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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보호

지구의 날과 탈성장 사회

OneTiger 2018. 4. 22. 08:25

[생물 다양성은 정말 신비한 마법입니다. 우리는 이런 마법을 계속 지킬 수 있어야 하겠죠.]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의 날을 맞이해서 구글은 제인 구달 영상을 대문에 달아놨군요. 영상 속에서 제인 구달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바이오필리아, 생명 사랑을 느꼈다고 이야기합니다. 침팬지들과 함께 비를 그었을 때, 제인 구달은 자신이 향취를 맡았다고 설명하고, 밀림 분위기를 전달해요. 밀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많은 요소들은 함께 엮었고, 상호 작용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수많은 것들이 함께 얽힌 그물망이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자 체계입니다.


여러 사람들은 자연 생태계를 바라볼 때,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납고 강력한 육식동물에게 열광합니다. 숱한 사람들은 자연 생태계가 그저 아름답고 싱그러운 배경 화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숱한 사람들은 자연 생태계가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도살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괴수물이 개봉할 때마다, 악어나 상어가 사람을 찢어죽일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합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입니다. 자연 생태계는 싱그러운 배경 화면이 아니고, 열광적인 도살장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거대한 그물망입니다.



영상에서 제인 구달이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힌 흐름입니다. 수 억 년 동안, 다양한 생명체들은 상호 작용했고 진화했습니다. 분해자들, 생산자들, 소비자들, 그리고 빛과 다른 요소들은 함께 뒤섞이고, 함께 바뀝니다. 이것은 저것에게 영향을 미치고, 저것은 또 다른 것에게 다시 영향을 미칩니다. 제인 구달은 웅장한 밀림을 이야기했으나,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생태계를 감상할 수 있어요. 작은 어항이나 생태 비디오 게임조차 살아있는 그물망을 알려줄 수 있죠. 그런 그물망 속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것들 중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했어도, 인류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생명체를 멸종시킨다면, 우리 후손들은 그 생명체와 함께 살지 못할 테고, 그 생명체를 연구하지 못할 겁니다. 후손들에게는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고, 우리에게는 그런 권리를 뺏을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유전 형질을 보관한다고 해도, 유전 형질 자체는 그 동물의 삶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동물의 삶은 유전 형질 이외에 생물 다양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당장 중생대 공룡들을 복원한다고 해도, 중생대 자체를 복원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중생대의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현대 문명에서 생물 다양성이 계속 줄어드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윤입니다. 이윤을 위해 자본주의는 경쟁과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는 한계가 있고, 무한한 경쟁과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부양 능력이 존재하고, 우리가 그런 부양 능력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첨단 과학 기술은 그런 부양 능력을 넘어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첨단 기술은 코빼기조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인류가 그런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첨단 기술은 해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깨뜨리고, 다른 사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경쟁과 성장을 절대 포기하지 못해요. 구태여 <자본론>처럼 어려운 책을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나 그걸 직감할 겁니다. 대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탈성장(제로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나요? 대기업들은 절대 그런 것들을 상상하지 못해요. 따라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반드시 생물 다양성을 파괴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자본주의가 공고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그저 숱한 대안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심지어 소비에트 연방이 존재했을 때조차, 다양한 대안 사회들이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그런 사회들을 짓밟았고요.)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대기업들이 사라져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실행해야 할 겁니다.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이나 노동 조합 강화, 협동 조합 강화 등등. 우리가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공유하고, 민주적으로 자연 환경을 이용할 수 있을 때, 생물 다양성 역시 다시 늘어날 겁니다. 자본주의는 구닥다리 봉건 제도와 다르지 않아요. 자본주의는 절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소수 재벌이 막대한 자연 환경을 독차지하고, 다수 빈민들이 자연 환경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다수 빈민들은 소수 재벌에게 애걸복걸해야 합니다. 왜 빈민들이 재벌에게 애걸복걸해야 하나요? 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애걸복걸해야 하나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절대 공존하지 못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똑같다고 착각하나, 그건 그저 기득권들이 퍼뜨리는 세뇌에 불과합니다.



안타깝게도 제인 구달은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인 구달은 요란한 소비와 경쟁, 성장을 비판하나, 자본주의를 구조적으로 분석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인 구달은 우리가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죠. 제인 구달 역시 지배적인 관념에 복종합니다. 하지만 지배적인 관념에 복종한다고 해도, 제인 구달은 생물 다양성이 소중하다고 역설합니다. 그런 소중함에서 출발하고,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본다면, 다들 반드시 자본주의를 깨뜨려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 구글에서 만든 지구의 날 로고는 2016년 '산호초와 문어'가 제일 멋진 것 같군요. 신비로운 해저를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아, 이런 느낌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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