제)를 더 많이 고민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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