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유토피아가 되는가

[계급들은 공간을 가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불행한 디스토피아는 없겠죠.]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관람한 이후, 어떤 관객들은 '오프 월드'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외계 식민지 행성들을 오프 월드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월레스 사장은 이미 태양계 행성들이 식민지 행성이 되었다고 말하고, 인류에게 더 많은 행성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예 월레스는 '별들의 시대' 운운하죠. 어쩌면 이런 외계 식민지 행성들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산업 발전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프 월드에 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프 월드로 가는 표는 꽤나 비싸고, 따라서 서민들은 함부로 오프 월드를 꿈꾸지 못할 겁니다. 만약 외계 개척지가 싸구려 노동력을 원한다면, 서민들 역시 지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개척지는 꽤나 위험할 테고, 서민들은 쉽게 목숨을 잃겠죠. 서민들은 안락하고 평화로운 오프 월드에 가지 못하겠죠.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파생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지구는 잿더미 폐허가 되었고, 부자들은 외계 행성들로 도주했습니다. 부자들은 도주할 수 있으나, 서민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렇게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와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부자 계급과 서민 계급은 서로 다른 공간을 점유합니다. 부자들은 안락한 외계 행성으로 도피할 수 있으나, 서민들은 오염되고 지저분한 공간에서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이건 그저 SF 설정이 아닐 겁니다.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같은 책은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부자들과 하급 계층이 서로 다른 공간을 점유하는지 보여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합니다. 그런 공간은 천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자들은 다른 공간을 침략하거나 수탈합니다. 하급 계층은 그들의 공간을 빼앗기고, 부자들의 공간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계급은 새로운 지형을 만듭니다. 이는 그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도시 지리학자 데이빗 하비가 지적하는 것처럼, 계급은 정말 물리적인 지형을 만듭니다. 으리으리한 고급 아파트 지구와 썩어가는 달동네는 그런 물리적인 지형입니다. 부르주아 계급은 그저 부를 착취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런 부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듭니다. 공간은 나뉘고, 무산자 하층 계급은 자꾸 더럽고 오염된 공간으로 밀려납니다. 부르주아 계급은 오염 물질들과 산업 폐기물들을 하층 계급의 공간에 내다버립니다. 이미 지구에는 오프 월드가 존재할지 모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고전적인 환경 운동 문구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겁니다. "우리의 지구를 지킵시다!" 이는 꽤나 고전적인 환경 운동 문구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구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의 지구,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가 정말 존재하나요? 이미 자본가 계급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지구, 공유되는 지구가 존재할 수 있죠? 저는 우리의 지구라는 용어가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지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백인 남자 자본가와 가난한 원주민 여자가 함께 산다고 해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공간을 점유합니다.

이미 지구에서 공간은 계급들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원주민 여자가 우리의 지구 운운한다고 해도, 백인 남자 자본가는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겁니다. 설사 백인 남자 자본가가 귀를 기울인다고 해도, 우리의 지구는 추상적인 외침으로서 끝날 겁니다. 만약 공유되는 지구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간다면, 기후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피해를 입힐 겁니다. 똑같은 공간에서 모두 함께 살아간다면, 거대한 재앙은 모두에게 골고루 피해를 입히겠죠. 수많은 환경 운동가들은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계급들에 따라 피해는 달라질 겁니다. 백인 남자 자본가는 안전한 장소로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기후 변화는 백인 남자 자본가가 사는 공간에 별로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날씨가 뜨겁다고 해도, 아무리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해도, 아무리 질병이 만연한다고 해도, 안락하고 시원한 아파트 지구에서 백인 남자 자본가는 신나게 살아갈 겁니다. 반면, 가난한 원주민 여자는 폭염과 해수면 상승과 질병에게 직격탄을 맞을지 모릅니다.

원주민 여자는 그걸 피하지 못할 겁니다. 원주민 여자가 그걸 피하기 원한다고 해도, 원주민 여자에게는 갈 곳이 없겠죠. 다른 가난한 지역들 역시 재난을 맞기 때문입니다. 설사 안전한 장소가 있다고 해도, 이미 자본가 계급은 그런 장소를 점거했겠죠. 따라서 우리의 지구는 없습니다. 우리의 지구는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계급 사회를 은폐하고 미화하는 용어일지 몰라요. 원론적으로 지구 전체의 생태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훨씬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우리는 우리의 지구가 아니라 기후 정의를 외쳐야 할 겁니다. 우리는 위험한 지역들을 구하자고 외쳐야 할 겁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디스토피아 장르입니다. 이 영화는 삭막하고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가는 형사 케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안락한 오프 월드에서 살아가는 부자들에게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유토피아일지 모릅니다. 이런 사례처럼 우리의 지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계급 구조를 인정하고, 보편성이 아니라 상대성과 특수성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