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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보호

녹색당원은 캡틴 플래닛이 아니라는 현실

OneTiger 2018. 3. 27. 19:50

박호성이 지은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은 생태 철학들을 폭넓게 살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여러 철학들이 자연 환경을 바라봤는지 설명하고, 서로 다른 생태 철학들을 비교하거나 대조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은 자연론이 인간론이라고 말하고, 심긱한 환경 오염과 생물 다양성 감소, 무분별한 산업 개발을 비판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고, 생태 철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자연 환경이나 야생 동물을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인간>은 아주 심각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자연의 인간>은 계급 관계를 분석하지 않고, 인류를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고 간주합니다. 머릿말에서 박호성은 인간이 자연에게 고통을 주고 쾌락을 얻는 마조히스트일지 모른다고 묻습니다. 박호성은 헨리 데이빗 소로를 인용하고, 대부분 인간들이 자연을 아끼지 않고 몇 푼을 위해 이기적으로 자연을 파괴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자연의 인간>을 쓴 박호성 역시 인간이고, 자연을 예찬한 헨리 데이빗 소로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자연을 예찬하거나 지키기 원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유기적인 농업을 고민하는 동남 아시아 농민들은 인간입니다. 탈핵을 외치는 녹색당원들 역시 인간입니다. 남아메리카의 토지 없는 농민들 역시 인간입니다. 인구를 통제하고 지속적으로 자급자족하는 부족민들 역시 인간입니다.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어스 퍼스트나 그린 피스 회원들 역시 인간입니다. <카본 다이어리 2015> 같은 소설을 쓴 새시 로이드 역시 인간입니다. <자연의 인간>은 인간이 마조히스트라고 반문했으나, 이 세상에 자연 환경을 지키기 원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들은 서로 노선이 다르나, 그들 모두 기후 변화 같은 중차대한 환경 오염에 반대합니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파괴적이고 탐욕스럽다는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아요. 하지만 왜 모두 똑같은 인간임에도 어떤 인간은 무분별한 산업 개발을 환영하고, 어떤 인간은 자연 환경을 보존하자고 주장할까요. 저는 서구적인 근대화가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문명에서 서구적인 근대화는 아주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서구적인 근대화는 강자입니다. 강자에게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복종시키고 짓밟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강자는 지배적인 관념들을 퍼뜨릴 수 있고 현실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힘이 없는 사람들은 그런 거짓말을 쉽게 받아들이죠.

 

 

헨리 데이빗 소로가 특별히 잘나고 똑똑한 인간일까요? 무분별한 산업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멍청이고 하등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 결정론자가 아니라고 해도, 환경이 개인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지배적인 환경이 자본주의(서구 근대화)이고,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연히 그런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태생적으로 생태주의인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양한 좌파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가정 환경, 성장 배경, 취향, 친구나 연인 관계, 갑작스러운 사건과 사고 같은 우연적이고 후천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을 뿐이죠.

 

데이빗 스즈키 같은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환경 보호론자조차 자신이 우연히 자본주의의 해악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우연을 만나지 못합니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계속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괴롭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 구조를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배적인 관념들을 고민하거나 저항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런 지배적인 관념입니다. 인간은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말하나, 이 세상에는 (국경과 민족과 성별과 재산과 사상과 종교를 떠나서) 자연 환경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토지 없는 농민들이나 녹색당원들은 절대 외계인이 아니에요. 녹색당원들이 캡틴 플래닛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섯 아이들이 땅, 불, 바람, 물, 마음을 외칠 때, 녹색당원이 튀어나오나요? 그건 웃기지 않은 농담일 겁니다.

 

 

하지만 <자연의 인간>은 이런 지배적인 관념이나 사회 구조를 살피지 않습니다. 그건 커다란 실수입니다. <자연의 인간>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나, 유감스럽게도 그 분석은 얄팍하고 피상적입니다. 저는 <자연의 인간>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나, 이 책은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어요. <자연의 인간> 역시 지배적인 관념과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박호성 본인이 인간임에도 인간을 부정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인문주의자들은 비슷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인문주의자들은 인간이 계급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기업 재벌 회장과 가난한 시골 할머니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대기업 회장과 시골 할머니는 똑같은 자유를 얻습니다. 당연히 대기업 회장은 시골 할머니를 쉽게 짓밟고 강간하고 오염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인문주의자들은 그런 비극을 비판하지 않아요. 왜? 대기업 회장과 시골 할머니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설사 강간과 오염을 피하기 위해 시골 할머니가 대기업 회장을 죽여도, 인문주의자들은 대기업 회장과 시골 할머니가 똑같이 잘못했다고 비난합니다. 모두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문주의자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그래서 인문주의자들은 권력의 나팔수가 되고 대기업의 앞잡이가 됩니다. 모순적이고 슬픈 상황이죠. 그래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똑바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당원이 캡틴 플래닛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썰렁한 농담이에요. (요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유행하죠. 흠, 캡틴 플래닛 같은 애니메이션은 리메이크가 안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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