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신천지의 악몽>과 상호 작용의 중요성 본문
소설 <신천지의 악몽>은 외계 행성에 정착하는 인류를 이야기합니다. 인류는 우주로 진출했고, 녹음이 푸르른 행성 글레이드에 정착하기 원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행성에는 토착 생명체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류 개척자들은 이 토착 생명체들을 보고 당황하나, 그것들을 금방 없애고 별다른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토착 생명체들을 건드리자마자 자연 생태계가 빠르게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외계 행성의 자연 생태계를 심하게 자극했고, 자극은 강한 반작용이 됩니다. 자연 생태계는 인간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간들은 다시 자연 생태계를 공격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거기에 반응하고, 인간들은 또 다른 상황으로 돌입하죠. 이 단편 소설에서 플로이드 월레스는 인간과 글레이드 생태계가 밀고 당기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는 일종의 치고 받는 상호 작용입니다. 인간이 건드리면, 글레이드 생태계는 반응합니다. 그 반응에 맞서기 위해 인간은 다시 자극하고, 글레이드 생태계는 다시 반응합니다. 이런 과정은 소설의 주된 내용이죠.
인류 개척자들 중 생물학자는 왜 글레이드가 거칠게 반응하는지 연구합니다.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동안 생물학자는 행성의 기후 변화 덕분에 외계 동물들이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급격한 기후는 인류 개척자들이 직면한 글레이드 생태계를 만들었죠. 그래서 <신천지의 악몽>은 글레이드 생태계가 크게 두 가지로 반응한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기후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들의 자극입니다. 기후 변화를 거치는 동안 글레이드 생태계는 크게 변화했고, 인간들이 건드렸기 때문에 다시 크게 변화했어요.
전자는 환경적인 자극이고, 후자는 다른 생명체와의 상호 작용입니다. 따라서 <신천지의 악몽>은 진화를 촉발하는 요인이 두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환경적인 자극 및 다른 생명체와의 상호 작용이죠. 현실 속의 진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명체가 진화한다고 생각하죠. 그건 틀린 생각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환경만큼 중요한 다른 원인 역시 존재합니다. 다른 생명체와의 상호 작용이죠. 자연 환경 속에서 생명체들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무수한 영향력들은 생명체들이 진화하는 동력이 됩니다.
물론 현실은 <신천지의 악몽>과 다릅니다. 이 단편 소설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 외계 생태계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거시적인 생태계가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천지의 악몽>은 상호 작용 속에서 동물들이 변한다는 상황을 보여주고, 그런 묘사는 생물 다양성과 상호 작용을 가리키는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진화를 촉진하는 요인은 비단 환경만이 아닐 겁니다. 만약 날씨가 춥거나 덥다면, 생명체들은 거기에 맞춰 진화할 겁니다. 만약 어떤 생명체들이 강물 속에서 산다면, 생명체들은 강물에 맞춰 진화할 겁니다.
헤엄을 잘 치기 위해 누군가는 지느러미를 키울 테고, 누군가는 넙적한 꼬리를 키우겠고, 누군가는 분사구로 물을 힘차게 뿜겠죠. 사람들은 생명체들이 그렇게 진화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전부가 아닐 겁니다. 우리는 기후나 지리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역시 고려할 수 있어요.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같은 책은 이 세상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발상 같으나, 많은 사람들은 생물 다양성보다 환경 변화를 더 자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요.)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은 제목 그대로 생물 다양성이 진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생명의 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집어넣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 소멸의 자연학'은 뭘까요. 자연 현상을 관찰할 때,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연 생태계를 파악할 때, 인간은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뭐,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뭔가를 판단할 때,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것. 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지만 그게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연 생태계 속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그래서 풍성한 생태계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바라볼 때, 언제나 우리는 이런 생물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현대 문명은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숲을 밀어내나,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 이후, 부정적인 여파는 인류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신천지의 악몽>에서 글레이드 생태계가 인간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처럼. 문제는 현대 문명을 떠받치는 자본주의 체계가 생물 다양성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생물 다양성을 계속 줄이고, 부정적인 여파는 (자본주의에게서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나 빈민들을 고통으로 계속 몰아넣습니다.
생물 다양성을 사고하고 싶다면, 우리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버려야 할 겁니다. 아울러 우리는 자본 시장 중심적인 사고 역시 버려야 할 겁니다. 생물 다양성보다 거대 자본들을 먼저 생각한다면, 생물 다양성은 꾸준히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들이나 빈민들은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