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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비윤리적인 쾌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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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비윤리적인 쾌락

OneTiger 2017. 7. 20. 20:00

[우리처럼 물고기들은 고통을 느낄지 모릅니다. 낚시 없이 우리는 물고기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사람들은 흔히 척추동물을 이와 같은 다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각각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죠. 우리 자신이 포유류이기 때문에 포유류와 조류는 친근합니다. 반면, 파충류와 양서류는 혐오스럽죠. 거북이나 어린 도룡뇽 같은 예외가 있으나, 악어나 뱀은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 어류는 척추동물 중에서 제일 이질적일 겁니다. 다른 척추동물과 달리 사지 대신 지느러미가 있고 모두 물 속에서 살고 아가미로 호흡하기 때문이죠.


뱀 역시 척추동물치고 꽤나 이질적인 동물처럼 보이지만, 물고기들은 훨씬 더합니다. 고래나 바다거북 같은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척추동물들은 지상에서 살아갑니다. 반면, 물고기들은 거의 예외없이 (민물이든 바닷물이든) 물 속에서 살아가죠. 이와 더불어 물고기들은 진화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출현했습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원시적이고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포유류보다 먼저 어류가 생겼기 때문에 어류가 포유류보다 '덜 진화했다'는 오해죠.



이런 오해는 물고기가 멍청하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고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학자들도 이런 문제에 명쾌하게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듯합니다. 제가 알기로 과학자들 역시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고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낚시 바늘로 물고기의 입을 꿰뚫더라도 물고기들은 그저 자극만 느낄 뿐이고 그게 고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낚시꾼들은 이걸 근거로 낚시의 윤리를 당연시합니다.


낚시꾼들은 낚시가 다른 동물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최근에 과학자들의 의견은 '물고기 역시 엄연히 고통을 느낀다'는 쪽으로 기우는 중입니다.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그런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뜻입니다. 상식적으로 따지면, 어류는 우리와 똑같은 척추동물 소속이고, 뇌와 신경계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통을 느낄 것 같습니다. 물고기들 역시 낚시 바늘에 꿰였을 때 고통을 느낄 겁니다.



만약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면, 낚시는 아주 비윤리적인 행위일 겁니다. 그저 재미 때문에 다른 동물에게 고통,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주기 때문이죠. 낚시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면, 구부러진 바늘은 물고기의 살을 꿰뚫고, 이는 고통으로 이어지죠. 그런 부상은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 아예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명적이든 아니든, 고통은 고통입니다. 그리고 고통은 인간에게든 물고기에게든 반갑지 않은 자극입니다. 물고기라고 해서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반길 리 없습니다.


만약 인간이 다른 인간의 살을 '그저 재미 때문에' 찢거나 할퀸다면, 그건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위일 겁니다. 낚시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논리를 낚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 역시 고통을 느낀다면, 낚시꾼들은 '그저 재미 때문에'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괴롭히는 행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물고기가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면, 고통을 주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논리 역시 인간과 물고기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할 겁니다.



물론 세상에는 낚시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극지방의 원주민들은 오직 낚시로 생계를 잇습니다. 채집이나 농사, 목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낚시는 유일무이한 생계 수단일 수 있습니다. 열대 밀림의 강 주변에 사는 원주민들 역시 물고기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을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이외에도 어업을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낚시나 어업은 이런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한 행위입니다. 제가 비판하고 싶은 행위는 '재미를 위한 낚시'입니다.


이런 낚시꾼들은 생존이나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지 않습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쾌락을 느끼기 위해 낚시하죠. 따라서 자신의 쾌락을 위해 다른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낚시는 아주 대중적이고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지만, 저는 낚시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견에 반대하겠지만, 낚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겁니다. 비단 낚시만 아니라 쾌락을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다른 스포츠 역시 사라져야 할 테고요.



※ 저는 결과적으로 인류가 목축이나 어업 자체를 없애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류가 당장 저런 것들을 없앨 수 없겠죠. 하지만 대체 식량이 꾸준히 등장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상이 널리 퍼지고, 자본주의를 비롯한 산업 구조가 바뀐다면, 언젠가 목축이나 어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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