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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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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동물들을 향하는 관점

좌파들은 얼만큼 동물을 바라보는가

OneTiger 2017. 7. 24. 20:00

[동물들 역시 밑바닥 계급입니다. 밑바닥 계급이 해방해야 한다면, 동물들 역시 해방되어야 하겠죠.]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화제인가 봅니다. 이 영화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화제인지, 아니면 영화의 주제가 화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와인드업 걸>이나 <인간 종말 리포트> 같은 소설들이 떠오르더군요. 자본주의 시장 비판과 바이오펑크가 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옥자>를 <와인드업 걸>이나 <인간 종말 리포트>와 비교한다면, <옥자>의 과학적 상상력이 보다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옥자>는 파격적인 설정을 열거하지 않고 세상을 전복시키지 않습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사이언스 픽션의 미덕을 따르기보다 현실을 반영하기 원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전복적인 설정을 추구할 수 있으나, 봉준호 감독은 그런 길을 따라가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드업 걸>이나 <인간 종말 리포트>가 (과학적 상상력과 전복적인 측면에서) <옥자>보다 좀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옥자>가 뒤쳐지는 영화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무조건 낫다는 뜻도 아니고요. 개인적인 취향에는 <옥자>보다 저 두 소설이 더 낫다는 뜻입니다.



말했다시피 <와인드업 걸>, <인간 종말 리포트>, <옥자>는 모두 자본주의 체계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세 작품은 사회의 밑바닥 계층과 유전자 조작 동물들을 바라봅니다. <와인드업 걸>과 <인간 종말 리포트>가 각종 유전자 조작 동물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봤듯 <옥자> 역시 그렇습니다. 잡지 <씨네 21>의 어느 기자는 <옥자>가 자본주의 체계의 최대 약자인 동물을 바라본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고 사회주의자들은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주의자들은 그 누구보다 자본주의 체계에 비판적입니다.


사실 사회주의만큼 자본주의와 오랜 동안 투쟁하는 사상이 없을 겁니다. 당연히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계의 약자들을 주목합니다. 비단 사회주의만 아니라 여러 좌파 사상들은 약자들을 주목하죠. 빈민, 약소국, 여자, 아이, 동성애인, 장애인 등등. 좌파들은, 특히 급진적인 좌파일수록 보편 타당한 인간을 논하지 않습니다. 다른 철학들이 보편적인 인간을 이야기할 때, 좌파 사상들은 약자와 밑바닥 계층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약자들 중에서 동물은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빈민, 약소국, 여자, 아이, 동성애인, 장애인 등과 달리 동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씨네 21>의 기자는 자본주의 체계의 최대 약자가 동물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동물이라는 태생적인 특성은 수많은 약자들 사이에서도 동물을 아주 특별한 계급으로 몰아갑니다. 동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온갖 수모를 받기 마련입니다. 급진적인 좌파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왜 동물을 약자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사람을 죽였다면, 그 사람이 빈민이든 장애인이든 동성애인이든, 살인죄가 적용될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동물을 죽인다고 해도, 설사 그 사람이 몇 십 마리의 동물을 죽였다고 해도, 죄가 적용되기는 고사하고 별로 지탄을 받지 않습니다. 이현우(로쟈)가 어느 강의에서 그렇게 말하더군요. "좌파들은 좀 이상한 사람이다. 자기 앞길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앞길까지 함께 걱정한다." 하지만 모든 좌파들이 동물 권리를 옹호할까요. 동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좌파들도 분명히 많을 겁니다. 자본주의에 가장 비판적인 사회주의 역시 동물 권리에서 눈을 돌릴지 모릅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오직 인간만 착취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동물 역시 착취합니다. 동물은 자본주의 체계의 가장 밑바닥 계층에 있습니다. 밑바닥 사람들보다 가축과 야생 동물이 더욱 밑바닥일 수 있습니다. 좌파는 그런 동물들의 권리 또한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이 정말 동물 권리에 신경을 쓰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의 책을 여러 권 읽었으나, 동물 권리 이야기를 별로 찾지 못했습니다. 데이빗 하비, 크리스 하먼, 존 몰리뉴, 에릭 올린 라이트, 김수행, 류동민, 강신주….


이런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은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입니다. 크리스 하먼이나 존 몰리뉴는 자타공인 빨갱이죠. 하지만 이런 학자들은 동물 권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기후 변화 같은 환경 오염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상 나가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는 노동 해방에만 머물 뿐이고, 동물 권리까지 바라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주의자들이 더 멀리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처럼 동물들도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동물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을 겁니다.



다행히 사회주의 정당들이 아예 동물 권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노동당만 해도 동물 권리에 많이 신경을 씁니다. 사회주의가 동물 권리를 아주 크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래도 동물 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사실이죠. 솔직히 우리가 동물들을 무참하게 착취한다면, 언젠가 그런 착취가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좌파라면 동물(가축과 야생 동물 모두)에게서 눈길을 돌릴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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