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스티븐 호킹은 자본주의를 비판했을까 본문
다이안 듀마노스키는 <긴 여름의 끝>에서 킴 스탠리 로빈슨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긴 여름의 끝>은 환경 오염을 경고하는 책이고, 종종 이런 책들은 환경 아포칼립스 작가를 언급하죠. 환경 아포칼립스 소설이 거시적인 시각을 제공하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비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듀마노스키는 킴 로빈슨을 아주 살짝 언급했을 뿐이었으나, 저는 그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듀마노스키가 킴 로빈슨을 언급한 이유는 킴 로빈슨이 자본주의를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과학자들은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오염들은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릴 겁니다. 더 이상 인류는 안락하게 살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인류는 빨리 화성 같은 외계 행성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려야 합니다. 여러 과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하죠. 아마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스티븐 호킹 역시 이렇게 주장했을 겁니다. 듀마노스키는 그게 엉터리 주장이라고 비판합니다. 자본주의는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핵 폐기물들을 비롯한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고, 생물 다양성을 줄이고, 매연과 온실 가스를 뿜었어요.
만약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린다고 가정하죠. 그래서? 그 다음은? 기득권들은 다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주장할 테고, 화성 문명은 다시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핵 폐기물들을 비롯한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고, 생물 다양성을 줄이고, 매연과 온실 가스를 뿜겠죠. 그렇게 화성 생태계는 망가지고, 사람들은 다시 고통을 받겠죠. 그래서? 그 다음은? 화성 생태계가 망가질 때, 인류는 다른 행성이나 위성으로 떠나겠죠. 어디로 가든, 또 다시 자본주의는 자연 환경을 파괴할 테고, 또 다시 인류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야 할 겁니다. 인류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겠죠.
어쩌면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동안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사라질지 모릅니다. 외계 위성에서 인류는 사회주의 공동체를 꾸릴지 몰라요. 하지만 그게 언제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인류가 계속 외계 행성들을 돌아다닌다면, 많은 비용과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당연히 약자들은 대부분 희생을 감수하겠죠. 지금 기후 변화가 약자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인류가 외계 행성에서 고생하는 동안 기득권들은 떵떵거리고 고생하지 않겠죠. 그들 때문에 자연 환경이 파괴되었음에도.
이는 상당히 비논리적인 처사입니다. 게다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한다고 해도, 계속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이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화성에서 우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다면, 우리는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는 새로운 사회 구조가 필요하겠죠. 소설 <붉은 화성>에서 아르카디라는 과학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왜 21세기 과학자들이 17세기 사상에 근거한 19세기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맞아요. 왜 화성에서 우리가 계속 대기업과 중앙 정부와 영웅적인 남자에게 매달려야 하나요?
우리가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비효율적이고 억압적인 자본주의 시장 경제 역시 버려야 할 겁니다. 그게 지구 생태계를 망쳤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본주의 체계를 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적 구조 역시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화성 역시 환경 오염들에 시달릴 테고, 사람들은 계속 고통을 받을 겁니다. 아니, 구태여 화성으로 이주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겠죠. 우리는 여기 지구에서 당장 자본주의 체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우리가 자본주의 체계를 없앤다면, 부랴부랴 화성으로 도망칠 필요가 없어요.
킴 스탠리 로빈슨은 이런 전망을 펼치는 SF 작가입니다. 환경 아포칼립스를 이야기할 때, 킴 로빈슨은 가장 핵심적인 논의가 되어야 할 겁니다.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는 이런 사실을 지적할까요.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는 자본주의 체계가 자연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 우리가 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전망을 이야기하나요. 글쎄요. 저는 스티븐 호킹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제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스티븐 호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저 화성으로 도망가자고 이야기했다면, 호킹 역시 지배적인 관념에 굴종하는 노예에 불과하겠죠. 아주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노예겠군요.
저는 고인을 모독할 마음이 없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훌륭한 과학자이고, 장애를 이긴 위대한 인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노예 근성은 노예 근성입니다. 스티븐 호킹이 노예 근성을 버리지 못했다고 해도, 저는 호킹이라는 개인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호킹이 대단한 과학자라고 해도, 노예 근성을 끊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지배적인 관념이 너무 개인을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스티븐 호킹은 자본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그저 제가 그런 사실을 듣지 못했을 뿐인지 모르죠. 제발 호킹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정말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욱 중요하겠죠.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평등한 공동체를 조명하는 킴 로빈슨 같은 작가 역시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